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젤라 Oct 27. 2024

연약함과 순종 사이에서

은혜를 구하는 삶의 자세

이스라엘에 갔다. 그 땅이 단순히 흙과 돌의 집합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곳은 아브라함과 이삭, 사울과 다윗이 걸었던 길, 하나님과의 언약과 관계 속에서 그들의 삶이 펼쳐졌던 성지였다. 그 길을 걸을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나를 둘러싸는 듯했다.

먼저 아브라함과 이삭이 떠오른다. 이들은 하나님의 큰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움 속에서 연약함을 드러내곤 했다.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 이야기는 부끄러운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연약함을 탓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아브라함과 이삭을 보호하셨고 약속을 지키셨다. 하나님께서 이들의 두려움을 죄로 보지 않으시고 자비로 덮어주셨다. 이를 통해, 나 또한 연약함을 감추지 않고 하나님께 정직하게 내어놓을 용기를 얻는다. 주님의 인내와 사랑 안에서 나의 약함을 받아들이며, 연약함 속에서도 주님을 신뢰하게 된다.

사울의 이야기는 다른 경우이다. 사울은 하나님께 기름부음 받은 왕이었지만, 자신의 교만과 욕망으로 인해 하나님의 은혜를 놓치고 말았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사무엘의 말을 사울은 가벼이 여겼고, 하나님보다 자신의 뜻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윗을 두려워하여 질투와 시기에 사로잡히며, 끝내 하나님의 계획을 거부했다. 사울의 이야기는 내 안의 교만이 얼마나 쉽게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울처럼 되지 않기 위해, 하나님의 섭리 앞에 내 뜻을 내려놓고 오직 겸손히 순종하기를 다짐한다.

다윗의 이야기는 내게 특별한 깨달음을 준다. 다윗은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로 기억되지만, 밧세바를 탐한 순간 그의 욕망은 큰 죄로 이어졌다. 하나님께서는 나단 선지자를 통해 다윗을 꾸짖으셨는데, 그 비유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윗이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자의 소유를 탐냈음을 깨닫게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받은 축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탐했던 죄를 지적하셨다. "내가 네게 이것저것을 더 주었으리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주신 축복에 만족하고 감사하지 않았던 다윗의 죄가 분명해진다.

이 교훈을 나의 삶에 적용해본다. 내 마음 속 욕망과 불만족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연약함을 아시고 기다리시지만, 나에게도 순종과 겸손을 요구하신다. 하나님께 받은 축복에 감사하고 그 안에서 만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나의 연약함을 덮으시고 인내하시는 사랑에 합당한 응답일 것이다.

또한, 나의 일상 속 작은 선택들—기도를 소홀히 하거나, 예배 준비를 게을리 하거나, 영적 훈련에 힘쓰지 않는 것들—이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를 위협하는 조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말씀을 업신여기지 않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경건하게 행동하는 삶이 무엇인지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된다. 예배 준비의 사소한 일들조차 주님을 향한 경외와 헌신의 표현이라면, 내가 드리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 앞에서 거룩해야 할 것이다.

매일매일 영과 진리로 예배하는 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말씀을 가까이하고 기도에 충실하며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길 다짐한다. 내 삶의 운전대를 온전히 주님께 맡기는 것이야말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의 본질임을 깨닫는다. 날마다 회개함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주님의 은혜를 구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내 삶의 크고 작은 순간을 통해 내가 주님의 뜻 안에서 바르게 살아가길 원하신다. 나의 일상 속 작은 행위와 선택조차,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고 나를 이끄시는 과정의 일부라면, 나는 언제나 겸손과 순종으로 응답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하늘과 땅에 새겨진 하나님의 흔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