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장을 읽고
2024년 11월 20일
여호와께서 그를 생각한지라: 사무엘상 1장을 읽고
오늘 사무엘상 1장을 읽으며, 사사기의 마지막 장면들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이 타락하고, 백성들은 극도로 악해진 시대였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판단하며 스스로 정의를 내세웠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은 채 악을 징벌하려 했다. 베냐민 지파의 죄악은 마땅히 징벌받을 일이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그들을 멸절하려 했다.
하나님께서 발람의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셨듯이, 이스라엘 지파의 멸절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한 족속을 멸하는 것에 대해 아무 의문도 품지 않았다. 공의와 정의를 외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계획에 대한 그들은 무지와 교만 속에서 살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과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한나라는 여인이 살았다. 한나는 브닌나의 끊임없는 도발과 엘가나의 위로 속에서도 깊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엘가나는 한나에게 특별한 사랑을 보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한나의 기도를 늦추거나, 브닌나의 도발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한나의 마음속에는 자녀가 없다는 서러움과 하나님의 축복에서 멀어진 것 같은 깊은 애통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오늘 주목한 것은 한나의 태도다. 브닌나의 괴롭힘, 자신이 아들을 대신할 수 있다는 엘가나의 말, 심지어 엘리 제사장의 오해까지, 한나는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한나는 억울함과 분노에 휩싸이지 않고, 엘리 제사장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차분히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며 말했다.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나의 원통함과 격분됨을 가지고 지금까지 말하였나이다. 나를 악한 여자로 여기지 마옵소서.” (사무엘상 1:15-16)
한나는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께 맡겼다. 브닌나와 엘가나, 그리고 엘리의 오해 속에서도 한나는 사람을 원망하거나 상황에 매몰되지 않았다. 그녀는 오직 하나님을 붙들며 자신의 애통함을 기도로 승화시켰다.
하나님은 한나를 끝까지 몰아가신 것처럼 보이셨다. 브닌나의 도발, 엘가나의 서툰 위로, 엘리의 무관심까지, 모든 것이 한나를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나는 그 시험 속에서도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흠잡을 곳 없는 믿음으로 응답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께서 그녀의 간구를 들으셨다. “여호와께서 그를 생각하신지라.” (사무엘상 1:19)
"하나님 아버지, 한나처럼 고난 속에서도 주님을 바라보게 하소서. 주님께 온전히 맡기며 기도하게 하시고, 제 삶의 작은 순종이 주님의 큰 계획 안에서 쓰임 받게 하소서. 주님, 저를 기억하시고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