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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나뵈뵈 Nov 07. 2024

수업 이야기

마음을 전해요~.

2학기 들어와서, 가슴이 뭉클한 수업을 두 차례 경험하였다.      


한 번은 국어 시간,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써요>라는 단원을 공부할 때였다.      

이 단원의 학습 활동은,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 찾기 - 글쓴이가 전하려는 마음 알기 - 마음을 전하는 글을 쓰는 방법 알기 - 마음을 전하는 글 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교과서의 예시글에 도산안창호 선생님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4학년이 된 큰 딸과 애교 많은 둘째 딸에게 보내는 어느 엄마의 편지가 있었다.

    

이 예시글을 읽고 나서, 불현듯 우리 반 친구들의 부모님들께 이런 글을 써 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 반 친구들의 부모님께서 써 주신 글이 간적 간적 거리에 있어서 우리 친구들에게 가장 마음에 가까이 와닿는 생생한 예시글이 될 것 같았다.


부모님들께 이러이러한 취지의 부탁을 드리는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답장으로 오기 시작했다.


며칠 전 딸의 생일에 써 주셨다는 아빠의 장문의 편지, 삼 남매 중 평화주의자인 막내에게 보내는 편지, 주말에 집안일을 척척 돕는 둘째 딸에게 보내는 편지, 세 자매의 큰언니인 딸에게 보낸 편지, 꿈을 갖고 나아가고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일하느라 바빠 많이 돌보아주지 못한 딸에게 보낸 편지, 수영대회, 권투 대회 앞두고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랑 성격이 무척 다른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등... 다 열거할 수 없게 많이 보내 주셨다.


받아 읽으면서 보내 주신 한 분 한 분께 감사했고,

자녀에 대해 한결같은 '부모의 마음'에 숙연해졌다.


이만큼 자란 모습에 대견하고

자주 웃게 해 주어 고맙고

시간을 많이 못 보내 줘서 미안하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칭찬하고

미디어 노출 시간이 너무 많은 것에 걱정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함께 헤쳐 나가자 응원하시고

잘해 낼 거라고 믿어주는 마음...


다음날 국어시간에 한 장 한 장 읽어 주었다. 읽어 내려가다 나 자신이 울컥해지기도 하여 목소리가 떨릴 때도 있었다. 자신의 부모님께서 써 주신 편지글을 듣다가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이 편지글에서 어떤 마음이 전해지는지, 이 글을 다 듣고 나서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는지 물었다.


부모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평소에는 짧은 글은 받아봤는데 이렇게 긴 글을 받으니까 감동이 돼요.
엄마한테 편지 처음 받아서 너무 좋아요.
편지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니까 오글오글 거려요.

OO이가 한 말이 울림이 있었다.

부모님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녀 때문에 기쁘다고 말씀하고 계신데, 계속 들을수록 뭔가 슬퍼요...


맞다.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게 맞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단순한 환희와 열광과는 다른 것 같아. 태의 열매로 시작된 때부터 출산하여 지금 현재의 너희까지 양육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눈물과 인내를 쏟았는지 몰라. 그래서 그 사랑이라는 캡슐 안에는 '인고(忍苦)', '애환(哀歡)'과 같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네가 '슬픔'이라고 표현한 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라고 잠깐동안 생각해 보았다.


이 정도면 우리 반 친구들은 글을 읽고 글쓴이가 어떤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지, 어떤 표현으로 전했는지 분명하게 알아내지 않았나?

이 수업의 목표는 충분히 도달된 듯하다. 이런 글들에 동기화되어 우리 친구들은 다음 차시에 하게 될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도 잘해 낼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수업을 잘했느냐 못했느냐, 수업 목표에 도달했느냐 못했느냐가 아니다. 교사로서 하루 동안, 일주일 그리고 한 달 한 달 많은 수업을 한다. 나의 수업에 대하여 때로는 괜찮았다고 느끼기도 하고 어느 때는 형편없었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 밀려오는 좌절감도 크다. 하지만 이번처럼 뭔가 나 자신도 뭉클한 감동이 있는 한 번의 수업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도 우리 반 친구들에게 나의 마음을 전해 본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사랑받고 있는 존재예요.


저 뒤 게시판에 붙여둔

여러분 부모님의 편지가

그 편지에 담긴 마음이

여러분과 선생님을 지켜보고 있어요.


우리 서로 존중해요.

선생님도 여러분을,

여러분도 선생님을,

여러분 자신을,

그리고 서로서로를

소중하게 대해요.


우린 다 어느 가정에게 보내어진 '선물'이고,

누군가의 '보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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