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는 아빠를 회상하며 한숨처럼 몇 마디를 내려놓았다.
'아빠는 자식들 한테 남겨줄 재산이 없다고 그 아픈 와중에도 나한테 로또를 사달라고 부탁하셨다'
마지막 가시는 길목에서도, 항암치료에 힘든 숨이 차오를 때까지도 아빠는 그런 분이셨다.
나는 어릴 적 매주 주택복권을 사는 아빠의 모습이 왠지 싫었다.
초등학교 일기장에 아빠의 복권에 관한 글을 썼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주신 피드백은 행운을 지나치게 바라는 것에 대한 우려스러움 뿐이었다.
아빠의 가벼운 취미정도로만 여겼던 일이, 나이가 들며 그것은 점점 노력없이 요행을 바라는 안 좋은 습관으로만 인식되어 버렸다.
그래서 난 이 나이 되도록 한 번도 로또를 사본적이 없다.
한마디로 행운에 대한 기대조차 없는 아이로 자라게 되었다.
하지만, 아빠는 매우 성실한 분이셨다.
30년을 넘어 정년까지 무려 훈장을 받으며 은퇴하셨다.
아빠의 복권 취미에는 지켜내야 할 많은 자식들과, 장남으로서 눌렸던 무게감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묻어있었다.
그런데 그땐 그걸 몰랐다.
아빠에게 복권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붙잡고 싶은 '희망'이었다.
결코 놓고 싶지 않은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