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의 미학
팝업의 전성시대다.
애니메이션, 럭셔리, 식품 브랜드, 아이돌 할 것 없이 죄다 팝업을 열고 IP를 홍보한다.
이번엔 원피스다. 성인 남녀가 줄을 섰다. 루피 피규어를 사려는 게 아니다. '원피스 세상관을 체험하러' 왔단다. 그 전 광풍은 슬램덩크였다. 그 전엔 가상 아이돌인 플레이브였고.
플레이브는 한달동안 방문객 10만명이 넘었고 매출은 70억이 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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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이제 럭셔리 브랜드들이 백화점이 아닌 성수를 택한다는 거다.
버버리도, 디올도 성수에서 팝업을 연다.
그들이 찾는 건 '매출'이 아닌 '문화'다.
백화점엔 애니메이션이 들어섰다. 원피스, 슬램덩크, 아이돌, 참이슬 같은 메가 IP들이 백화점을 점령했다. 더이상 백화점은 럭셔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도 꽤 많은 팝업을 해본 것 같다.
원래 팝업은 백화점에서 고정 매장을 낼 수 없는 중소 브랜드들의 문화였는데 이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다.
팝업에선 2주 동안 5천만원을 벌기도 어렵다. 인테리어 비용은 기본 3천만원이다. 그런데도 브랜드들은 팝업을 만든다.
럭셔리는 왜 성수로 갔을까. 애니메이션은 왜 백화점으로 갔을까. 답은 하나다.
우리가 더이상 '물건'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백화점에서 명품 브랜드는 더이상 매출 보증수표가 아니다. MZ 세대는 백화점보다 온라인에서 명품을 산다. 대신 그들은 원피스를 보러 백화점에 간다. 가성비와 플렉스 사이, 그들이 찾은 새로운 균형점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드디어 '오타쿠'를 벗어났다. 백화점이라는 프리미엄을 입고 대중문화가 됐다. 더이상 동인샵이나 코엑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압구정 한복판에서도, 판교 백화점에서도 당당히 자리잡았다.
놀팝업은 적자다. 그런데도 그들은 팝업을 만든다.
왜? 우리가 더이상 '상품'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험을 산다. 문화를 산다. 세계관을 산다.
원피스가 백화점에 입점하고, 슬램덩크가 명품관을 점령하는 2024년.
이게 우리가 만든 새로운 팝업의 공식이다.
어쩌면 우리는 줄을 서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걸지도.
팝업 줄을 선다고 뭐라하면, 기쁨을 산다고 얘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