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엄마의 고독한 육아일기
내 아이는 수를 지독히도 사랑한다.
8살 난 아이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날씨앱을 눌러 최고, 최저, 체감온도까지 체크하고 어제기온과 비교하거나 몇 년 치 데이터를 줄줄 외우며 기후온난화를 걱정한다.
새 학기가 되면 친구들의 외모, 인상, 말투부터 파악하는 것이 보통인데 내 아이는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생일이나 번호, 키 등의 데이터를 적은 A4용지를 들이밀곤 했다.
어린이집에선 세 살 배기가 자동차나 블록장난감 대신 클레이로 숫자를 만들거나 사칙연산을 끼적이고, 온종일 구구단송을 부르고, 하원한 후에는 가로등마다 쓰여있는 번호를 지도삼아 이 동네 저동네로 ‘숫자모험’을 떠났다.
무슨 자랑을 이리도 거창하게 하냐고?
몰입의 깊이가 아이가 겪었을 외로움의 깊이와 같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저릿저릿 아려온다.
공감받지 못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고독은 덤이다.
지적호기심, 빠른 인지발달..
영재아를 대표하는 말이다.
과흥분성, 몰입, 감각적 예민함, 정서와 인지발달의 불균형…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영재아들의 특성이다.
특성을 알 리 없는 선생님들의 부정적인 피드백, 똑똑한 게 다는 아니라는 사람들의 시선.
아이와의 일상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물론 한 번씩 놀래키는 영민함, 독특한 뇌구조는 지루한 육아일상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티키타카 티격태격 순탄하진 않지만 지루하지 않은 일상을 공유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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