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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01. 2025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시니어 에세이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무기여 잘 있거라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도 집필하였다. 그는 19세 때 이탈리아 구급차 운전병으로 참전해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을 바탕으로 ‘무기여 잘 있거라’를 썼다.    


이후 20여년 뒤인 41세에 스페인 내전의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관점을 개인적 가치에서 인류공동의 가치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은 로버트 조던마리아의 사랑에 대한 줄거리의 기대감으로 책을 잡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의도가 1936년 당시 스페인에 내부적으로 갈려있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삶과 죽음 양 갈래에서, 개인의 단편적인 사랑이야기 보다는 보편적인 인류애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갔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따라서  먼저 스페인 내전을 이해하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 보인다.  


소설인물 중 안셀모 영감은 원래 사냥꾼이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일은 두 번 다시없기를 바라는 인물이다. 하지만 게릴라 대장인 파블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을 죽여 온 업보 때문인지 지금은 전쟁과 살육을 피하고 싶어 하는 캐릭터를 띤다.



안셀모가 비살상주의자라면 파블로는 살상주의자인데 로버트 조던은 그 중간에 있다. 로버트 조던은 공화파 사령부로부터 계곡다리를 폭파하란 명령을 받고 계곡인근에 게릴라를 이끌고 있는 대장 파블로를 만난다.


파블로와 달리 사람 죽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안셀모 영감은 전쟁 중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대장 파블로는 다리를 폭파하면 자신들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야간에 폭탄을 들고 도주해 강물에 버린다. 하지만 다리는 무사히 폭파되고 그 과정에 안셀모는 목숨을 잃는다.



다리를 폭파하며 부상을 입게 된 조던은 사랑하게 된 여인 마리아가 게릴라 대원들과 함께 빨리 떠나도록 한 뒤 파시스트들을 향해 총을 겨냥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이 책은 17세기 영국시인 존 던(John Donne)의 《기도》중 명상 제17이 인용되면서 시작한다.   


명상 17

어떤 사람이라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곶((岬)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토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 존 던


두 진영의 이념대결의 장이 된 [스페인 내전]이라는 배경과 파블로의 게릴라가 수많은 파시스트들을 살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전쟁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죽음]에 관한 것이다. 전쟁도처에 죽음이 대기하고 있으니, 죽음을 앞에 두고 종은 대체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가. 러시아의 전쟁에 쓰러져가는 영혼 없는 북한 용병처럼...



이 작품은 인류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있었던 스페인 내전(內戰)으로 피아구분이 확실했던 쿠데타군에 비해 내부적으로 편이 갈려 치열하게 싸워야했던 공화국의 불행했던 역사 이야기이다. 내전이 발생한 역사적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1492년 에스파냐는 이슬람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국토수복운동인 레콩키스타(Reconquista)가 마무리되던 시기였다.  


또한 같은 해 콜럼버스의 대항해시대를 열면서 백여 년에 걸쳐 라틴아메리카 신대륙으로부터 엄청난 금이 유입되며 세계패권을 거머쥘 만큼 번성했다. 15 ~16세기 에스파냐는 엄청난 부를 얻었으나 후대의 번영을 위해 금괴를 사용치 못하고 가톨릭 성당을 금으로 도배하며 국왕자신의 치적을 쌓는데 몰두했다.  


레콩키스타/ 무어인과의 전쟁

반면 영국은 17~18세기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일어나며 근대국가로 전환하였다. 이후 1805년에는 트라팔가르(Trafalgar) 해전에서 스페인에 승리하며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뒤늦게 출발한 북아메리카 신대륙의 미국은 19세기 초까지 영국의 뒤를 따라서 산업자본주의와 시민주권이 자리 잡은 근대국가의 초석을 닦았다.  


하지만 스페인은 여전히 낙후된 농업국가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산업국가로의 진행이 늦었던 스페인이었지만 시민들의 의식은 달랐다. 유럽에서 제일 낙후됐던 러시아가 공산주위 혁명에 성공하며 세계최초 공산국가인 소련이 나타났듯이 스페인 시민들도 주권권리에 대한 목마름이 더해갔다.


트라팔가르 해전

때마침 1929년 경제 대공항이 발생하며 무산계급의 상황은 악화일로에 치달으며 사회적 갈등과 불만이 심화됐다. 당시 자본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스페인은 부르주아가 아닌 무산계급의 정치적인 입지기 강화됐다. 또한 국민투표에 의해 정권이 정해지면서 절대다수인 무산계급이 집권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1931년 스페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공화국인 [제2공화국]이 세워졌다. 당시 공화국은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이 아닌 무산계급이 정치권력을 잡은 공산국가 형태의 사회주의 국가였다. 당시 소련은 레인의 사후 관료적인 스탈린마르크스 사상 간에 충돌로 스탈린의 무자비한 숙청이 일고 있던 시기였다.


그 여파가 스페인에도 존재했기에 [스페인 내전]에는 ➀공화국 집권세력에 해외의용군인 국제여단(International Brigade)이 협력했고, 이에 반발하는 ➁지주세력에 더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➂무정부주의자들까지 사회갈등에 참여하는 3개 세력이 갈라져 서로를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의 內戰시기였다.



반면 프랑코(Franco)의 군부 쿠데타세력은 독일의 나치와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파시즘 지원을 받아 왕권을 옹호하며 8백년간의 이슬람세력을 몰아낸 가톨릭세력과 지주세력의 지원을 받는 정규군대를 조직해 공화국에 저항했다. 1936년 발발한 내전은 1939년 쿠데타군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이때 스페인은 명목상 입헌군주국으로 탈바꿈했지만 실상은 프랑코의 군부독재 시대였다. 이후 독재자를 몰아내고 1978년 신헌법을 만들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지만, 스페인은 세계 중심국가에서 지중해 서쪽변방의 농업과 관광이 주된 산업인 중진국 형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새해를 맞이하며 120년 전 을사늑약(乙巳勒約)이 떠올려진다. 최근 우리사회의 무너진 정의와 공정 그리고 혼란스런 정국에서 이 나라가 다시는 위기의 국가로 전락되지 않도록 누구를 위해 종이 울려지는지 곱씹어 본다.  - 乙巳年 正月 초하룻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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