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성 The Castle>을 읽고...
얼마전, <변신>이라는 단편소설에 이어, <성 The Castle>이라는 소설로 '프란츠 카프카'와의 두번째 만남을 갖는다. 그러나, <변신>에서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흐름이나 내용이 머릿 속에 잘 그려지지는 않는다. 갑자기 뚝 떨어진 곳에서 이미 기존에 박혀있던 관념에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는 토지측량사 'k'를 본다. 그가 헤메는 것과 같이, 읽고 있는 나도 헤메고 있고, 어느 순간에는 책은 읽지만 머리로는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멍한 순간이 유난히 많았던 독서였다.
<성 The Castle>을 이해해 보기 위하여,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삶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찾아보게 되었다. 작가 '밀란 쿤데라'를 접했을 때, 그에 관해 언급했던 고독의 아이콘, 또 '알베르 카뮈'처럼 태생에서부터 이방인이었던 존재, 그리고 '카뮈'가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삶의 부조리에 관한 고민이 '카프카'가 묘사한 '성(The Castle)'에 스며있음을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카프카' 아버지의 삶과 나의 이민 1세대 삶, 그리고 그의 아들 '카프카'와 부모-자식간 갈등 속에서 자라나는 이민 2세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작품의 줄거리는, 이미 책 뒷부분의 작품해설 부분에서 정교하고 생동감있게 정리되어져 있다. 인터넷 상의 다른 리뷰에서도 같은 내용을 접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렇기에, 굳이 책 내용을 남기기 보다는, 내가 읽었을 때의 느낀 감정을 남기는 것으로 하겠다. 첫째, '카프카'의 문장은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어떤 사건이나 대화가 진행될 때, 하나의 문장이 또 다른 문장을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문장을 부른다. 이와 같이, 문장이 문장을 파고든다. 마치, 일반적인 소설을 그림을 그린다고 표현한다면, 이 작품은 송곳으로 계속 뚫어가며 조각을 만들어 내는 듯하다. 두번째로, 이야기의 전개나 사건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까의 흥미보다는, 어떤 한 사건을 보는 시각의 차이, 즉 관념의 차이를 집중해서 보게 된다. 다시 말해, '이해'와 '오해'가 어떻게 생기는지, 그리고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속에서도 이것이 옳고 저것은 틀리다고 쉽게 정의하며 살고 있는 이 모습이 맞는건가? 하는 물음을 갖게한다. 그래서 통념적으로 따라야만 했던 관념적 또는 일방적인 습관이나 규칙을 다른 곳에서 온 주인공 'k'가 겪어가는 모습을 본다. 결국, 자기를 부른 책임자를 찾아 '성(The Castle)'으로 가려 하지만, 끝끝내 찾지 못하면서 그렇게 그 도시에서 적응되도록 길들여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작품 속의 'k'가 '카프카(Kafka)' 본인이라고 생각하니, 그가 살아내야 했던 삶의 고뇌와 끝없는 갈등을 엿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책은 최소 두번은 읽어야 한다! 한번 더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내가 접한 한국어 번역책이 꽤 오래되었던 것이라, 이해하는 데에 자연스럽지 못했던 경우도 더러 있었다. 다음 번에는 시기적으로 최근의 것을 선택하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