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플랫폼의 성장 공식
: 하이퍼로컬과 전국구의 운명적 갈림길
두 회사가 같은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중고거래 플랫폼이라는 같은 꿈을 꾸던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2024년 현재, 두 회사의 위치는 확연히 다르다.
* 나는 개인적으로는 번개장터를 좋아한다.
당근마켓은 판교에서 시작했다. 앱 기반 서비스의 시작이 판교라니 ??
진짜 하이퍼로컬 전략의 동네 기반 시작이었다. 반경 3km, 한 동네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었다. 번개장터는 전국 동시 론칭을 선택했다. 더 큰 시장을 더 빨리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흥미로운 건, 초기 지표는 번개장터가 더 좋았다는 평이다. MAU도, 총 거래액도 번개장터가 앞서 나갔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MAU가 늘어나는 속도와 재구매율을 보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현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근마켓이 앞서가기 시작한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
당근마켓은 도보 15분 거리의 이웃과 거래하게 만들었다. 얼굴 보고 거래하니 사기는 줄고, 신뢰는 쌓였다. 반면 번개장터는 전국구 거래다 보니 사기꾼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고 예전에는 중고거래 사기를 그렇게 큰 범죄라고 인식을 못했던 것 같다. 심지어 별별 사람이 등장하는 중고거래 밈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마케팅 전략의 차이도 흥미롭다.
당근마켓은 동네 전단지를 돌렸다. 아파트 단지 한 곳씩 공략했다. 번개장터는 웹/앱 광고에 집중했다. 전국 단위 퍼포먼스 마케팅이었다.
각 전략의 효율성 차이는 명확해보인다.
당근마켓의 오프라인 전단지는 동네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며 유기적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번개장터의 온라인 광고는 전국구 유저를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비용 대비 실제 활성 유저를 확보하는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전략의 차이가 결국 두 회사의 성장 속도와 방향을 결정지었다. 당근마켓은 적은 예산으로도 충성 유저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입소문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번개장터는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유저 리텐션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둘다 적자 기간은 있었다.
많은 플랫폼들이 빠른 성장에 집착한다. 하지만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사례는 우리에게 다른 시사점을 준다. 성장 공식이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다는 것.
작지만 확실한 승리
고객 신뢰도 우선
효율적인 자금 운용
현장에 답이 있다
"시장이 작다"는 건 어쩌면 축복일 수 있다. 당근마켓은 판교라는 작은 동네에서 시작해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PMF(Product Market Fit)를 찾기도 전에 너무 큰 그림을 그리는건 모래성을 쌓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도 수많은 창업가들이 플랫폼의 꿈을 꾼다. 당신이 만약 내일 플랫폼을 시작한다면, 전국 유저 100만과 동네 유저 1만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때론 느린 길이 가장 빠른 길이 된다. 당근마켓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이다.
p.s. 플랫폼의 성장은 결국 신뢰의 성장이었다. 그리고 신뢰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