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내일(tomorrow)을 & 내 일(Journey)을 알 수 없다
에피 5. 아무도 내일(tomorrow)을 & 내 일(Journey)을 알 수는 없다.
내가 해외로 베이스를 옮기기 전 한국에서 어쭙잖게 모델일을 하던 때가 있다.
스트릿패션(Street Fashion)이 한창 유행했고, 힙(Hip)한 동네 혹은 유명한 포토 스팟(Spot)에서 당시의 언어로 패피(패션피플:Fashion People)들이 스트릿 포토그래퍼(Street Photographer)들에게 사진 찍히는 것이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대표했던 유명 포토 스팟이 신사동의 가로수길, 압구정의 로데오, 명동의 에이랜드와 카페 탐앤탐스 사이의 골목이었는데, 어렸던 나 또한 운이 좋게도(?) 몇 번 사진을 찍힌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나를 촬영했던 포토그래퍼와 인연이 닿아 그가 몸담고 있던 매거진과 콜라보 촬영도 했었다.
서로 어느 정도 친분을 이어가던 우리는 언젠가 신사동 가로수길에 치킨을 먹으러 갔었다.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으며 나는 나보다 훨씬 인생의 선배였던 그에게 모델일에 대한 고민상담을 했다.
그 시기에 나는 이제 막 모델일을 시작한 꿈나무였기에 어떤 조언이라도 필요했다.
달콤한 말을 들으려던 건 아니었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이어서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그 포토는 당시의 탑모델과 나를 비교하며 내게 모델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간지(Kanji)는커녕 어떠한 아우라(Aura)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라, 애초에 자격 미달이라는 뉘앙스였다.
입맛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포토는 스트리트 씬에서 한창 핫했던 사람이었기에, 나는 그 말이 곧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에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지만, 그 자리에선 울지 않았다.
후에 나는 한국의 유명한 에이전시와 계약을 했고, 같은 회사 소속 모델들과 술 한 잔을 기울일 기회가 생겼다
이 시기에 나는 미국의 회사들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어, 미국행 비행을 앞두고 있었다.
다 같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남자 모델 한 명이 취한 듯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네가 미국에서 회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 생각엔 못할 것 같아” 누가 들어도 무시 투의 발언이었다.
그 남자 모델과는 큰 친분도 없었고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눈 것도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어째서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그의 저의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얼마 후 예정대로 미국에 갔고, 뉴욕의 메이저 에이전시와 계약을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모델로서 자질이 없다 했지만 난 여전히 패션모델로서 패션시장에서 일하고 있고,
회사를 잡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커리어를 쌓아 계속해서 더 좋은 회사로 옮겼고 현재는 각국의 나라안에서도 손꼽히는 에이전시들과 일하고 있다.
물론 당시의 나는 '그래 보였겠지'라고 애써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그들 눈에 나는 여전히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허나 장담하건대, 나는 그들의 말에 흔들리긴 했어도 꺾인 적은 없다. 계속해서 길을 개척하며 지금까지 왔다. 성공이라 함이 비단 경제적인 자유와 화려한 커리어, 남들의 인정, 유명세 혹은 인지도 따위에 국한되어 있는 거라면 나는 어쩌면 성공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나는 나의 처음보다 성장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다시 말해보겠다.
누가 감히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