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는 두가지 버전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곡을 차분히 들어보면 같은 역사를 노래하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결이 참 다르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습니다.
박정현이 부른 ‘대한이 살았다’는 처음부터 마음을 크게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정재일의 피아노가 조용히 문을 열듯 시작하다가 점점 장대한 물결처럼 번져 나가고 그 위로 박정현 씨의 힘 있고도 깊이 있는 목소리가 쏟아집니다.
그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흔드는 힘이 있습니다.
여기에 김연아의 담담하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 내레이션이 더해지면 마치 오래전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편지를 바로 눈앞에서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 곡은 영웅들의 용기와 숭고한 정신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듣는 이로 하여금 그 감정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합니다.
또 이 버전은 단순한 음악 감상에 그치지 않고 좋아요나 공유만으로도 기부가 이어지는 프로젝트로 제작되어서 노래를 듣는 순간 나도 그 뜻에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은, 멜로디의 힘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마음속에 다시 새겨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 안예은이 부른 ‘8호 감방의 노래’는 같은 이야기를 완전히 다른 결로 풀어냅니다.
시작부터 국악적인 울림이 귀를 서늘하게 스칩니다.
악기의 소리 속에는 서대문형무소의 차갑고 습한 공기가 스며 있는 듯하고 안예은의 목소리는 그 어둡고 좁은 공간 안에서 한 줄기 빛처럼 번져 나옵니다.
그의 노래는 화려하게 치솟기보다 낮고 조심스럽게 흐르지만 그 안에 담긴 한 마디 한 마디가 깊이 파고들어 듣는 이의 가슴을 서서히 조여 옵니다.
가사 속 단어들은 눈물 속에서 깎여 나온 듯 날카롭고도 애절하며 발음 하나하나가 그 시절의 고통을 증언하는 듯합니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실제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 앞에서 촬영되었는데 그 차갑게 굳은 벽과 오래된 철문, 그리고 묵묵히 노래하는 가수의 모습이 어우러져서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살아 있는 기록처럼 느껴집니다.
박정현 버전이 마치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살아남았다”고 외치는 것이라면, 안예은 버전은 감방 안에서 벽을 바라보며 “우리가 이렇게 버텼다”고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두 곡 모두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며 만들어졌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목적도, 전하려는 메시지도 동일합니다.
잊혀서는 안 될 역사를 기억하고 그 안에서 싸웠던 이들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겠다는 마음이 두 노래 모두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보입니다.
하나는 장엄하고 드라마틱하게, 또 하나는 담담하지만 깊은 슬픔으로 이야기를 전합니다.
같은 사건을 노래하면서도 한쪽은 영웅들의 불굴의 모습을 기리고 다른 한쪽은 그 뒤에 감춰진 피와 눈물, 그리고 견뎌낸 고통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두 곡을 이어 들으면 마치 한 편의 영화 속에서 전투 장면과 회상 장면을 번갈아 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진 뒤, 그 뒤편에서 조용히 흐르는 눈물과 기억이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차이 덕분에 두 곡은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합니다.
한쪽이 빛이라면 다른 한쪽은 그림자입니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가 있기에 빛의 의미가 더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두 곡 모두를 함께 들어야 비로소 그 시대의 숨결과 온기가 온전히 전해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