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제안
며칠 전,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을 12월호 포스터로 제작해 전국 지하철과 철도에 전시하고 싶다는 조금은 뜻밖의 이메일을 받았다.
바로 1년 전에 브런치에 올렸던 〈Fly Low〉라는 짧은 에세이였다. 그때는 이 글을 스스로 인생에서 낮게 날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작은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나 역시도 그런 마음이였다.) 썼던 글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또 새로운 공간에서 읽히게 될 줄은 몰랐다.
얼마 전 '최성훈의 사고실험' 유튜브를 보다가, 정세랑 작가가 “독자가 5년 전에 쓴 글에 피드백을 주는 것도 굉장히 빠른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으며 ‘글이란 참, 시간 속을 천천히 떠다니다가 누군가에게 닿는 거구나’ 싶었다.
하긴, 《데미안》이나 《죄와 벌》 같은 고전은 수백 년 전에 쓰였지만,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글은 쓰여진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새로운 독자를 만나며 살아 움직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것이다.
내가 이미 떠나보낸 문장이,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일상 속, 지하철 플랫폼, 열차 안, 이동의 시간 속에서 다시 호흡을 이어가게 된다는 것. 글을 쓰고 종종 '잘 읽고 있다', 혹은 '위로가 된다'는 메세지는 감사하게 받았는데 이렇게 전국에 걸리게 될 줄은 몰랐다.
12월에 실릴 'Fly Low' 포스터를 보신분은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