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직은 살짝 비싸서 손이 가지는 않는데 남편이 본가에 다녀오는 길에 어머님이 주신 딸기를 들고 와 맛보았다. 이번에 먹은 딸기는 지리산 단계딸기, 품종은 장희였다. 예전엔 딸기는 다 똑같은 딸기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딸기에 품종 이름이 붙고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른 딸기를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생겼다.
단계딸기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났다. 원래 이 품종의 특징은 아니지만 내가 먹은 딸기는 뉴진스 응원봉처럼 양쪽에 귀가 볼록 튀어나와 귀여운 모양이었다. 원래 장희라는 품종이 신맛이 적고 부드러운 단맛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럽게 으스러지는 딸기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과즙을 나는 정말 사랑한다.
딸기 품종 지도
딸기 종류를 검색해 보니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와 맛이 있었다. 단일 품종보다는 여러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작물을 오래 향유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어 좋다던데 딸기는 그런 면에서 아주 훌륭하다. 우리가 늘상 먹는 설향 딸기를 비롯해 내가 먹어본 딸기는 몇 개 되지 않았다. 친구가 금실딸기를 먹으며 내 생각이 났다고 연락해 온 기억이 난다. 내가 일하는 곳의 지명이 금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올해 4월의 인스타그램 기록을 보니 딸기 3종세트를 먹고 신이 나 적은 피드가 있었다. [어머님이 주신 딸기 3종세트. 킹스베리딸기, 죽향딸기, 산딸기. 킹스베리딸기는 처음 먹어보는데 달고 맛있다. 근데 저렇게까지 과대포장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죽향 와우딸기는 먹을 때마다 진하고 달다. 평생 함께하자. 그리고 남편이 벚꽃 보러 갈 때 싸왔던 산딸기. 산딸기는 벚꽃 필 때쯤 나오는구나.]
딸기 3종세트
산딸기는 어머님이 사시는 아파트에 열리는 장터에서 늘 구매하신다고 했다. 작고 새콤한 산딸기를 하나씩 집어 먹으면 기분이 좋다. 디저트에 올라간 데코용 산딸기나 냉동 산딸기 외엔 먹을 일이 없어서인지 더 귀하다. 연애시절 남편과 벚꽃 데이트를 할 때 남편이 반찬통에 산딸기를 싸 온 적이 있었다. 어머님이 같이 먹으라고 싸주셨다며 수줍게 내밀었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공원 벤치에 앉아 산딸기를 먹으며 산딸기와 벚꽃은 함께 나는구나 생각했었다. 장금이는 산딸기를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했는데 나는 다 큰 아들과 여자친구가 데이트할 때 함께 먹으라고 보내주신 우리 어머님이 떠오른다.
벚꽃 데이트할때 먹었던 산딸기
모양도 앙증맞다
어쨌거나 어머님 덕분에 항상 맛있는 딸기를 먹게 되니 참 감사할 따름이다. 한 종류의 딸기만 먹어도 행복한데 3가지를 다 먹는 기쁨이란. 덕분에 어머님의 정성과 마음이 3배로 느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딸기 3종 세트를 주고 싶어 졌다. 올 겨울엔 비싸서 사 먹어보지 못한 하얀 딸기를 먹어봐야겠다. 사는 김에 어머님께도 보내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