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틀백 Sep 29. 2024

추석에 예비시댁에서 전 대신 錢(돈 전)을 부치고 오다

3.

내가 머뭇대자 예랑이 대신 대답을 했다.

"음... 뭐 9억은 넘었던 거 같아요.”


그러자 예랑의 형수님은 사뭇 놀라는 모습이다.

마치 우리를 위해 무척이나 머리를 쥐어짜고 고민해 주시는 

그런 표정을 지으시더니(사실은 정이 깊으신지도 모르겠다) 

"그럼 고모님 계시는 목센아는 어때요? 거기는 30평대가 6억 초반이래요. 

고모님이 중개료도 싸게 해 주시고 좀 좋은 집 구해주시겠어요? 

18평에 어떻게 오래 살아요? 곧 애기도 태어날 텐데…

애기 태어나면 2룸은 못 살아요. 거실에도 방에도 애기 기저귀며 

옷이며 짐이 가득가득 쌓이고 발 디딜 틈이 없어서 

집에 들어오기도 싫어져요.”


이번엔 그 중개사 하신다는 고모님이 나서셨다.

 “집 구해야 되면 놀러 와. 지금은 25평은 아예 매물이 없고, 

33평도 가끔 싼 매물이 튀어나오고 그래. 

광명 입주도 시작되고 그래서, 아마 하반기에도 그렇게 오르고 

그러진 않을 거야, 신혼부부 얼마나 많이 사는지 몰라.”


드디어 예랑은 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 그게. 그쪽도 좋긴 한데, 저희 직장 어디 한 곳도 

가까운 곳이 없고, 얘네 친정이랑도 멀어서요… 하하하. 저희가 구해볼게요” 


하지만 어른들은 이 주제를 너무도 재밌어하셨다.

마침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나 쇼도 여러 번 보셨는지

재밌는 시간대가 아닌지 흥미가 떨어지셨던 참이었나 보다.

이번엔 평소엔 좀처럼 말이 없으시던 셋째 작은어머님도 한마디 거들기 시작했다.

“아니 직장이 광화문이랑 선릉이면 왕십리뉴타운으로 와야지. 

우리도 우리 애들이 한양대병원에서 일해서 분당 살다가 

애기 봐주러 이사 간 거야. 거기가 딱이지. 

거기도 작은 평수 있다던데, 단지 내에 오피스텔도 있고, 아파트도 17평부터 있거든. 

그게 아마 5억~6억 정도 할 거야. 아 맞다, 조카도 아프면 다른데 

가지 말고 우리 애들한테 가면 돼. 내가 말해 둘께~알겠지?” 




아니 내가 그지인가…

라고 눈빛으로 말하며 예랑을 째려보고 있는데, 



둘째 작은어머님 심기불편해하며 말씀하신다. 

 “어머, 형님~~ 얘네 집 구하는 거 도와주시는 거예요? 

우리 때는 막 주택에서 시작했는데, 얘네 신축 아파트에서 

전세로 시작하네요. 그런데 전세보다 월세가 낫지 않나~

요즘 애들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금방 그러는 애들도 많다는데 

그럼 그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니 나는 얘네가 그런다는 게 아니고 

요즘 애들이 그렇다더라고요~~"





헉…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이, 이, 이, 이혼???






이래서 이런 자리 정말 싫었다. 

그때 예비시어머님이 드디어 나서셨다. 


“아니야, 동서. 얘네가 지금까지 모은 돈에다가, 

전세자금 대출받는 거구, 우리랑 우리 아기 부모님이랑은 결혼식, 

신혼여행, 혼수만 좀 도와주는 거야. 얼마나 대견하다고” 


“그냥 모은 돈으로만 구하지, 무슨 대출을 그리 많이 

받는다고 그래? 꼭 신축 아파트에 살아야 해?” 




갑자기 사공이 많아지면서 산으로 가는 우리 신혼집, 

그런데 이거 뭐지? 귀가 솔깃해지는데???



셋째 작은어머님이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형님은 곧 딸 시집도 보내셔야 하는 분이 

왜 그리 요즘 애들을 모르세요? ㅎㅎㅎ 

요즘엔 얼죽신이라고  <얼어 죽어도 신축만> 고집하는 

젊은 사람을 그리 불러요. 왕십리만 해도 제가 집 살 때 보니까 

30대들이 신축 20평대 집 보러 다니느라 바쁘더라고요.

중개사분께 여쭈어보니 대출도 꽤 많이 받는다고 하네요. 

이자가 부담스러워도 신축에 꼭 살고 싶다나~."


"작년부터 쭈욱 그랬어요. 언니들 세대처럼 재건축, 재개발 

몸빵 하면서 참는 세대들을 이제 찾기 힘들어요. 

제가 일하는 목센아 근처도 신정 뉴타운 4 구역이라고

꽤 큰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이 있는데 지금 사업시행인가 허가까지 

나왔다고 하거든요. 이주 때까지 빌라에서 2~3년만 버티면 

신축 입주권이 나오는데, 요즘 젊은 부부들은 그 2~3년도 못 참더라고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추석에 예비시댁에서 전 대신 錢(돈 전)을 부치고 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