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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모금

시 한 모금

52. 겨울 문턱에

by 조유상

무서리 차가운 눈을

흘기며 사라진 뒤

날이 차다 호오



입김은 나오지 않지만

방안이 해가 쬐는

밖보다 서늘히 춥다



추운 방에 앉아 있는 마음이

먼저 바깥에 나앉아도

여전히 떨리는 몸은

쉬이 덥혀지지 않는다

햇살 한 줌

닿지 않는 방안이어도

방안 고즈넉함이

나를 감싸고 있으니 괜찮아



고요함은 판단 없이

나를 그저 에워쌀 뿐

때론 음악도, 아무 소음도 없이

가만히 몸을 옹송거리고



들려오지 않을 목소리를

기다린다

어둠 속 성냥불에

확 피어오를 얼굴 하나

마중 없이 떠올린다


억새가 바람에 대고

속살거린다

조릿대 버석이며

서로의 몸을 비빈다



밖은 찬란히 유혹하는 햇살 바다

마음 둔덕까지 잘름거리고

까막길은 만져질 듯

앞서 길을 내고 고개

빼다닥히 물음표를 던진다



서성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듯

조릿대 손수건 흔들며

오라 오라 한다

엉성하고 멋쩍은 발을

이제 슬그머니 떼볼까

#겨울문턱 #추운 건 마음이 먼저

#무서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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