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게 말을 거는 법

소통에 관하여

by 이두루미

예전부터 우리 외할머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잘못 누르시곤 했다. 한 번은 습관을 고쳐서 제대로 누르시다가 요즘은 다시 예전 버릇대로 올라갈 때는 아래로 향하는 화살표, 내려갈 때는 위로 향하는 화살표를 누르신다.


나에게 엘리베이터의 작동 방식은 언제나 어렵지 않았다. 그 악명 높은 맥도날드 키오스크로도 뚝딱 잘 주문하는 Z세대 아닌가. 복잡한 이름의 메뉴도, 돈을 넣을 필요도 없는 엘리베이터는 얼마나 단순한가. 올라갈 때는 위로 향한 화살표, 내려갈 때는 아래로 향한 화살표를 눌러주면 나를 날라줄 기계가 금방 도착한다. 문이 열리면 얼른 들어간다. 가고 싶은 층을 찾아서 버튼을 누른다. 문이 열리면 얼른 내린다.


기계는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바를 알아듣도록 잘 설명해 주면 된다. 올라가고 싶으면 올라가고 싶다고, 내려가고 싶으면 내려가고 싶다고 정확한 좌표를 짚어 말해줘야 한다. 우리는 기계에게 이렇게 말을 건다.


나는 내려가야 한다 - 아래로 가는 화살표


나는 올라가야 한다 - 위로 가는 화살표


그러나 이타적인 인간은 기계나 이기적인 인간보다 조금 더 복잡한 원리로 작동한다. 할머니는 엘리베이터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려가야 한다 - 1층에 있는 너는 올라와야 한다 - 위로 가는 화살표


나는 올라가야 한다 - 30층에 있는 너는 내려와야 한다 - 아래로 가는 화살표


나에 대한 사고를 너에 대한 사고로 변환하는 과정이 추가되어 있다. 이타는 어렵고 이기는 쉽다. 이타는 의식적으로 행함으로 인해 몸에 익는 것이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50년간 단 한 번도 본인을 위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항상 타인을 챙겨야만 하는 삶을 사셨기에 어쩌면 불행한 습관일지도 모른다 했다.


기계에게 명령할 때는 내 말을 알아듣도록 설명해야 한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 쉽게, 내 입장에서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자꾸만 내가 엘리베이터에게만, 기계에게만 그런 식의 전달을 하고 있나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새삼 기계에게의 그 일방적 주문이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우리와 기계, 그리고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야 할까 고민해 본다.


(2022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