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념무상
첫째가 올해 학급 학예회 때 종이접기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해서 나도 옆에 앉아 삼각육각면체를 접었다. 잠시 후 첫째는 도서관 프로그램 때문에 집을 나서고, 둘째와 엄마도 둘이 데이트를 한다고 나갔다.
09시, 10시부터 집안일을 시작해도 충분한 시간이다. 아이들도 나갔겠다 핸드폰으로 음악도 틀고 종이 접기에 집중해 본다. 좋다. 마음이 편안한다. 처음엔 접기 힘들었는데 3, 4번 접어보니 이제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된다.
마치 기계가 된 것처럼 자동화되어 접어간다. 세 가지의 색종이가 필요한데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색을 가지고 이 색 저 색을 이용해 다양한 색으로 접어본다. 색종이 뒷면엔 연한 파스텔톤의 색종이다. 반대로도 접어본다.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저 큰 고민이나 생각, 걱정 없이 기계처럼 색종이를 접어가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점점 쌓여가는 결과물이 보기가 좋고, 날씨가 좋고, 음악도 좋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