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카페에서
드디어 치앙마이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다.
비도 추적추적 오니 카페에서 멍을 때리며 여행 회고를 해본다.
일 년 중 1/12 이라는 시간을 해외에서 보낸 스스로가 신기하고 대견하다. 그리고 한달이라는 기간 동안 상상도 못한 심리적, 물리적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를 기록하기 위한 회고를 적어본다.
1. 가계부 쓰기
여행에선 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안에서 풍요롭게 지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장기 생활을 해야하고 THB 화폐 단위가 낯설고 변동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출을 어림잡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모든 지출 내역을 기록하고 보유 현금과 사용 현금이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하고 점검했다.
한 달을 그렇게 지내고 나니 하루에 얼마를, 주로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볼 수 있어 스스로의 가치관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많은 돈을 자주 지불한다는 것은 그만큼을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계부를 쓰지 않았는데 나를 알기에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여 꾸준히 적기로했다.
2. 활동 시간 측정
어떤 일을 하는데 드는 시간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타임어택을 위해서가 아닌 어떠한 일을 해결하는데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수치로 측정해보고 충분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은 필요 시간의 중간 값을 구하지 못했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나에 대한 정보를 더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갖고 싶은, 하고 싶은 일
이전에는 어떤 것에 큰 가치를 두는 지 스스로 잘 몰랐다.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에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겸허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효율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생활을 해야한다고 믿었기에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들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새로운 선택을 대부분 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효율과 생산을 빼고 하고 싶은 일, 하면 기분이 좋은 일들을 기분이 가는대로 해봤다. 그 경험들을 따라가보니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나에게 목표가 생겼다.
4. 일기 쓰기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경험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 가족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말들로 스스로를 괴롭혔던 지난날들이 생각나면서 스스로를 비난하던 과거를 반성한다.
일기에 거창하고 많은 내용을 적지는 않는다. 당일 느낀 감정이나 위로 받고 싶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한 단어, 한 줄로 적어본다. 별 내용은 없지만 그 간단한 기록이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일기를 매일 적는 습관을 유지하기로 했다.
관광을 위한 여행이 아닌 생활을 위한 여행을 했기에 여러가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는데 귀국할 시간이 되니 이 곳에 더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다음에 또다시 기회가 된다면 혼자 한달 살기 여행을 도전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