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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Dec 17. 2024

이베리아 탐방기(08)

포르투갈  에보라/ 베나질  


포르투갈 탐방 나흗날은 리스본을 출발해 진짜 포르투갈다운 도시를 만나보기 위해 1시간 반을 달려 낯선 도시 에보라로 향했다. 이곳은 리스본에서 남동쪽으로 130㎞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양과 노랑이 조화로운 아담한 건물들이 레고(REGO) 블록처럼 오밀조밀 모여 있는 6만여 인구의 소도시이다. 


 

이 도시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중요한 군사기지였기에 다이아나(Diana) 신전 등 로마시대 건축물이 남아있고, 이슬람 지배시기였던 8~12세기에는 레콩키스타(Reconquista)의 거점이었다. 에보라는 15세기 포르투갈 국왕들이 거주하며 황금기를 맞기도 했기에 포르투갈 남부의 관광명소로 남아있다. 



로마신전이 남아있는 에보라(Evora)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에보라는 5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BC 57년 로마인들이 에보라를 정복하고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를 만들었다.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대 로마시대 유적인 중세성벽과 신전건물 그리고 해골성당 등을 볼 수 있다.



[에보라]는 소도시이기에 2시간 정도면 모든 곳을 다 둘러볼 수 있다. 구 시가지를 둘러싼 약 6㎞의 성벽은 지금껏 옛 도시를 보호하고 있는 듯 성문을 들어서니 그윽한 고도(古都)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 고대 로마 신전(Templo Romano)


[다이아나 공원]에서 만난 것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다이아나 신전이다. 2세기말 세워졌다는 신전은 지금은 회랑(回廊) 기둥만 남아있는데 몸통은 화강암, 기둥받침은 대리석이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조금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지만 한때는 세상을 호령했던 로마제국이 섬겼던 신전의 모습이다.



고대 로마는 통치했던 지역마다 정형화된 도시계획을 했을 것이다. 그중 가장 높은 곳을 아크로폴리스라 부르며 세웠던 [디아나 신전]은 견고한 화강암으로 지었기에 지금까지도 기둥머리 부분의 아름다움 형태가 남아있는 듯싶다.



에보라는 1663년에서 5년간 스페인 영토로 편입됐다가 다시 포르투갈령이 되었다 한다. 이곳은 두 나라 국경 가까운 곳에 있기에 많은 전쟁을 치렀고 또한  내란을 피해 왕가가 피난했던 곳이기에 전쟁의 삶과 죽음을 초월했던 도시였으리라 짐작해본다. 

 

 에보라 대성당(Catedral de Évora) 


에보라 대성당은 [로마 신전]에서 골목길을 따라가면 곧바로 나오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 1186년 공사를 시작해 1250년 완공돼 무어인들 침략의 세월을 거치며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의 혼합형 건물이 되었다. 에보라에는 중세시대 많은 건물들이 생겼고, 그중 [에보라 대성당]은 포르투갈의 가장 큰 성당이다.



또한 13세기에 완공된 후 수백 년 동안 성지순례자들이 찾아오는 중요한 성당이었고, 16세기에는 대성당 정문에서 왕의 즉위식이 열렸던 역사적인 성당이다. 성당정면 양쪽에는 중세기 두 탑이 치켜 올라있는데, 좌측에는 도시의 시간을 지배하던 종탑이 있고 우측에는 웅장한 돔이 자리하고 있다.



❏ 지랄두(Giraldo) 광장 분수대


에보라 중심부에 위치한 지랄두 광장은 로마시대 유적과 중세 건축들이 어우러진 역사적 광장으로 중앙에는 르네상스 양식의 분수대가 있다. 15세기부터 주요 집회장소로 사용됐으나 오늘날에는 주민들의 만남에 장소가 됐다. 12세기 무어인에게서 [에보라]를 탈환했던 지랄두 장군의 이름이 광장에 붙여졌다.  


 

 성 프란시스쿠 성당(Igreja e Mosteiro de São Francisco)


광장을 나와 3~4분쯤 내려오면 15~16세기에 걸쳐 고딕과 마누엘 양식이 혼합된 성 프란시스쿠 성당이 보인다. 포르투갈 제10대 국왕 아폰수 5세가 에보라에 머물 당시 건물일부를 왕궁으로 사용하며 왕실예배당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이 성당과 붙어있는 작은 예배당은 “해골집”으로 불리는 아주 독특한 예배당이다. 이름부터 오싹한 이 예배당(Chapel of Bones)의 입장료는 3를 받고 있다. 



모든 벽면이 뼈와 두개골을 섞어 다닥다닥 붙여놓았는데, 당시 성당 수도사들이 인생의 덧없음을 되새기고자 뼈 예배당을 지었다고 한다. 



중세유럽에 흑사병이 만연할 때 이 성당으로 피신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묘지가 부족해 이러한 예배당이 만들어졌다는 설(說)도 있다. 



천장에는 죽음과 관련된 그림이 있고 석회석 기둥위에는 ‘우리 뼈는 여기서 그대의 뼈를 기다리고 있다(Nos ossos qve aqvi estamos pelos vossos esperamos)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에보라 탐방은 주마간산이었지만 한 번쯤 볼만한 유적 도시였다. 이어 아름다운 해변동굴을 보기위해 남부도시 라고아(Lagoa)를 향해 3시간쯤 달려 자그마한 어촌마을에 도착했다. 유라시아(Eurasia) 대륙 최서단에 포르투갈이 있다면 그 최동단에는 우리나라가 있음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점심은 바비큐 치킨 프랑고 슈하스쿠(Frango Churrasco)에 토마토 샐러드를 들었다. 기름을 뺀 숯불 치킨은 조금 팍팍해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식사임에 의미를 두었다. 이어지는 베나질(Benagil) 동굴은 포르투갈의 많은 동굴 중에서도 가장 멋진 곳으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Frango Churrasco

 베나질 동굴


포르투갈 남단에 위치한 푸르른 베나질 해변에는 오랜 시간 층층이 형성된 반원형의 퇴적층 동굴이 있다. 동굴천장 한가운데 동그랗게 나 있는 커다란 구멍사이로 조각난 하늘이 보이며 신비로운 풍광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베나질 동굴]을 보기위해 포르티망 항구(Portimão Marina) 선착장에 도착하니 동굴로 출발하는 보트들이 즐비해 있다. 때마침 갑작스레 비가 내려 일기예보를 보니 장시간 이어질 것 같아 보트를 타고 동굴을 돌아보는 일정을 포기하고 부둣가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포르티망 항구 선착장

항구주변 인증 샷을 마치고 주변에 있는 카페로 들어가 젤라또를 시켜놓고 모처럼의 한적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오후 5시경 나흘간의 포르투갈 여정을 끝내고 국경 넘어 세비야 시내로 3시간을 이동(時差 1시간)하여 여장을 푼 뒤 호텔뷔페에서 저녁을 마쳤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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