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을 앓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많은데, 이게 참 골치 아픈 질병이다.
비염이 오면 코가 꽝꽝 막혀 온몸에 열이 올라온다.
열이 쉽게 나는 체질이 아니지만, 유일하게 열이 오르는 시기가 바로 "환절기" 비염철이다.
본인은 강아지 알레르기와 먼지 및 곰팡이 알레르기가 있다.
대학시절 곰팡이가 무럭무럭 자라나던 좋지 못한 환경에서 살던 해에 알레르기가 생겨났다.
강아지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입에 뽀뽀를 하고 나면 입술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홍두깨 부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워낙에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절대로 강아지와 떨어질 수 없었다.
병원에서 절대로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되는 체질이라고 했지만 (무시했다...)
이미 키우고 있는 내 소중한 강아지를 파양 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파양의 경험이 있다면 나와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
이건 내가 정한 법칙이자 룰이다.
한번뿐인 내 인생에 그 정도의 룰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상형 편에서 다루기로 하고, 다시 돌아와 나는 38도가 되는 여름에도 인공바람은 절대 쐘 수 없다. 에어컨은 그 즉시 비염이 터지고, 선풍기 또한 겨우 발끝에 돌려놔야 괜찮았다.
아빠는 참다 참다 비염 수술을 했고, 만족하며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본 후
겁었던 그 시절 나는 비염 수술 날짜를 바로 잡아버렸다.
신나게 비염 수술을 받으러 가는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도 좋았다구...
박준형의 축농증 수술 썰을 재밌게 본 1인으로 궁금하긴 했다.
휴지가 계속 코에서 나왔다는 것과 눈알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는 그 썰.
그렇게 수술복까지 입고 대기실에서 여유롭게 기다렸다.
수면 마취는 따로 없었고, 코 안에 주사기로 마취를 몇 군데 찔러 부분 마취를 했다.
처음에 주사가 따가웠지만, 마취가 직빵으로 퍼져서 그 후 주사 바늘이 찔리는 느낌은 덜했다.
수술실에서는 오징어 타는 냄새와 함께 코를 땅땅거리는 소리가 퍼졌다.
한쪽 코는 별다른 감각이 없었는데, 반대쪽 코에서 점차 느낌이 나기 시작하더니 매우 이질감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불편할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뭘 이동시킨다고 하며 코 안 쪽에 무언가를 대 이동시키셨다...
우두 우고ㅜ우ㅜㅇ숭구두우둑 소리가 났다.
내 코가 부서지고 있나...?
코 안이 엄청나게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끝났겠지?'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선생님은 박준형 씨의 썰처럼 코안에 미친 듯이 솜을 넣기 시작했다.
이게 가능하다고?
지금 거의 마시멜로우 6개가 코에 들어간 것 같은데.
수술을 마치고 바로 카메라를 켜 코를 확인했다.
달라진 거라곤 부어버린 나의 얼굴들 뿐이었다.
코 수술을 했는데, 왜 눈과 입술이 부었는지 모를 일이다.
잠시 쉬고 있으니 코에 테이핑을 해주셨다.
입술은 그 사이 2배가 됐다.
이렇게 코 테이핑을 해주시고, 총 3일을 버텨야 코 안에 잔뜩 넣은 솜들을 뺄 수 있었다.
코에서 핏덩어리와 콧물이 줄줄 흘러 아래 거즈를 계속 바꿔줘야 했는데, 코를 풀 수 없어 코 안이 그냥 꽝꽝 막혀버렸다. 콧물이 뇌까지 침투해 물이 차는 기분이 들자 타이레놀 5개를 먹어도 두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때 내 인생 최고로 심한 두통을 겪은 것 같다.
*사진 혐주의(코 핏덩어리)*
9시 오픈 시간에 맞춰 당장 병원에 가서 솜을 빼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 말하며 한 1시간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병원으로 달려갔다.
달려가자마자 솜을 뺏고, 1시간 안에 두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 해 가장 잘한 일이라고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비염수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면 그 또한 비염수술이라고 말한다.
비염 수술 후기를 간단히 말하자면, 수술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수술 후 솜을 빼기까지 매우 고통스럽다.
이제 코가 막히지 않으니 콧물이 줄줄 흐른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아주 만족하며 생활 중이고, 누군가 비염 수술을 할까 고민하면 권장하는 편이다.
비염으로 생활에 지장이 너무 크다면 잠깐의 고통으로 행복을 얻길 바란다.
뭐든 고통은 따르는 법이고, 고통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점 참고하여 비염인 탈출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