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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Dec 25. 2024

이베리아 탐방기(13)

바르셀로나


스페인 여행의 중심 바르셀로나


여행 여드렛날은 출발시간을 9시로 늦춰 모처럼의 여유를 갖고 모닝커피를 찾는데 아메리카노가 보이질 않는다. 포르투갈은 커피자판기에 아메리카노가 있는데 스페인 자판기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1잔에 설탕을 넣고 뜨거운 물 한 컵을 적당히 섞어 마신다고 한다.


파리하면 에펠탑이 생각나고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가 기억되며 피렌체는 르네상스 조각상들이 떠오르는데 스페인 역시 [바르셀로나]가 배출한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세계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는 결코 오늘날의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해 수백만 명이 그의 작품을 보기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건축가 하나 잘 키운 덕에 도시하나를 넉넉히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한 도시가 재능 있는 건축가를 배출하고 그의 걸작을 갖는다는 것은 그 나라와 도시전체의 축복이다. 학창시절 가우디는 낙제를 겨우 면할 정도의 괴짜였다고 한다.


구엘공원

가우디가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재벌후원자인 구엘(Guell)이 가우디(Gaudi)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가우디]가 이루고자했던 건축세계의 대부분은 바르셀로나 외곽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작은 언덕에 조성한 구엘공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우디의 대표작인 카사바트요(Casa Batllo)는 구불구불한 곡선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건물로 아치형 지붕과 타원형 창문에서 가우디만의 독특한 색채가 강렬하게 묻어난다. 차장 밖으로 바라본 [카사바트요]는 벽면에 흰색 원형 도판(圖版)을 붙이고 초록, 황색, 청색 모자이크를 가미해 화려해 보인다.


카사바트요

[카사바트요]와 마주하고 있는 카사밀라(Casa Mila) 주택은 1905년에 만들어진 가우디 대표작 중 하나로 건물이 돌로 된 산 같은 형태를 하고 있고, 건물이 파도가 치는 것 같은 곡선이 인상적이고 독특하다. 가우디 건축들이 비합리적인 고안이지만 기능과 자연적인 측면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카사밀라

가우디가 꿈꾼 유토피아 세상 구엘(Guell)공원


바르셀로나 북쪽 언덕위에 자리한 구엘공원은 가우디 후원자인 '에우세비 구엘’이 설계를 의뢰해 지은 가우디의 건축철학이 총집결된 회심의 역작이다. 이곳은 당초 유토피아 도시를 위한 고급주택단지를 구상했는데 자금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1922년 시의회가 매입해 지금의 공원형태로 남게 됐다.


공원은 입구에서부터 마치 동화 속 나라 같은 세계를 연출한다. 공원 안의 건축물 어디에서도 직선과 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둥글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가우디의 "자연주의"와 "곡선의 미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소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곳이다.


구엘공원 조감도

티켓(10€)을 받아들고 후문을 통해 녹음이 우거진 구엘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하늘높이 작은 십자가가 걸려있는 붉은빛 건축물이 제일먼저 눈에 띤다. 이곳은 가우디가 20여 년간 거주했던 곳으로 당시의 모습을 보존한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우디 박물관

구엘공원 중앙에 위치한 ➀자연광장(Placa de la Natura)은 마치 큰 공터 같은 느낌인데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우디 철학을 담아 설계됐다고 한다. 파란하늘 아래 초록색 야자수들이 이어져 있어 스페인의 느낌이 전해진다. 드넓은 운동장 같은 곳에서 마음껏 날아오르며 인증 샷을 남긴다.   


자연광장

광장은 이포스틸라(Hipóstila) 위에 세워져 있다. [자연광장] 벤치에서 바르셀로나의 탁 트인 시가지 전경과 지중해 연안의 수평선이 시원스레 보인다. 타일로 모자이크 장식을 한 벤치는 마치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 아름다움이 더해진다.  



[광장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➁카사 델 과르다(Casa del Guarda;경비실) 십자가 탑은 헨젤과 그레텔 동화의 과자 집을 모티브로 설계한 건물로 마치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조각된 집처럼 3차원 애니메이션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자연광장


[구엘공원]은 곳곳이 깨진 타일을 모자이크 형태로 붙이는 기법으로 장식된 것이 특징이다. 거친돌로 만든 벽은 빵처럼 부드럽고, 지붕과 창호의 테두리는 크림처럼 녹아내린다. 앙증맞은 발코니와 얼룩 문양의 탑도 동화적 표현이다.




구엘공원 상부지반을 지탱하는 기둥의 묶음인 ➂포르티코(portico) 파도동굴 또는 미로터널이라 불려진다. 울불퉁한 야자수를 닮은 돌기둥과 곡선을 이용한 디자인이 많아, 돌인 듯 나무 같고, 야자수 나무인 듯 돌 같은 예술적 경계를 파괴한 가우디의 혁신적인 건축 작품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포르티코


이포스틸라 홀(Hipóstila Hall)의 천장은 트렌카디스(Trencadis:조각) 방식이 적용됐다. 움푹 패인 [아치형 천장]에는 태양 달, 구름을 나타내는 장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천장과 바닥을 연결하는 86개 기둥은 그리스신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한다.


이포스틸라 홀


정문으로 내려가는 ⑤기념계단(Monumental Staircase)부터는 애니메이션 느낌이다. [신데렐라 궁전]처럼 양 갈래로 나뉘어 곡선을 그리며 계단을 오른다. 계단 중앙분리대에는 도마뱀 조형물 분수가 있는데, 도마뱀은 카탈루냐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수호신이라 한다.


기념계단


1시간 넘게 관람한 [구엘공원]은 도마뱀 모형의 작은 [분수]와 뱀의 모습을 닮은 [곡선 벤치], 파도 [동굴천장]의 만화적 상상력을 배가시키며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화사하고 독특해 보였다. 공원을 빠져나와 그라시아 쇼핑거리를 지나는데 이 거리의 모습도 참 멋져 보인다.


그라시아 거리

바르셀로나 오전투어를 마치고 이베리아반도에 온지 8일 만에 한인식당 가야금을 찾아 김치찌개로 식사를 했다. 찌개 16€에 닭볶음 15€, 물 2.5€로 한 끼 식사가 비싸보였지만, 모처럼만에 매콤한 고추장 맛으로 쌓인 피로를 날려 보낼 수 있었다.  


가야금 식당

구시가지의 중심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짓고 있는 로마가톨릭 성당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족 성전”이란 뜻으로 예수와 마리아 그리고 요셉을 뜻한다. [성가족 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이자, 하이라이트로 가우디가 설계한 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성당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스페인이 낳은 가우디의 미완성 대작으로, 높이 솟은 [나선형 돔]과 [포물선 지붕]은 견고한 건축물이 아니라 부드러운 흙으로 빚은 하나의 조형물 같은 느낌이다. 성당건물은 1882년에 착공했으며 1891년부터 가우디가 이어받아 건축에 참가했다.



1926년 가우디 사후(死後) 현재까지도 계속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성가족 성당]은 현재 완성된 부분은 착공을 시작한지 100년만인 1982년에 만들어 졌으며,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근주민의 철거보상 처리가 쉽지 않아 완공이 계속 늦춰질 전망이라고 한다.



건설초기에는 개인기부로 건립이 됐으나 현재는 입장료(26€)의 상당부분을 건설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가우디 생전에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직선은 인간의 것이지만 곡선은 신의 것”이라했던 것처럼 성당내부도 무척이나 남달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하늘과 별을 담아낸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나무처럼 기운 나선형기둥으로 [빛의 숲]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시간대별 태양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다양한 색채의 스테인드글라스 물결이 성당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초록에서 파랑, 파랑에서 빨강, 빨강에서 다시 노랑으로 바뀌는 장엄한 빛의 축제이다.  





가우디는 햇빛에 반사돼 내부로 들어오는 스테인드글라스 빛으로 예배당의 경건함을 고양시켰다. [동쪽 푸른 스테인드글라스]는 희망, 탄생을 의미하며 [서쪽 붉은 스테인드글라스]는 죽음, 순교를 의미한다고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벽에 400여개 언어로 쓰인 주기도문이 적혀있다.


주기도문

그 중앙에 한글로 새겨진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문구가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성인 김대건 신부를 뜻하는 A·KIM(안드레아 김)이란 영문자가 적힌 스테인드글라스도 보였다. 중앙 제대(祭臺)앞 신자좌석에 앉아 아내와 함께 가족의 건강충만 축복기도도 올려본다.



성당은 총 3개의 파사드(건물 정면부)로 구성돼 있는데, 관람객이 입장하는 동쪽정면은 예수의 탄생을 담은 탄생의 파사드(The Nativity Facade)이고 서쪽 출구방향은 십자가의 죽음을 담은 수난의 파사드(The Passion Facade)이다. 남쪽에는 최후의 심판을 상징하는 영광의 파사드(The Glory Facade)가 있다.





2시간가량 성당방문을 마치고 마드리드 행 고속열차를 타기위해 산츠역(Estacion de Barcelona Sants)으로 향했다. 차에 올라 람블라스 거리카탈루냐 광장을 지나는데 삼성전자 입간판도 보인다. 시내도로가 비좁기에 대부분 소형 차량들 눈에 띄는데 스페인은 40%가 수동차를 몰고 다닌다고 한다.  


산츠역

두 지역 간 거리가 627km로 버스로 갈 경우 7시간이 걸리기에 빠른 방법으로 가는 것은 아베(AVE) 고속열차를 타는 것이다. 열차로 마드리드까지 이동하는데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 국내 항공기를 이용하면 1시간 반 소요되지만 열차를 타고 가는 동안 스페인풍경도 감상하는 것이 더 낭만적이다.



열차 역 플랫폼으로 들어가기 전에 비행기 탑승 때처럼 엑스레이로 짐과 옷을 검사를 한다. 요금은 68€로 날짜별 시간대별 금액차이가 있다. 열차 카페테리아에서는 아메리카노 1잔에 2.6€를 받는다. 마드리드 국영호텔(Parador Alcala de Henares)에서 여장을 푼 뒤 파라도르 정찬으로 저녁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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