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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만은 않은, SNS에 대한 성찰

SNS를 통한 시대와의 대화

by 마이진e

한때 나는 SNS를 허세를 부추기는 문화의 근원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 SNS에서 활동을 두루두루 제법 알차게 하고 있다.


SNS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중독, 비교, 피로, 피상적 관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용 방식의 문제였다.

도구 자체에 선악이 있는 것은 아니다.

SNS를 단정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가능성의 문을 닫는다.


그 안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감각과 사람들의 일상, 욕망, 연결의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곧 시대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종종 SNS 속에서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의 짧은 글귀가 마음을 흔들고, 낯선 이의 기록이 새로운 빛을 던진다.

그것은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작은 깨달음이다.


순간적인 경험일지라도 삶은 결국 그런 순간들의 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가볍다고 해서 무가치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긴 호흡의 책 읽기가 깊이를 준다면, 짧은 호흡의 SNS는 일상의 호흡을 기록한다.


둘은 대립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리듬이 서로를 보완할 뿐이다.

SNS가 얄팍해 보인다면,

그것은 본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얄팍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SNS는 자기 표현의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과거에는 글을 쓰거나 목소리를 내는 일이 특정한 사람들의 특권이었다.

이제는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발화할 수 있다.


사소한 기록이 공감을 얻을 때, 그것은 작은 문학이 되고 작은 공동체가 된다.

물론 위험도 있다. 타인의 화려한 장면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순간,

SNS는 독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SNS가 가진 본질이 아니라,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의 문제다.

적어도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 SNS는 비교의 장이 아니라

배움과 발견의 장이 된다.


결국 SNS는 거울과 같다.

내가 어떤 목소리를 내고 무엇을 기록하는가에 따라 거울의 모양이 달라진다.

거울 속이 피상하다면 그것은 거울 탓이 아니라 나의 시선이 얕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SNS에서 다양한 삶을 만난다.

사소한 기쁨, 오래 묵힌 생각, 살아 있는 목소리들.

그것은 책으로는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SNS가 나쁘지 않다”는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다.


그것은 도구를 대하는 태도이자, 시대와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나의 성찰이다.

SNS는 나쁘지만은 않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을 확장시킬 수도 있다.


얄팍하게 쓰면 얄팍해지고, 진심을 담으면 진심이 된다.

결국 SNS는 우리가 써 내려가는 또 하나의 텍스트다.


그 텍스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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