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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헌터 Sep 28. 2024

규정 속에서 배운 것들

규정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규정을 이해하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나를 감싼 건 수많은 규정들이었다. 근로 계약서, 업무 절차, 그리고 동료들과 지켜야 할 수많은 작은 약속들까지—지켜야 할 것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르다 보면 큰 문제는 없을 줄 알았다. 규정이란 게 결국 일의 품질을 지키는 기본이니까.


그런데 막상 실무에 들어가 보니 상황은 달랐다. 매뉴얼에는 없는 문제들이 계속해서 찾아왔고, 그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물론 규정은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그 기준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다. 결국, 상사나 동료에게 묻거나,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면서 하나씩 배워나갈 수밖에 없었다.

미생물 시험은 특히나 손이 많이 타는 일이었다. 규정대로 하려 해도 의식하지 못한 작은 행동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늘 긴장했다. 매번 완벽하게 하고 싶었지만, 나는 사람이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 변수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의기소침해지는 나 자신을 마주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동료들, 남들 눈에 띄지 않아도 성실하게 끝까지 해내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 자신을 위한 성실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때 알게 된 것이다.


반면, 모든 절차를 철저히 지키는 동료들도 있었다. 처음엔 그들의 완벽함이 부러웠다. 규정을 잘 따르면서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배워갔다. 규정을 따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규정을 진짜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규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면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 선택이 맞는 걸까? 규정을 따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이런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른다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채워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실수가 두려웠지만, 그 실수들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 실수는 부족함의 증거가 아니라, 더 배울 기회였다.


규정은 여전히 나에게 중요한 기준이다. 그 기준을 통해 나는 더 많이 배워가고 있다.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매일 조금씩 규정을 더 깊이 이해해가고 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 부족함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끝이 없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규정을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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