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과 연어
해가 높게 뜬 오후 한 시에 친구와 나는 경복궁 서촌 시장길을 걷고 있다. 반짝반짝한 조명이 길 위에 끝없이 걸려 있다. 양옆을 보며 걸으니 족발집, 돼지고기집, 소고기집, 국밥집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식당들은 저마다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서촌 시장 길의 음식 냄새를 맡으니 더욱 배가 고팠다.
얼마 안 가 우리의 목적지가 보였다.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연어 덮밥 집에 들어갔다. 내부는 카페처럼 꾸며져 있었다. 친구와 나는 노곤해졌다. 우리는 연어 덮밥 두 개와 에이드 두 잔을 주문하고 숨을 돌렸다.
해가 높게 뜬 오후 한 시에 어느 바다에서 얼룩 연어는 잠시 눈을 감고 있다. 햇살이 바다를 뚫고 들어와 연어가 있는 곳을 밝힌다. 연어는 햇살에 눈을 뜬다. 앞으로 헤엄친다. 그물이 앞을 가린다. 연어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힘을 내어 앞으로 곧장 헤엄쳐본다. 그물에 주둥이가 걸린다. 연어는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얼룩 연어는 그렇게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고개를 위로 들어 수면을 쳐다본다.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내려 바다의 바닥을 쳐다본다. 수많은 연어들이 약속한 듯 오른쪽으로 돌고 있다.
친구와 나의 앞에 연어 덮밥과 양파가 담겨진 쟁반이 놓인다. 우리는 숟가락을 들어 밥을 올린다. 양파를 한 젓가락 올리고 와사비를 올린다. 그리곤 주황빛의 연어를 한 점 올려 숟가락에 올려진 모든 것들을 한 입에 넣는다. 모든 재료가 함께 씹히면서 저마다의 향을 낸다. 우리는 이 한 입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짓는다. 나는 행복해하며 친구에게 말한다. “맛있는 거 먹으려고 사는 거 아니겠어?”
얼룩 연어는 깊은 바다에서 돌고 있다. 위, 아래, 앞, 뒤에 자신과 비슷한 존재들이 있다. 얼룩 연어는 이들과 함께 빙빙 돌고 있다. 연어의 머리 위에서 물살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보니 위쪽 연어들이 수면 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연어는 방향을 위쪽으로 잡고 올라간다. 다른 연어들이 주둥이를 벌려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얼룩 연어도 주둥이를 벌려 떠내려오는 조각을 삼킨다. 더 많은 조각이 떠내려온다. 연어들이 저마다 주둥이를 벌려 조각을 삼킨다. 바닷속에 각종 조각이 떠다닌다. 앞쪽 연어의 배설물도 떠다닌다. 얼룩 연어는 호흡하기 힘들어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연어는 내려가며 고개를 돌려 연어들을 살펴본다. 연어들의 머리 위가 하얀색으로 변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얼룩 연어는 위쪽 연어들도 아래쪽 연어들도 살펴본다. 다가오는 저 연어는 눈 바로 위까지 하얀색으로 덮혀 있다. 주변의 연어들의 머리 위가 점점 변하고 있었다. 나는 연어가 궁금하지 않았다. 내가 집어 든 연어 한 점은 부드러웠다. 나는 씹고 있었다. 연어의 살을 씹고 있었다. 그리고 내 머리는 연어의 생애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었다. 나는 말했었다. “맛있는 거 먹으려고 사는 거 아니겠어?” 얼룩 연어가 내게 말해오는 것 같다. ‘나는 당신에게 먹히려고만 사는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