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아이들과 함께 '금오산 트레일 레이스' 라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여했다. 10km 로 비교적 짧고 획득고도 또한 그리 높지 않아 아이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하였다. 대회에 참가한 인원 중 우리 아이들이 가장 어려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레이스를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고 결승점에서도 우뢰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그렇게 얻을 수 있었던 완주 메달. 아이들은 레이스를 하는 동안에도 완주메달의 색을 궁금해했다. 금색일까? 은색일까? 동색일까?완주 메달을 받아들고 아이들은 정말 기뻐했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다음날, 둘째가 유치원에 갈 때 완주메달을 목에 걸고 가겠단다. 말렸지만 어린 마음에 자랑도 하고 싶고 뿌듯하기도 하겠다 싶어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둘째는 3일 동안 완주메달을 목에 걸고 유치원에 갔다.
한주가 지나고 그 다음 주말, 우리 가족은 울주에서 열리는 'UTNP 울주나인피크' 라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또 참가하게 되었다. 금오산 트레일레이스는 이 UTNP 의 전초전 같은 느낌이었고, 조금 더 크고 규모가 있어 키즈트레일 종목까지 따로 있는 대회였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레이스 이외에 2PEAK 종목도 신청해놓았다. 더불어 경기장 앞 야영장 추첨이 당첨되어 가을 캠핑 겸 대회 출전으로 우리 가족 모두 들떠있었다.
캠핑 준비도 모두 마치고 아이들을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 주고 집 청소를 하는데 친한 선생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혼자 갔다고 와서 내일 울주에 가자. 네가 동료 선생님들이랑 갔다가 와서 기차 타고 늦게라도 울산으로 와라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지만 캠핑장도, 대회도 마음 편히 놓아주고 장례식장을 갔다 오기로 결정했다.
도어락 소리와 함께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 "엄마, 아빠! 캠핑장 언제가!?"
세종시 어머니께 아이들을 맡기고 공주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길에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둘째가 목에 메고 가던 완주메달이 떠올랐다. 키즈 트레일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던 둘째였다. 며칠 전부터 하원을 하러 가면 울주 트레일러닝 대회 잘 다녀오라는 선생님들의 격려들과 오늘 알림장에 선생님까지 써놓으신 응원의 메세지까지...
캠핑장 못 가, 대회도 못 가,
그때 보인 둘째의 눈물을 정말 뜨거운 눈물이었다 생각된다. 한편 내가 뒤늦게 생각해 보면 정말 뜨겁지만 귀여운 눈물이기도 하다.
둘째의 눈물 흘리던 장면을 떠올리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