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무모한 도전- 베트남 사람을 믿지 마세요.
까오방 3일 차.
아침에 일어나니 상처가 쓰라린다. 어제 약국에서 소독약과 베타딘을 사서 상처를 닦아냈지만 진물이 난다. 아파… ㅜㅜ 그래도 숙소가 하루 더 생기는 바람에 다른 곳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짐을 챙겨 나오니 호텔 아니 여인숙 아주머니가 빨래를 하고 있다. 남편을 부르더니 차를 갖고 온다. 우리 보고 타라고… 오토바이샵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호의를 받아들였다. 대신 내릴 때 그랩비 정도를 드렸다. 환하게 웃으시며 받는다. 담배 한 갑 사셨겠지…
오토바이를 찾고 바로 시장으로 가 오토바이용 점퍼를 새로 샀다. 보라색 살구색으로 맞춰 입었던 점퍼를 넘어지면서 찢었기에 어젯밤에 버렸더랬다. 오늘의 목적지는 응우암 응아오 동굴~ 연꽃 모양 종유석으로 유명한 동굴이다. 이 동굴도 반지옥 폭포 근처라 시내에선 3시간가량 걸린다. 그러니까 나는 같은 길을 이틀 왕복하는 셈이다. 왕복 6시간이라 보면 된다. 이 때는 오토바이 타는 게 재밌을 때라 엉덩이 아픈 줄도 몰랐다. 가는 길에 안녕하세요 카페도 다시 들러주고~ 드디어 동굴 입구 도착!
동굴 가이드 투어가 있다. 풀코스 1시간 걸린단다. 그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예약을 했다. 조끼와 헤드랜턴을 주고 입구에서 슬리퍼나 아쿠아슈즈로 갈아 신으란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를 골랐다. (딱딱한 플라스틱 슬리퍼는 내내 불편했고 발이 쓸려 따가웠다.) 잠시 대기하다 인원이 모이니 영어 가이드와 함께 출발을 했다. 오~~~ 동굴 안이 다채롭다. 각양의 종유석, 석주들이 화려하다. 장관이네요~ 좁은 통로를 지나는가 하면 발목이 물에 잠기는 구간도 있고 경사가 가파른 곳, 미끄러운 곳 등… 다이나믹 그 잡채~~ ㅋㅋ 딸아이가 미끄러질까 내내 걱정했다. 문제는 분명 한 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한 시간이 넘게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네. 오늘 저녁 버스로 하노이 가야 하고 시내로 돌아가 오토바이 반납도 해야 하고 저녁도 먹고 출발해야 하는데 슬슬 불안하다. ㅜㅜ 한 시간 넘어 도착한 종점~이제 밖으로 나가는 거니?? 엥?? 아니란다.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단다. 내가 물었다. “한 시간 걸린다며? 나 하노이 가야 해. “ 가이드는 그저 웃는다. OMG!! 믿을 사람이 누군가요…. 님아 저 구멍으로 나를 내보내주오~ ㅜㅜ 안된대…
그렇게 되돌아 나와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길에 들판을 실컷 눈에 담고~~ 오토바이를 타면 비주얼은 포기해야지~~난민인가? ㅋㅋㅋ
무사히 돌아와 오토바이 반납하고 맡겨둔 가방을 찾아 시내 스트릿 바비큐를 또 갔다. 배불리 먹고 버스 타러 go~ 비엣텔 앞으로 오란다. 그랩 잡아서 갔지… 근데 버스 정류장 아닌 것 같은데?? 예약 시 받은 번호로 연락했다.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다. ㅜㅜ 영어 안됨~ 바로 앞 가게로 들어가 번역기 돌려 통화를 부탁했다. 기사와 통화하더니 여기가 아니라고.. ㅜㅜ 차 시간 다 됐고, 밤이고, 힘들고, 길 모르는데 어쩌라고… ㅜㅜ
그때 그 가게에 손님으로 온 젊은 애 엄마가 우릴 보더니 자기 오토바이에 타란다. 데려다주겠대.. 진짜??? 그래서 바로 탔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에
바로 가지 않았음 버스 놓쳤다. 우리가 가니 마침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간당하게 버스에 올랐다. 그 애 엄마는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다. 나도 타자에게 꼭 갚아야 할 몫이다. 낯선 여행자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버리고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귀한 마음인가. 나는 아직도 의심하고 경계한다. 그래서 난 아직 관광객인가 싶다. 진정한 여행자가 되려면 멀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많은 까오방 여행기, 아니 방문기는 끝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 사진을 보며 복기했지만 지금도 까오방은 잊지 못할 곳이다.
(나는 2024년에 또 갔고 또 넘어졌고 또 그리워한다. 까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