더 비싼 요금제가 답이 아니었다
정말 깊고 하드하게 써본 입장에서 말하면, 아직도 내 기준에서 가장 좋은 모델은 클로드 Opus다.
이건 그냥 취향이 아니다. 바이브코딩을 해보고, AI로 ERP를 만들어보고, 오픈클로 같은 긴 흐름까지 붙여보면서 생긴 체감이다. 다른 모델들도 많이 좋아졌다. GPT도 좋아졌고, 제미나이도 좋아졌다. 코딩도 꽤 한다. 그런데도 아직 내 손에 남는 감각은 다르다.
왜 그럴까. 내가 느끼기에는 클로드는 그냥 답을 잘하는 모델이 아니다.
일을 가져가는 모델에 가깝다.
좋은 답을 주는 것과, 혼자서 일을 이어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코딩처럼 맥락이 길고 구조가 복잡한 작업에서는 더 그렇다.
Anthropic이 지난 1년 동안 계속 코딩과 에이전트형 작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다. Claude Code는 2025년 5월 일반 공개됐고, Anthropic은 Claude 4를 소개하면서 Opus 4를 복잡하고 오래가는 작업, agent workflows에 강한 코딩 모델로 직접 밀었다.
나는 이게 클로드가 강한 진짜 이유라고 생각한다.
코딩을 잘해서가 아니다.
코딩에 집중하면서, 그 위에 더 긴 작업과 더 긴 맥락을 쌓아 올리는 쪽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코딩은 그냥 기능 하나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구조를 보고, 흐름을 잡고, 중간에 깨지지 않게 이어가는 능력이다.
이게 붙기 시작하면 모델은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에이전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바이브코딩을 해본 사람은 클로드에 집착하게 된다.
처음에는 편하다. 그다음에는 감탄한다. 그다음에는 의지하게 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클로드가 만들어 오던 흐름이 생기면, 다른 모델에게 넘기는 것이 점점 의심스러워진다. 과연 이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까. 지금까지 이어온 구조를 안 깨고 갈 수 있을까. 실제로 맡겨보면 더 확신이 생긴다. 뭔가는 된다. 그런데 다르다. 부분은 고칠 수 있어도 전체를 보고 이어가는 느낌이 약하다.
그러니 다시 클로드로 돌아가게 된다.
이때부터는 성능 비교가 아니다. 이미 내 작업 방식이 클로드를 기준으로 짜여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limit를 관리한다. 클로드는 비싸고, Max를 써도 넉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남은 사용량을 보고, 이번 턴을 아껴야 하나 계산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놓지 못한다. 다른 모델도 써본다. 갈아타보려고도 한다. 그런데 만족스럽지 못하다.
왜냐하면 이미 클로드를 기준으로 내 손과 머리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종속은 성능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작업 방식이 한 모델 위에 올라가면서 생긴다.
그렇다면 답은 뭘까.
돈을 더 내면서 클로드를 더 많이 쓰는 것일까. 나는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더 분명하게 만든 게 오픈클로였다.
Anthropic은 2026년 4월 4일부터 OpenClaw를 포함한 third-party harness에서는 Claude 구독 한도를 더 이상 쓸 수 없다고 밝혔다. 계속 쓰려면 extra usage나 API 경로로 가야 한다. 긴 작업과 많은 호출이 오가는 구조에서 클로드를 실행 모델로 전부 붙이면, 솔직히 비용 압박이 너무 크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클로드를 모든 곳에 다 쓰는 것이 아니라, 클로드를 어디에 둘 것인가로.
지금의 나는 다른 방식으로, API가 아니라 구독 기반 클로드를 오케스트레이션과 관리자 역할에 더 가깝게 붙여서 쓴다. 자세한 방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배치다.
모든 실행을 클로드에 몰아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판단, 긴 맥락을 잡는 일,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일에 클로드를 둔다. 그때 클로드는 가장 비싼 실행기가 아니라, 가장 좋은 지휘자가 된다.
이 지점에서 Anthropic이 왜 AGI를 가까운 이야기처럼 하는지도 조금 이해가 된다. 최근 유출 보도에서는 Anthropic 내부 자료에 Mythos와 Capybara라는 이름이 함께 드러났다. 정확히 차기 Opus인지, 더 상위 티어인지 확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더 큰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읽힌다. Dario Amodei도 강력한 AI가 1~2년 안에 올 가능성을 말했고, 그것을 “데이터센터 안의 천재들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과장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Opus를 오래 써보면, 적어도 왜 그들이 그런 감각을 갖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결국 내가 이번에 다시 확인한 것은 단순하다.
클로드는 정말 좋다. 그래서 사람을 집착하게 만든다. 그리고 집착할수록 종속된다.
하지만 답은 더 많은 돈을 내고 클로드 하나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최고의 모델 하나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모델을 어디에 놓고 어떻게 쓰느냐를 아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성능이 아니라 배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오케스트레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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