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경』 曰
“기억은 흐름을 막는 돌이다.
작은 돌이 흐름을 바꾸면,
강은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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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은 실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바늘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꿰던 운명의 실이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비틀렸고,
그 비틀림은 실 전체를 따라 작은 떨림으로 번져갔다.
세 위격은 나뉜 채, 한 마음으로 침묵했다.
이내 한 명이 속삭였다.
“그 아이는 울지 않았다.”
다른 이는 중얼거렸다.
“그 아이는 자라지 않는다. 기억만이 자란다.”
마지막 한 명은 바늘을 다시 들어
멈췄던 자리를 꿰며 말했다.
“우리가 실을 꿴 것이 아니라,
그가 실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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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바람이 드문 집에서 자라고 있었다.
어머니는 고요했고, 아버지는 침묵이 많았다.
그들의 삶은 검소했지만 평온했고,
그 아이 또한 늘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졌다.
눈을 뜬 날부터 그는
무언가를 지켜보는 듯했다.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는’ 표정이었다.
울지 않았고,
배고프다고 보채지도 않았다.
달을 보면 가만히 손을 내밀었고,
비가 오면 맨발로 나가 그 물기를 맞았다.
주술사는 말없이 집 앞에 다녀갔다.
그리고 한 마디만 남겼다.
“그 아이는 강을 건넌 적이 없다.
기억이 아직, 젖어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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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아이는 꿈을 꿨다.
태어난 지 겨우 세 해, 말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건만
그의 눈동자 속엔 늘 이름을 모르는 존재들,
다 끝나지 않은 대화,
잊히지 않은 풍경들이 잠겨 있었다.
때때로 그는 벽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렸다.
어른들은 그것을 낙서라 여겼지만,
삼신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잊힌 자들의 이름.
삼도천을 건너지 못한 자들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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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삼도천의 수문장이 이상한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강 저편에서 한 령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검은 물 앞에서 발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서 있었다.
수문장이 망각의 물을 들었을 때,
그 령은 입을 열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잊고 싶지 않습니다.”
수문장은 알 수 있었다.
한 령의 기억이 깨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억은, 다른 령에게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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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경』 曰
“기억은 서로를 건넌다.
마땅히 잊힐 것은 남아 있고,
떠나야 할 것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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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은 실을 꿰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를까 망설였다.
그러나 그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이 아직 불리지 않았음을.
그 이름이 언젠가
자신이 되돌려 놓아야 할 것들 속에서 나올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