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일상을 걷는 사람들에 대하여
출근길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나는 종종 사람들의 발걸음을 바라본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인파의 물결 속에서,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는 수많은 발자국들. 때로는 급하게, 때로는 무겁게, 그리고 가끔은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그 발걸음들 속에 우리 모두의 일상이 담겨있다.
특히 출근 시간대의 풍경은 마치 도시의 맥박과도 같다. 검은색과 회색 옷차림의 직장인들이 서류가방을 든 채 빠르게 걸어가고,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졸린 듯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의 표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아니면 그저 바쁘게 앞만 보고 걸어간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수많은 사람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까?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분주한 행렬 속에서, 진정 자신의 걸음을 즐기며 걷는 이는 얼마나 될까? 아니면 우리 모두가 그저 살아내기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날은 한 노인의 발걸음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느리지만 묵직한, 그러나 어딘가 단단해 보이는 그 걸음걸이. 주변의 바쁜 발걸음들 사이로 천천히, 하지만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시간의 흐름 속에 멈춰 선 한 장면 같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며, 느리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출근길에 마주치는 또 다른 풍경은 커피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다. 종이컵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차가운 아침 공기와 만나 흩어지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뜨거운 열정과 꿈을 품고 시작했던 하루하루가, 어느새 현실이라는 차가운 공기와 만나 흐릿하게 흩어져버리는 것처럼.
그러나 이런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나는 종종 희망을 발견한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으면서 걸어가는 학생들, 새로 산 구두를 자랑스럽게 신고 걸어가는 직장인,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 그들의 발걸음에서 삶의 작은 기쁨과 행복이 묻어난다.
특히 퇴근길의 발걸음은 아침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곤에 절은 발걸음이지만, 그 안에는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설렘이 묻어있다. 때로는 동료들과 함께 술 한잔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모습에서, 각자의 무게로 하루를 버텨낸 사람들의 작은 위로와 휴식을 본다.
사실 우리는 모두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발걸음 중 하나일 뿐이지만, 각자의 발걸음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의 발걸음,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중년의 발걸음,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천천히 걸어가는 노년의 발걸음까지.
이렇게 수많은 발걸음들이 모여 도시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그러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 발걸음들이 우리 삶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향을 향해 움직이면서도,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오늘도 나는 이 수많은 발걸음들 속에 섞여 걸어간다. 때로는 바쁘게, 때로는 천천히, 그러나 언제나 나만의 리듬으로.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결국 이 여정 자체가 우리의 삶이며, 이 분주한 발걸음들이 모여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바쁘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 모든 발걸음들이, 사실은 우리 각자의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 한 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순간이 모여 우리의 삶을 완성해간다는 것을. 오늘도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모든 이들의 발걸음에 작은 응원을 보낸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결국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동행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