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점이 되는 만남을 추구한다.
회고는 혼자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회고를 제대로 해볼 확률도,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래서 무작정 동네 커뮤니티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최초의 주간 회고 모임이었다. 맨 처음에 진행한 회고 모임 규칙은 이랬다.
1)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것
2) 각자 노트나 노트북에 일간 회고할 것
3) 각자하고 있는 걸 자유롭게 회고할 것
4) 모이면 주간 회고를 노트나 노트북에 적고, 이야기 나누기 단, 이때 나온 이야기는 모두 비밀
처음엔 맨 노트나 각자 노트북에 KPT를 적어놓고 시작했다. 하지만 회고를 잘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니, 맨땅에 헤딩이었다. 회고가 무엇이고 방법이 뭔지 설명하다가 한두 시간이 훌쩍 갔다. 그리고 일주일이 너무 밭아서 뭔가 하기도 전에 모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노트북을 허용하니…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크롬창을 켜고 싶은 욕구를 누를 수가 없었다.
할 땐 제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나는 회고 모임을 회고하고, 개선점을 찾아냈다.
1)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것 → 1) 격주에 한 번씩 만날 것
2) 각자 노트나 노트북에 일간 회고할 것 → 2) 전자기기 금지, 종이 노트에 손으로 적을 것
3) 각자하고 있는 걸 자유롭게 회고할 것 → 유지
4) 모이면 주간 회고를 노트나 노트북에 적고, 이야기 나누기 → 4) 전자기기 금지, 모였을 때도 손으로 적을 것 단, 이때 나온 이야기는 모두 비밀
일주일을 격주로 늘리니, 2주 동안 달성해 오는 것이 점차 생기기 시작했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좀 뚜렷해졌달까.
손으로 작성해야 하는 건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머릿속에 든 생각을 손글씨로 풀어내는 경험이 21세기 현대인에게는 참 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의 고민이 더 있었는데, 바로 회고 양식이 좀 제각 기라는 것. 그래서 단순 일기나 감사노트가 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본질은 지키는 것이 좋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선호하는 KPT 기법을 양식화했다.
다만 K, P, T 같은 알쏭달쏭한 단어는 쏙 빼고 일간/주간 회고양식을 만들어 출력해 갔다. IT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이어도 단박에 이해가 가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적어둔 문장만 따라가며 회고를 작성해도 충분하게끔 만들었다.
이건 반응이 엄청 좋았다!
일간을 채워야 하는 칸을 만드니, 모두 자기 전이나 아침에 한두 줄이라도 전날을 회고하고 당일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다.
모임의 인원은 처음엔 단 둘이서, 최대는 여덟 명까지 늘려봤다. 그 결과 딱 네 명부터 여섯 명까지가 적당했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다인원보다는 한 사람이 20분 정도는 얘기할 수 있는 소규모 인원이 적당했다.
<회고모임 규칙>
1) 격주에 한 번씩 만날 것
2) 종이노트 양식 배부해서 적기 (일간, 주간)
3) 각자하고 있는 걸 자유롭게 회고할 것
4) 전자기기 금지, 종이 노트 양식 배부 단, 이때 나온 이야기는 모두 비밀
회고를 통해 나는 모임의 디테일을 잡아 나갔다. 모임을 약 반년동안 유지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몇 개 있다.
첫째, 회고와 실행을 미루지 않게 된다. 습관 만들기에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혼자 하면 쉽게 미루는 사회적 동물이다. 회고를 다른 사람과 같이하면, 일단 회고 자체를 미루지 않을 수 있다. 운동 좋은 거 다 알지만 미루다가 안 하면 하나도 소용이 없다. 회고도 마찬가지다. 일단 시작하고, 삼 개월 동안 유지하면 그 이후엔 습관이 된다.
둘째, 함께 적극적이 된다.
그리고 회고 모임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은 매 순간의 삶에 매우 적극적이고 진심이었다.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신선한 자극을 얻을 수 있었다.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꿀팁도 전수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그런 적극적인 모임을 그려보게 되었다.
셋째, 무엇보다 내가 건강하다.
모임을 하면서 이렇게 편견 없이 서로를 지지하며,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항상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주변에 나에게 긍정적인 영감과 자극을 주고, 서로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생각해 보라. 자신의 삶에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긍정적인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이라니!. 이렇게 건강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고,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싶다.
여기까지의 과정과 경험이 바로 리틀캐빈클럽의 전신이다.
누군가 나에게 생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성장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보다, 이 생장점부터 잘 관리하고 단단히 만들어야 튼튼히 자랄 수 있다고. (*생장점은 식물 성장의 핵심이 되는 세포분열과 분화가 이루어지는 시작점으로 아래로 뻗으면 뿌리가, 위로 뻗으면 줄기와 잎이 자라게 된다.)
리틀캐빈클럽에서 함께하는 우리가 서로에게 생장점이 되는 만남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나를 차근차근 돌아보며 성장해요, 리틀캐빈클럽
나의 성장을 도와줄 회고노트, 리틀캐빈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