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면을 1봉지(낱개 5개 들어있는...)씩 끓여 먹는 대식가는 아니다. 배고픔에 호기롭게 중국집에 전화해 "곱빼기 보다 더 큰 걸로 주세요." 라고 큰 소리만 칠 줄 아는 "보기보다는" 소식가이다.
예전에는 치킨이나 삼겹살 구이 같은 육식을 즐기고 마시는 것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었다. 과거 한창 운동할 땐, 학교 갔다 와서 1리터 우유를 원샷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술이 들어가면 안주를 하도 집어 먹어서 새벽에 숙취가 아닌 배부름 때문에 잠에서 깬 적도 있다.
그런 내가 요즘엔 고기 없는 미역국을 먹고, 삼겹살이 아닌 앞다리살을 그것도 구이가 아닌 수육으로 해 먹는다. 우유는 아이들이 먹어야 해서 눈치껏 한 잔 정도 마시고, 술도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맥주 두 캔 정도 마신다.식탁에 쌈채소 올라오는 일이 잦아지고 고기는 점점 줄었다. 처음엔 입맛도 없고, 괜스레 짜증도 나곤 했는데 내 몸은 점차 적응해가고 있는 듯하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요즘 원래 잘 먹지 못하던 과메기가 생각이 났다. 사실은 과메기 보다 막걸리가 먼저 떠오르긴 했다. 이것저것 해초들과 김과 함께 쌈배추에 싸 먹는 과메기 그놈의 사진 한 장 때문에 오늘 마트에 가서 갖가지 해초들과 과메기도 샀다. 물론 막걸리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