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세계의 명산들을 찾아다니고, 더 높은 산을 더 빠르게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그러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멋진 산들을 가보고 싶다. 인스타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장관의 사진을 보면 나 또한 그 배경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다.
갑작스레 백두대간의 자락들을 다녀오고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보통 백두대간 종주를 완주하신 분들은 백두대간의 곁다리로 뻗은 각종 지맥들을 또 찾아다니는 듯하다. 좋은 의미로 산에 미치신 분들인데 그런 분들이 꽤나 된다.
그러다 몇몇 분은 '내가 다녀온 길은 다시 다니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새로운 산들을 찾아 나서는 분의 블로그를 보았다. 백두대간 완주, 100대 명산 완주 등 우리나라의 대표 산들을 모두 누비고 다닌 그 분은 누군가에게 하찮은 동네산, 굳이 시간을 내어 다녀오지 않는 산을, 타지에 사는 그는 전국방방곡곡을 누비고 있었다. 전국에 모든 산들에 내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그 생각이 기특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다.
요 며칠 백패킹 박지를 찾기 위해 지도어플을 이용해 이 산, 저 산 데크는 없는지 헬기장이나 개활지는 없는지 몇몇 곳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알게 된 금오지맥의 고당산과 고당산 전망대를 찾았다.
아침 새벽 집을 나서는 길 안개가 자욱해 수도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다시 고당산으로 향했다.
유명한 산들과 비교하면 주차장도 하나 없이 소박하기 짝이 없는 들머리다.
작은 화마의 흔적으로 민둥산이 되었다. 허나 가까이 가서 보면 다양한 어린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군데군데 측백나무 같은 것을 식재해 놓았는데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나무들도 엄청난 경쟁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옆으로 굽어 자라는 나무도 있다. 이제 이곳은 새롭게 시작하는 그들의 경쟁터이지 싶다.
전망이 전혀 없는 고당산 정상.
아마 금오지맥을 이어나가는 분들 이외에 굳이 따로 찾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그리 생각하니 더 쓸쓸해 보이는 정상석이다.
드디어 전망대 데크에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산줄기들, 간간히 피어오르는 안개, 저 멀리 성주 시내는 안갯속에 갇혀있다.
멀리 산들을 보며 집에서 내려간 따듯한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 30분을 넘게 산들을 구경하며 일요일 오전 평온함을 느끼다 하산했다. 얼마 전 마셨던 짜이가 마시고 싶어졌다. 다음엔 커피 대신 짜이 포장해서 텐트 가지고 와서 하룻밤 묵고 가야겠다.
다만 올라오는 내내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려 걱정이다. 고라니는 왜 생긴건 귀여운데 울음소리는 어쩜 그렇게 괴팍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