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께 편지드려요. 작년에는 두 분 묘비 앞에서 읽어 드렸는데, 오늘은 아직 한국에 가지 못했어요. 2월에 가서 다시 읽어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O서방과 손주들이랑 먼저 읽을게요.
저희가 유교 의식을 따라 부모님 기일에 제사를 드리는 것도 아니라, 우리의 방식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았어요. 형부랑 언니들과 다 같이 부모님 누워 계시는 OO 호국원에 가서 아버지 좋아하시던 찬송을 함께 부르고, 제가 쓴 편지를 읽으면서 부모님을 기억하고 감사의 시간을 전하는 시간...
아버지랑 어머니 이 땅에 저희와 함께 계시지 않아서 두 분 웃는 모습, 두 분 목소리 못 듣는 게 아쉽지만, 두 분은 늘 제 마음속에 계세요. 그리고 꼭 두 분의 기일이 가까워지면, 1년 동안 저희 살았던 얘기를 어서 들려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우리 애들 잘 있냐?라고 물으시면 이렇게 대답해 드릴게요. 올해 셋 놈 다 졸업을 해서, David은 고등학교에, Timothy, Grace는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키 큰 것 좀 보세요. 정말 많이 컸지요?
엄마! 이제 제가 어른이니까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어머니'로 시작했는데, 그래도 '엄마'라고 부르는 게 훨씬 익숙하네요. 우리 엄마. 저한테 엄마는 항상 엄마이고 저는 늘 엄마의 막내일 거니까요. 엄마가 지금 애들 보시면, "왔다, 저렇게 컸어야!"라고 하실 것 같아요. 우리 'David', 'Timothy', 'Grace' 하면서 이름 한 명씩 불러 주실텐데... 엄마, 아직도 OO에 그 요양원에 머리 하얗게 쇠고 비쩍 마른 모습으로라도 계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우리가 한국 들어갈 때마다 뵐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엄마! 보고 싶어요. 아버지! 보고 싶어요.
좋은 소식은 2018년도에 저희 다섯 식구가 다시 같이 살게 된 거예요. 이사하고 아직도 짐 정리 중이에요. 제 마음이 많이 평안해요. 그동안 O서방은 혼자 지내서 쓸쓸하고, 저는 커가는 세 아이들 혼자 감당하느라 늘 버겁게 느끼곤 했었는데... 그 생활을 마감하고 나니 무거운 짐을 벗은 듯이 마음이 가벼워요. 아이들도 父•母가 둘 다 있는 곳에 함께 지내니 훨씬 안정되어 보이고, 균형 잡혀 갈 거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아버지, 어머니! 작년에는 첫 편지여서 그랬나? 꽤 길게 썼는데, 올 해는 벌써 마무리하려고 하네요. 두 분께서 우리들을 잘 돌봐 양육해 주신 덕분에, 출가해 가정을 이뤄 이렇게 부모 역할을 해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해 주시고 돌봐주시고, 지금 저희 곁에 계시지 않아도 여전히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고 계시는 것 압니다. 정말 정말 감사해요. 두 분이 저의 부모님이셔서 정말 감사해요.
또 두 분을 생각할 때, 기일도 나란히 1월 20일, 21일, 무덤에 누우신 것도 나란히... 두 분이 그렇게 나란히, 가까이 계셔서 너무 좋고, 두 분은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부부셨구나 하는 생각에 더 좋아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해요. 생전에는 제대로 말씀 못 드려 본 것 같은데...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정말로 보고 싶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두 분 다 주님 안에 계셔서 정말 감사하고, 제가 이 땅에 태어나 이 가정에서 자라면서 주님을 알게 된 것도 정말 감사해요. 그분의 사랑과 은혜가 우리 가정에 있어, 언니들을 먼저 얻으시고, 그다음 저를 얻으시고, 부모님을 얻으신 것을 인해 주님을 찬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올 한 해도 잘 지낼게요. O서방 잘 보필하고 애들 잘 키울게요. 아버지, 어머니 저희 위해 계속 기도해 주세요. 두 분도 잘 계세요.
2018. 1. 20 (토)
부모님의 막내딸 mina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