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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Dec 23. 2024

이베리아 탐방기(11)

그라나다


이슬람과 유럽이 공존하는 그라나다


여행 엿샛날, 알람브라로 향하는 차안에서 감미로운 기타선율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먼저 들어본다. 이 곡은 스페인의 기타리스트인 타레가(Francisco Tárrega)가 달빛 드리워진 언덕위의 알람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1896년 작곡한 기타 연주곡이다. 


이슬람왕조의 아련한 향기가 묻어나오는 것 같은 기타연주에 취해 더욱 큰 기대를 갖고 알람브라로 향했다. 알람브라그라나다에 있는 [궁전]과 [성과]의 복합단지이다. 무어인들(Moors)은 약 800여간 안달루시아 지역을 지배하며 그들의 흔적을 [그라나다]의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남겼다.



13세기 사비카(Sabica) 언덕위에 120년에 거쳐 지었다는 알람브라 궁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찬사를 받는 곳이다. 1492년 [그라나다]를 탈환한 이사벨 1세 점령지마다 이슬람문화의 파괴를 명령했지만, 알람브라에 매료된 여왕은 [궁전]만큼은 귀중히 보존하였다


Alhambra Palace

[알람브라 궁전] 입장은 통상 3~6개월 전에 예약해야하기에 자유여행 시 공식홈피(영문)와 네이버 등의 [티켓 패키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입장시간은 [나스르 궁전]에서의 시간인데, 궁전이 티켓구매 창구로부터 거리가 있어 동선(動線)을 고려해 예약시간을 맞추는 것이 좋다.       


슬픔을 간직한 알람브라 궁전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은 가톨릭교도에게 쫓겨 [그라나다]로 온 무어인들에 의해 완성된 궁전으로 에스파냐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왕조의 무하마드 1세(알 갈리브)가 1238년에 짓기 시작했다. 아랍어로 알람브라는 붉은 성(城)이란 뜻으로 성곽에 포함된 다량의 붉은 벽돌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사각형 요새 ➀알카사바 성이 나온다. 알카사바(Alcazaba)는 궁전을 지키는 요새화된 성체다. [알카사바]를 지나면 사방으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감시하는 ➁벨라 탑(27m)이 우뚝 서있다. 이곳에서 카스티야의 침공을 감시하며 [알람브라]를 지키려 애썼던 이슬람 병사들의 절규가 발길을 잡는다.



벨라 탑(Torre de la Vela)에는 종이 달려있는데 이사벨 여왕이 [그라나다]를 탈환하고 승리를 기념한 종이다. 그라나다를 정복해 이베리아반도를 통합한 1492년 1월 2일을 기념해 매년 1월 2일에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종을 치면, 그 해 안으로 결혼하게 된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한다.


벨라 탑
벨라 탑 종

[벨라 탑] 바라보니 기쁨의 종을 매달던 승자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했던 패자의 무상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어 [알람브라 궁전] 가운데 있는 ➂카를로스 5세(Carlos V) 궁전으로 향했다. 알람브라에서 가장 큰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물외벽이 커다란 벽돌을 툭툭 박아놓은 것처럼 거칠고 투박해 보인다.



1526년 [알람브라]를 함락시킨 카를로스 5세는 무슬림의 맥을 끊고자 에스파냐 상징인 카를로스 궁전을 [알람브라 궁전] 앞에 세웠다. 망국의 아픔과 승리의 함성이 공존하는 현장이다. [카를로스 궁전]은 겉에서는 사각형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원형 광장과 2층 규모의 건물을 둘러싼 회랑(回廊)이 나온다.


카를로스 궁전


알람브라의 꽃이라고 불리는 ➃나스르(Nasrid) 궁전나스르왕조의 집무실과 왕실가족 공간으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건축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 기하학적 기술로 정교한 벽면장식을 만들고 공간의 대칭과 확장성을 강조해 물, 빛, 바람, 우주 등의 형이상학적인 개념으로 설계된 듯 보인다.





나스르 궁전

무슬림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인 분수와 연못을 공간 안에 설치한 것은 더운 날씨에 시원한 공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물의 흐름을 자연스레 순환시키고자한 것이다. ⑤아라야네스(Arrayanes) 정원에는 길이 35m, 폭 7m의 커다란 연못이 있다. 양옆으로 아라야네스(천국의 꽃)가 심어져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아라야네스 정원

당시 무어인들이 드러낸 뛰어난 건축기술은 그들이 우수한 민족이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왕궁관람의 하이라이트는 왕의 주거공간인 ⑥사자의 궁이다. 이 궁을 에워싸는 여러 개의 방과 시설은 왕의 사적 공간으로 [사자의 궁전]이라 불린다.


사자의 궁


무슬림으로 부터 알람브라를 차지한 에스파냐는 건축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궁전을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지난날의 승자나 패자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지만, 오백년을 훌쩍 넘어선 오늘날 이슬람의 발자취를 쫒아 수많은 여행객들이 [궁전]을 가득 채우며 그들의 솜씨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름다운 헤네랄리페 별궁


이어 [알람브라 궁전]으로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높은 언덕에 나스르 왕족들이 피서를 했던 헤네랄리페 별궁이 나타난다. [알람브라 궁전]은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유명하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보석이 헤네랄리페(Generalife) 여름궁전이다.



14세기 조성된 [헤네랄리페]는 아랍어로 젖과 꿀이 흐른다는 별궁으로 [알람브라 궁전]의 화려함과는 다르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돼 천상(天上)의 정원을 옮겨놓은 듯 가히 환상적이다. 다양한 꽃과 나무, 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고, 정밀하게 다듬어진 수목정원과 수로양쪽 색색의 꽃들이 조화롭다.



먼저 ➀바호스 정원(Jardines Bajos)로 들어선다. 전통적인 이슬람양식의 하부(Bajos) 정원은 수로와 분수, 정원수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슬람 조경의 특징을 보여준다. 좁고 긴 연못주위로는 정성껏 가꾼 꽃과 새소리, 물소리, 키 큰 사이프러스(Cypress) 나무들이 긴 터널을 이루고 있어 자연의 향취에 빠져든다.


바호스 정원
사이프러스 터널

이어 나오는 ➁테라스 전망대에서는 저 멀리에 17세기에 건설된 알람브라 성모 성당(lglesia de Santa Mlaria de la Alhambra)이 평화로워 보인다. [헤네랄리페 궁전]은 그 안의 정원들이 다층구조로 이뤄져 안채공간은 넓지 않지만 이채로운 느낌이다.


테라스 전망대

이어 별궁 중심의 남동쪽에 위치한 ➂아세키아 정원(Patio de la Acequia)에 도착하니 긴 수로와 12개의 분수가 인상적이다. 직사각형의 연못주위에 분수 줄기가 햇살을 받아 무지개 빛을 띠고 있다. 긴 수로 옆으로 사시사철 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기에 꽃향기까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세키아 정원

긴 분수 왼편을 따라서는[헤네랄리페 궁전] 회랑(回廊)이 이어진다. 연결된 회랑안의 벽은 섬세한 아랍 풍 무늬와 문양이 조각돼 있고, 창밖으로는 그라나다 시내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아세키아] 안뜰을 감싸고 있는 ㄷ자 건물 북쪽에는 ➃술탄왕비의 안뜰(Patio de Sultana)이 있다. 이름이 왕비라고 해서 꼭 왕비만 사용한 것은 아니고, 왕비와 애첩이 필요에 따라 거주하면서 놀던 작은 정원으로 보인다. [아세키아 정원]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연못과 분수 그리고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보인다.


술탄왕비의 안뜰

헤네랄리페 별궁은 궁전에서 살았던 왕족들이 한껏 위엄을 뽐냈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Arabesque) 무늬와 아치(Arch), 건물사이로 이어지는 정원과 연못이 아름다운 별궁이지만, 밤이 되면 적막해질 궁전의 구슬프고 애잔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선율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기타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fwjX-m4LkYk


과학의 도시 발렌시아


1박 2일간 그라나다의 많은 곳을 둘러보고 오후 스페인 동부에 위치한 발렌시아를 향해 5시간을 이동하는데 도중 스페인 남동부를 휩쓴 대홍수 소식을 듣게 되었다. 10월말부터 [발렌시아 지역]에 이틀간 내린 강수량이 1년 치인 508mm를 웃돌아, 11월 06일자로 90명 실종자와 200명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재앙소식에 남은 여행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발렌시아의 예약숙소를 취소하고 지중해 인근 산타마르타(Hotel Santamarta Cullera)로 변경했다. 가는 길이 멀기에 중간쯤 휴게소 식당에서 토마토 스프인 가스파초(Gazpacho)와 라자냐(Lasagna)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절반거리를 달렸다.



발렌시아(Valencia)는 스페인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여행지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1990년대 들면서 도시혁신 프로젝트 추진에 나선 발렌시아는 세계인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휴양도시로 탈바꿈했다 한다.



그 프로젝트의 중심에 예술과 과학도시가 있다. 그 밖에 발렌시아 오렌지가 유명한데 이는 오렌지의 원산지인 인도에서 15세기 포르투갈로 전파된 것이 발렌시아 오렌지가 된 것이다. 또한 쌀 생산의 최적지인 발렌시아는 쌀밥요리인 빠에야(Paella)도 스페인에서 원조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당초 계획에는 발렌시아 [대성당]과 [시청광장 및 분수대]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홍수 피해지역에 접근할 수가 없어 발렌시아 [구시가지]만 잠깐씩 차창 밖으로 보고 발렌시아강 끝에 조성돼있는 펠리페왕자(Principe Felipe) 과학박물관은 먼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이어 발렌시아 시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지중해 마을숙소에 도착했다. 호텔서 500m 거리에 플라가 델 라코(Platja del Racó)가 있는데, 이는 카탈루냐로 해변(Platja)을 뜻한다. 짐을 풀고 호텔뷔페로 저녁을 마친 뒤 해변으로  나와 드넓은 지중해 밤바다에 발을 담그며 인증 샷으로 하루피로를 씻어낸다.





Still Image


Extra Shoo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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