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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맘 뤼 Dec 08. 2024

자폐스펙트럼 아이에게 정상 같다는 말은 칭찬일까?

자폐 성향 존중하기 (3)

마이레인보우베이비 계정을 만들고 앨리스의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한 지 일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다. 앨리스의 영상에는 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댓글도 많았지만, 상당수의 댓글에서는 아이가 정상 같다는 언급이 있었다. 자폐스펙트럼의 범주에 있는 아이에게 “정상” 같다는 말은 칭찬일까? 나는 이러한 댓글들을 볼 때마다 불쾌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가 정상인 것 같다는 말의 이면에는 자폐인은 비정상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비자폐인은 정상이고 자폐인은 비정상일까? 애초에 정상인이라는 개념은 신화와 같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어떤 장애나 질병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치지 않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따라서 비자폐인이라고 해서 모두 정상인은 아니다. 아니, 이 세상에 완벽한 정상인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신경정형인을 기준으로 하는 세상에서 자폐인들이 비주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주류는 비정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폐인은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의 유형이다. 비록 소수이지만 세상의 많은 부분은 자폐인들로 인해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다. (아인슈타인, 에디슨 등의 혁신가들은 상당수가 자폐인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자폐인을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은 심각한 장애 차별적인 발상일 뿐만 아니라 인류사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실제로 내 아이는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가 아닌 것처럼 보이든 말든 자폐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폐가 아닌 것 같다며 자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나타내는 댓글을 계속 남기는 것은 아이가 가진 장애를 비난하는 것이고 이는 곧 아이를 비난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장애가 있다고 한다면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장애에 부정적인 감정을 투사하고 장애를 극복하기를 바라거나 애초에 장애 판정이 잘못된 것 같다고 우기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타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누군가가 자폐인이라고 한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자. 비자폐인들의 삶의 모습이 다양하듯이 자폐인들의 삶의 모습도 다양하다. 자폐성 장애는 스펙트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인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한지 비자폐인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자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장애를 부정하는 것은 심각한 오만이다.      


셋째,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원래 진단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베테랑 소아정신과 전문의도 특정 아이의 짧은 영상만을 보고 자폐 진단을 내릴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자폐인에게 본인들이 생각하는 자폐의 극단적인 특징이 한눈에 보이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특징들이 보이지 않으면 진단이 잘못되었다고 부정한다. 특정 질병이나 장애에 대해서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진단을 부정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인데도 말이다. 


자폐스펙트럼의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이해도도 함께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정상”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편견과 아집이 주류의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허용되는 세상은 멈춰야 한다. 앨리스와 같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땐 자폐인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사라지고 사람 그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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