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떠나다

by 은나무


나는 그렇게 피아노를 배울 수 없게 되자 하나님께

사랑받아야 하는 방법이 사라진 거 같아 속상한 마음으로 교회에 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교회 안에서 나와 여동생은 어딘지 모르게 잘 섞이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늘 초라하고 부끄러운 가정환경이 교회에 나오면 더

눈에 띄게 동네 불쌍한 집 애들처럼 느껴져 교회 식구들과 거리감이 느껴졌다.

매주 주일마다 교회 나오는 일이 불편했다.


애초에 자존감이 낮고 주위 눈치를 많이 살피는 아이가가족끼리 나오는 분위기에 위축되고 서글서글 밝게

어울리지도 못했고 항상 상황을 왜곡해서 보고 느꼈던 거 같다.


그러면서 아빠의 강압에 의해 초등학교 6학년까지

교회에 출석했지만 점점 하나님의 대한 믿음은 멀어져 갔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도 해봤다.


-하나님 오빠라는 놈이 집에 오면 너무 무섭고 괴로워요. 다시는 안 왔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그냥 다신 못 오게 죽여주시면 안 되나요?


-하나님 아빠 엄마가 맨날 술좀 안 먹게 해 주세요.

술 먹고 날마다 싸우는데 힘들어요.


-하나님 저도 친구 예선이 처럼 인형의 집 아니어도 괜찮아요. 마루인형 한 개만이라도 선물 받게 해 주세요.


-하나님 저 피아노 꼭 다시 배울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하나님 동생이 맨날 이불에 오줌을 싸서 힘들어요

방한칸만 더 주세요. 세탁기도 필요해요.

-하나님 엄마가 화난다고 마구 때리지 않게 해 주세요.


-하나님 정말 하늘에 계신 거 맞아요? 저만 알 수 있게 살짝만 알려주세요.


-하나님 엄마아빠가 이혼해서 엄마랑 저랑 단둘이

살게 해 주세요.


등등 참 많은 기도를 해봐도 하나님은 단 한 가지도 들어주시지 않았다. 어린 나는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매번 거절만 받는 기분에 상처만 받았고

내가 점점 나이가 들수록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그렇다고 내가 하는 기도 한 번

이뤄지는 게 없는데 뭘 보고 믿어야 할지 도통 이해가 안 갔다.


그러던 중, 중학교1학년 여름.

사춘기 여중생에게 좋아하는 교회 오빠가 생겼다.


그쯤 나는 점점 거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부끄러워말도 잘 못하는 은정이가 아니라 세상에 불만 많은

아이가 되어 거칠고 문제아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도 습관이 되어버린 교회 출석은 마지못해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온 고등학교 1학년.

잘생기고 차림새도 멋있는 오빠를 보게 되었다.


시골 작은 동네에서 보기 힘든….

깔끔한 모습이 소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지못해 나가던 교회는 갑자기 부지런하게 열심히

다니고 싶어 졌고 날마다 주일이 기다려졌다.


하나님께 예의를 갖추기보다 교회 오빠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 단정하게 다녔다.

교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나님은 기도도 들어주시지 않고 살아계신지 조차

믿을 수 없었지만 저 오빠를 보려면 더 열심히 빠지지 않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저 오빠가 하나님을 믿는

다면 진짜로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푹 빠졌다.


몇 개월이 흐르고 어느 주일날.

잘생긴 교회 오빠가 보이지 않는다.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이 교회 광고시간에 말씀하신다. 그 오빠네 가족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고 차에 타고 있던 부모님과 아들이 하나님 품으로 갔다고….

장례 광고였다.


나는 그때 생각했다.


아니, 하나님은 안 계시는구나!

만약에 계시더라도 모든 걸 다 하실 수 있고 전지 전능하시며 사랑이 많으신 분이 아니구나!


특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말.

전도사님을 통해 잃어버린 한 마리 어린양을 찾는 마음으로 나를 아끼신다고 했던 말….

전부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아빠한테 몇 번을 맞으며 혼나도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마침 나의 거친 사춘기도 같이 시작되었다.


하나님의 계획과 뜻은 내가 다 알 수도 없는데 철없는 내가 그분의 마음을 헤아릴 리 없었다.



목요일 연재
이전 03화엄마 나도 교회에서 반주자가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