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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07. 2024

받아치는 여자 받아주는 여자 2

영수와 현숙 아울렛 방문     


오늘은 현숙과 오랜만에 아울렛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다. 

주말이라서 가는 길이 많이 막히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가면 지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영수가 필요한 옷이나 다른 상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쇼핑을 좋아하는 현숙을 위해서 아울렛에서 구경도 하고 점심식사도 푸드 코트에서 먹을 계획이다. 최근 백화점도 그렇지만 아울렛도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유명한 맛 집들을 신규로 대거 유치하여 운영하고 있어 평소 블로그를 통해 가고 싶었던 맛 집 두 군데를 목록에 올려두고 현숙을 데리러 차를 운전하고 간다.   


화창한 4월이라서 옷차림은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으로 화이트 이너웨어 위에 스카이 블루 긴팔 마 셔츠를 입고 바지는 화이트 바지다. 

여유 있게 출발했고 길이 막히지 않아 약속시간인 11시보다 20분 일찍 현숙의 집 근처 약속장소에 도착한 영수는 기다리며 어제 저녁에 드라이브 중 들으려고 준비한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체크한다.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약속시간 10분이 지나서 현숙이 노란색 브이넥 티셔츠에 옅은 주황색 바지를 입고 빠른 걸음으로 온다. 

“많이 기다렸지. 나오는데 엄마가 어제 온 우편물을 찾아달라고 해서 늦었어. 미안해.” 현숙이 늦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듯이 숨을 조금 헐떡이며 얘기한다. 

“아냐, 나도 방금 도착했어.” 영수는 데이트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어서 오래 기다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사실 영수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거지 현숙이 많이 늦은 건 아니다. 

“오늘 현숙씨 옷 입은 것을 보니 완전 봄이 느껴지네.” 영수는 현숙의 옷차림을 칭찬한다. 

“영수씨도 오늘 패션 내 마음에 들어. 센스 있게 입었어.” 현숙도 영수를 칭찬해준다. 

“더 길이 막히기 전에 얼른 출발하자. 네비를 보니 지금 출발하면 1시간 20분 걸려.” 현숙이 차에 타자 영수는 네비를 통해 가는 길을 다시 한번 점검한 후 출발한다. 

상습 정체구간을 시속 20Km 정도로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고속도로를 탔는데 그래도 법적허용 최고속도는커녕 50Km 이하로 달릴 수밖에 없다. 

영수는 도로가 막혀서 짜증이 나지만 현숙이 있어 애써 참으며 음악을 튼다. 플레이 리스트는 그동안 현숙이 대화 중에 좋아한다고 언급했던 곡들로 채웠다. 창문을 닫고 달리는 차 안에 음악이 흐르자 바깥의 도로 정체를 조금은 잊을 수 있다. 

“어,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네. 영수씨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 비슷한가봐.” 현숙은 평소에 자기가 얘기한 것을 모르고 영수와 음악 취향이 통한다는 생각에 기분 좋아한다. 

영수는 그런 현숙을 보며 평소에 현숙이 좋아한다는 곡들을 기억해서 오늘 준비해 온 자신의 센스에 스스로 칭찬한다. 준비한 플레이 리스트를 전곡 다 들었을 때쯤 아울렛에 도착한다. 

주말이라서 방문객이 많은지 주차장도 빈자리가 많이 없어 지하 3층까지 가서 겨우 주차한다.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12시 50분이다. 영수는 어제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 잔 한 후 오늘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무것도 못 먹고 나와서 배가 많이 고프다. 이제 푸드 코트에 가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현숙과 느긋하게 구경하면 화창한 봄날의 오후 데이트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길이 막혀서 차타고 온다고 힘들었지? 어서 점심 먹으러 가자.” 영수가 3층 푸드 코트로 현숙을 재촉한다. 

“어? 아울렛 왔는데 옷 구경 안하고 밥부터 먹자고?” 현숙은 눈앞에 옷가게들이 즐비한데 한 군데도 방문하지 않고 밥부터 먹자는 영수를 이상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어? 나는 밥부터 먹고 여유 있게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영수는 배가 고파서 밥부터 먹자고 하는 게 왠지 부끄러워 강하게 의견을 밀어붙이지 못한다. 

“그래도 아울렛 왔는데 옷가게부터 먼저 들러주는 게 예의 아니야? 한두 군데만 가볍게 구경하고 밥 먹자.” 현숙이 한두 군데만 구경한다는 데 그걸 거절하기는 힘들다. 

“그래, 그렇게 하자.” 영수는 바로 식당에 가려고 생각하여서인지 갑자기 배가 더욱 고파졌지만 내색은 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벌써 저만큼 앞서가는 현숙의 뒤를 따른다. 


“영수씨! 이 가게 들어가 보자. 봄여름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네. 색상들이 화사하고 디자인도 다 예쁘다.” 첫 번째 가게에 들어가니 따뜻해진 날씨에 맞춰 화려한 색상과 과감한 디자인의 옷들이 눈길을 끈다. 

현숙은 잔뜩 신이 나서 이리저리 살피느라 눈이 바쁘다. 행거에 걸린 옷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현숙은 민트 그린색 원피스를 고르더니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한다. 

그때 가게 판매원이 달려와서 현숙에게 사이즈를 물어보고 옷을 직접 골라 입어보라고 권한다. 

현숙은 바로 피팅룸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마음에 드는지 행복한 표정이다. “영수씨, 이 옷 어때? 예쁘지? 나한테 어울려?” 빠르게 물어본다. “응, 예뻐. 어울려.” 밥부터 먹고 싶은 영수는 정해진 답을 건성으로 한다. 

현숙은 영수의 조금은 김빠진 반응에 실망한듯하더니 ‘현숙을 위한 옷 같다’는 판매원의 칭찬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제품의 재고가 많이 없어 현숙의 사이즈 옷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며 지금 구입하라는 판매원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현숙은 그래도 첫 가게에서 바로 구매하기는 싫었는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옷을 벗어 걸어두고 가게를 나온다. 


“마음에 드는 옷도 골랐으니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영수는 점점 더 배가 고파지고 사실 쇼핑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별로 없어서 출발 전에 블로그로 살펴 본 돈까스집과 태국음식점 중 어디를 갈까 하는 생각뿐이다. 

“이제 한 군데밖에 안 봤는데 한 가게만 더 가보고 밥 먹자. 저기 건너편 가게에 가보자.” 현숙은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밥보다는 예쁜 옷들이 가득한 아울렛을 방문하면 당연히 쇼핑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성큼성큼 걸어 가게로 들어가는 현숙을 영수는 할 수 없이 뒤따라 들어간다. 현숙은 마치 첫 가게에 들어간 것처럼 행거에 걸린 옷들을 꼼꼼하게 한참을 살펴보더니 이전 가게에서 본 것과 비슷해 보이는 원피스를 골라 들고 영수에게 물어본다. 

“이 원피스 어때? 아까 본 옷과 비교하면 어떤 게 더 예뻐?” 

“어, 예뻐. 그런데 똑같은 옷 아냐?” 영수는 메이커만 다르지 색깔도 디자인도 똑같아 보여 무슨 옷이 더 예쁜지 답을 할 수가 없어 당황한다. 

“무슨 얘기야. 완전 다르지. 색상도 아까 옷은 민트 그린, 이 옷은 브라이트 그린이고 칼라 디자인도 전혀 다른데.” 현숙은 두 옷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영수가 이해되지 않는다. 

“영수씨, 빨리 밥 먹으러 가려고 내 옷에 관심이 너무 없는 거 아냐?” 현숙이 섭섭하다는 듯이 얘기한다. 

배가 많이 고파서 이제 다른 것은 관심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참으며 따라다닌 영수는 그런 얘기를 들으니 조금 화가 난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고 내 눈에는 정말 그게 그거 같아서 그래. 그리고 이제 두 군데 봤으니까 밥 먹으러 가자. 벌써 2시가 다됐어.” 영수도 이제 참기가 힘들어진다. 

“알았어. 그런데 왜 짜증을 내고 그래. 가게 두 군데 보고 점심 먹기로 했잖아.” 현숙이 정색을 하며 따진다. 

옷을 사러 갈 때 처음 간 가게에 맞는 사이즈와 원하는 색상의 옷이 가격만 적당하면 대개의 경우 그 가게에서 그 옷을 구매함으로써 쇼핑이 끝나는 영수는 ‘두 군데 가게를 방문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어. 이럴 줄 알았으며 밥부터 먼저 먹자고 밀어붙일걸 그랬어.’ 하는 말을 속으로 삼킨다. “그래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 거야?” 현숙이 양보하듯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영수도 더 이상 이 문제로 다투기는 싫어서 화제를 점심 메뉴로 돌린다. 출발 전에 미리 검색해 둔 돈까스집과 태국음식점을 폰으로 보여주며 현숙에게 선택하라고 한다. 

현숙은 영수의 폰을 받아 블로그 평을 잠시 살펴보더니 “오늘은 두 군데 다 별로야. 한참 걸었더니 더운데 시원한 평양냉면 먹으러 가자.” 한다. 

스무 군데가 넘는 아울렛 식당들을 전부 살펴보고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식당 두 군대를 심사숙고해서 고른 영수는 김이 샌다. 그렇지만 점심 메뉴로 현숙과 실랑이 하는 것은 배려심이 없고 까다롭게 보일까봐 영수는 같이 냉면을 먹으러 간다.      

유명한 냉면집을 어렵게 입점시켰다고 아울렛에서 선전을 많이 하여서인지 가게는 웨이팅이 많아 대기번호 12번을 뽑고 한참을 기다려 마침내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할 수 있다. 식당에서 기다리면서 영수는 더욱 배가 고파졌는데 다행히 주문한 평양냉면은 금방 나온다. 동네에서 먹는 냉면보다 양이 적어 보이는데 급하게 다섯 젓가락을 먹고 육수를 마시니 냉면 그릇이 바닥을 보인다. 고개를 들어 현숙을 보니 아직 반도 안 먹었다. 더 이상 먹을 게 없는 영수는 급하게 주문하느라 만두를 같이 시키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달리 할 일이 없어 영수는 폰을 보며 현숙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는데 이런 영수를 보는 현숙의 표정이 좋지 않다. 영수는 돈까스나 밥 종류를 먹고 싶었는데 양도 적게 나온 냉면을 먹어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데 현숙은 먹고 싶다던 냉면을 반쯤 남기더니 젓가락을 놓는다. 

“어, 다 안 먹어? 양도 얼마 안 되는데 그걸 남기네.” 영수가 면이 많이 남은 냉면 그릇을 보며 얘기하자 현숙이 “됐어. 그만 먹을래. 배 불러.”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영수는 현숙이 먹는 거보다는 쇼핑에 더 마음이 끌린다 생각하고 얼른 일어나 현숙을 뒤따른다.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해둔 가게 있어?” 영수가 물으니 “아냐. 그만 집에 가자. 길 막히기 전에 그만 돌아가자.” 한다. 

“뭐? 쇼핑하기로 했잖아. 왜 그래?” 영수는 당황한다. 

“아냐, 그냥 가자. 영수씨도 쇼핑에 관심 없고 나도 쇼핑할 기분 아니야.” 황당해하는 영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현숙은 벌써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영수는 현숙을 막아서며 “아까 점심 먹고 제대로 쇼핑하기로 했잖아. 막힌 도로를 한 시간 반 걸려 운전해서 왔는데 벌써 가자고?” 영수는 볼멘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영수씨는 힘들게 운전해서 온 게 아까운거지? 그렇지만 쇼핑은 기분 좋게 해야 하는데 오늘은 영 아니야. 미안하지만 그만 갔으면 좋겠어.” 현숙은 마음을 굳힌 듯하다. 

현숙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나오면 어떠한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상 아는 영수는 포기하고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주차장으로 와 차에 탑승하며 “아까 봤던 옷 마음에 들어 했는데 안사도 돼? 그 가게라도 다시 가볼까?” 하자 “아냐, 오늘은 됐어. 며칠 내로 친구랑 다시 올 거야.” 한다. 

현숙이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영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져서 말없이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돌아오는 길도 여전히 막히지만 그보다 오늘 일정이 엉망이 된 게 더 힘이 빠진다. 

길은 막히고 현숙은 창밖을 바라보며 별 얘기를 하지 않아 차안은 어색한 공기만 흐른다. 영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음악을 켜는데 현숙이 조용하게 가고 싶다고 잠시 음악을 꺼달라고 하여 현숙의 집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대화도 음악도 없이 침묵 속에서 운전을 하고 온다. 

“운전하느라 수고했어. 잘 가. 가서 쉬어.” 현숙이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으로 가려 한다. 

“응, 현숙씨도 수고했어. 잘 가.” 영수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인사를 하고 현숙이 돌아서 집으로 향하자 차를 돌려 출발한다.     

쇼핑을 좋아하는 현숙을 위해 길이 막할 것을 감수하고 장시간 운전하여 일부러 아울렛을 갔는데 냉면만 먹고 온 셈이다. 

오늘 데이트를 준비하며, 그리고 아울렛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상상했었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감정이 상한채로 집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배가 고파도 참고 현숙이 밥을 먹자고 할 때까지 옷 구경을 더 오랫동안 하게 했어야 했나? 냉면도 배고프다고 급하게 먹지 않고 현숙의 속도에 맞춰 먹었어야 했나?’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영수는 지키고 피곤하여 내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오늘은 그만 집에 가서 쉬려고 한다.                          



상철과 선희 아울렛 방문     


오늘은 선희와 오랜만에 아울렛에서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다. 

주말이라서 가는 길이 많이 막히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가면 지루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상철이 필요한 옷이나 다른 상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쇼핑을 좋아하는 선희를 위해서 아울렛에서 구경도 하고 점심식사도 푸드 코트에서 먹을 계획이다. 

최근 백화점도 그렇지만 아울렛도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유명한 맛 집들을 신규로 대거 유치하여 운영하고 있어 평소 블로그를 통해 가고 싶었던 맛 집 두 군데를 목록에 올려두고 선희를 데리러 차를 운전하고 간다.   


화창한 4월이라서 옷차림은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으로 화이트 이너웨어 위에 스카이 블루 긴팔 마 셔츠를 입고 바지는 화이트 바지다. 

여유 있게 출발했고 길이 막히지 않아 약속시간인 11시보다 20분 일찍 선희의 집 근처 약속장소에 도착한 상철은 기다리며 어제 저녁에 드라이브 중 들으려고 준비한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체크한다.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고 있으니 약속시간 5분 전인 10시 55분에 선희가 노란색 브이넥 티셔츠에 옅은 주황색 바지를 입고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다. 

“일찍 도착했네. 차를 세워서 기다릴 데가 마땅찮아서 내가 먼저 나와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내가 늦었네.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선희가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한다. 

“아냐, 나도 방금 도착했어.” 상철은 선희가 늦은 것도 아닌데 미안해하는 것 같아서 오래 기다린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늘 선희씨 옷 입은 것을 보니 완전 봄이 느껴지네.” 상철는 선희의 옷차림을 칭찬한다. 

“상철씨도 오늘 패션 내 마음에 들어. 센스 있게 입었어.” 선희도 상철을 칭찬해준다. 

“더 길이 막히기 전에 얼른 출발하자. 네비를 보니 지금 출발하면 1시간 20분 걸려.” 선희가 차에 타자 상철은 네비를 통해 가는 길을 다시 한번 점검한 후 출발한다.      

상습 정체구간을 시속 20Km 정도로 지나고 나서야 제대로 고속도로를 탔는데 그래도 법적허용 최고속도는커녕 50Km 이하로 달릴 수밖에 없다. 

상철은 도로가 막혀서 짜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선희가 준비해 온 간식을 먹으며 지난 번 만남에서 좋았던 순간들을 화제로 얘기를 나누며 가니 운전이 즐겁다. 

상철은 선희를 위해 준비한 음악을 켠다. 플레이 리스트는 그동안 선희가 대화 중에 좋아한다고 언급했던 곡들로 채웠다. 창문을 닫고 달리는 차 안에 음악이 흐르자 바깥의 도로 정체는 잊고 음악에 집중이 된다. 

“어,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네. 상철씨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 비슷한가봐. 아, 전에 내가 좋아한다고 한 곡들을 기억하고 있었나?” 선희는 그동안 자기가 얘기한 것이 생각나서 상철이 자신을 위해서 준비한 것인지 웃으며 물어본다.  

“당연히 선희씨가 얘기한 거 기억해뒀다가 오늘을 위해서 준비해왔지. 그런데 선희씨가 좋아한다고 한 음악들이 내가 좋아하는 거랑 겹쳐서 기억이 잘 났어.” 상철은 음악을 준비하며 선희와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고 느껴서 얘기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선희가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는 음악이 통하니까 좋네.” 한다.      

차 안에서 데이트를 하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금방 아울렛에 도착한다. 주말이라서 방문객이 많은지 주차장에 빈자리가 많이 없어 지하 3층까지 가서 겨우 주차한다. 주차를 마치고 차에서 내려 시계를 보니 어느 새 12시 50분이다. 상철은 어제 저녁에 친구들과 술 한 잔 한 후 오늘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무것도 못 먹고 나와서 배가 많이 고프다. 이제 푸드 코트에 가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선희와 느긋하게 구경하면 화창한 봄날의 오후 데이트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길이 막혀서 차타고 온다고 힘들었지? 어서 점심 먹으러 가자.” 상철이 앞장서서 3층 푸드 코트로 선희를 인도한다. 

“어? 아울렛 왔는데 옷 구경을 한 군데도 안하고 밥부터 먹자고? 상철씨 배가 많이 고픈가보다.” 선희는 눈앞에 옷가게를 비롯한 각종 점포들이 즐비한데 한 군데도 방문하지 않고 밥부터 먹자는 상철을 바라보며 묻는다.  

“어? 나는 밥부터 먹고 여유 있게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상철은 배가 고파서 밥부터 먹자고 하는 게 왠지 부끄러워 강하게 의견을 밀어붙이지 못한다. 

“그래도 아울렛 왔는데 상철씨가 괜찮으면 옷가게부터 한두 군데만 가볍게 구경하고 밥 먹자.” 선희가 한두 군데만 구경한다는 데 그걸 거절하기는 힘들다. 

“그래, 그렇게 하자.” 상철은 바로 식당에 가려고 생각하여서인지 갑자기 배가 더욱 고파졌지만 승낙해주기를 기다리며 바라보는 선희의 눈빛에 옷가게를 한두 군데 먼저 가기로 한다.   


“상철씨! 이 가게 들어가 보자. 봄여름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네. 색상들이 화사하고 디자인도 다 예쁘다.” 첫 번째 가게에 들어가니 따뜻해진 날씨에 맞춰 화려한 색상과 과감한 디자인의 옷들이 눈길을 끈다. 

선희는 잔뜩 신이 나서 이리저리 살피느라 눈이 바쁘다. 행거에 걸린 옷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던 선희는 민트 그린색 원피스를 고르더니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한다. 그때 가게 판매원이 달려와서 선희에게 사이즈를 물어보고 옷을 직접 골라 입어보라고 권한다. 

선희는 바로 피팅룸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마음에 드는지 행복한 표정이다. “상철씨, 이 옷 어때? 예쁘지? 나한테 어울려?” 빠르게 물어본다. “응, 예뻐. 잘 어울려.” 상철은 선희를 보며 엄지를 들어 진심으로 예쁘다고 한다. 선희는 상철의 칭찬에 활짝 웃으며 좋아한다. 

제품의 재고가 많이 없어 선희의 사이즈 옷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며 지금 구입하라는 판매원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선희는 그래도 첫 가게에서 바로 구매하기는 싫었는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옷을 벗어 걸어두고 가게를 나온다. 


“마음에 드는 옷도 골랐으니 이제 점심 먹으러 가자.” 상철은 점점 더 배가 고파지고 사실 쇼핑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별로 없어서 출발 전에 블로그로 살펴 본 돈까스집과 태국음식점 중 어디를 갈까 하는 생각뿐이다. 

“밥 먹기 전에 두 군데 정도 가보기로 했는데 상철씨가 배가 많이 고픈가 보다. 하긴 길 막히는데 운전을 하고 와서 피곤하고 배도 고프겠다. 그래, 첫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도 봤으니 밥 먹고 여유 있게 다른 가게들 구경하기로 하자. 사실 나도 배가 조금 고프다.” 선희가 마음 좋게 양보해 준다.     

“점심은 뭘 먹을까? 상철씨가 생각해 둔 메뉴 있어?” 선희가 묻는다. 

상철은 선희의 양보에 고마워하며 검색해 둔 돈까스집과 태국음식점을 폰으로 보여주며 선희에게 선택하라고 한다. 

선희는 상철의 폰을 받아 블로그 평을 꼼꼼하게 살펴보더니 “오늘은 태국음식 먹어볼까. 상철씨가 추천하는 두 군데 다 평이 좋은데 태국음식이 더 좋아 보여.” 

사실 선희는 집에서 상철이 오기를 기다리며 아침을 먹고 와서 점심은 시원한 평양냉면으로 간단하게 먹고 싶지만 스무 군데가 넘는 아울렛 식당들을 전부 살펴보고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식당 두 군데를 심사숙고해서 골랐을 상철의 수고를 생각해서 둘 중에서 누들로 가볍게 먹을 메뉴가 있는 태국음식점을 선택한다.      

유명한 음식점을 어렵게 입점시켰다고 아울렛에서 선전을 많이 하여서인지 방문한 태국음식점도 웨이팅이 많아 대기번호 12번을 뽑고 한참을 기다려 마침내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할 수 있다. 

상철은 식당에서 기다리면서 더욱 배가 고파져서 급하게 먼저 뿌팟뽕커리와 공기밥을 시키고 선희에게 무엇을 먹을 건지 물어본다. 

선희는 “상철씨가 밥을 시켰으니 나는 팟 타이 시켜서 같이 먹자.” 한다.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음식이 나오는데 배가 고픈 상철이 급하게 먹고 선희는 그런 상철을 웃으며 바라보다 팟타이를 먹기 시작한다. 

기대한대로 음식은 맛이 있었으며 상철은 공기밥을 비벼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다. 고개를 들어 미경을 보니 아직 반도 안 먹었다. 

“상철씨, 팟타이도 맛있어. 먹어봐.” 하는데 상철은 그제야 두 가지 음식을 같이 먹어보자고 한 선희의 말이 생각난다. 

“아, 미안. 배가 고파서 뿌팟뽕커리를 허겁지겁 나만 다 먹어버렸네. 어떡하지?” 빈 접시를 보며 상철이 민망해하자 선희는 “맛있게 잘 먹었으면 됐어. 사실 나는 아침을 먹고 와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팟 타이 같이 먹자. 양이 많아서 나는 다 못 먹어.” 하며 그릇을 식탁의 중간으로 옮겨준다. 

상철은 선희의 팟 타이까지 같이 먹으니 이제 배가 많이 부르며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이제 쇼핑하러 가볼까? 시간 여유가 많으니 천천히 구경하자.” 상철이 배고프다고 옷가게도 한 군데만 간 후 밥을 먹으러 가주고, 뿌팟뽕커리를 혼자만 먹은 것도 미안해서 상철은 쇼핑은 철저히 선희에게 맞춰서 하려고 한다.   

선희는 식당에서보다 훨씬 신나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옷가게로 걸어 들어가 행거에 걸린 옷들을 꼼꼼하게 한참을 살펴보더니 이전 가게에서 본 것과 비슷해 보이는 원피스를 골라 들고 상철에게 물어본다. 

“이 원피스 어때? 아까 본 옷과 비교하면 어떤 게 더 예뻐?” 

“어, 예뻐. 아까 옷도 예쁘고 지금 옷도 예뻐.” 상철은 아까 본 옷과 지금 보여주는 옷이 메이커만 다르지 색깔도 디자인도 똑같아 보여 무슨 옷이 더 예쁜지 답을 할 수가 없어 얼버무리며 답한다.   

“첫 번째 가게에서 본 옷은 민트 그린이고 여기 옷은 브라이트 그린인데 서로 색상과 디자인이 많이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르긴 한데 둘 다 마음에 드네.” 선희는 옷을 행거에 걸면서 다시 다른 옷들을 살핀다.  

“상철씨, 여기는 여자 옷만 있으니 재미없지. 상철씨는 남자 가게에 가서 구경해. 그리고 한 시간쯤 뒤에 연락해서 다시 만나자. 그게 나도 더 마음 편하겠어.” 멀뚱멀뚱 서 있는 상철을 보고 선희는 따로 쇼핑한 후 만나자고 한다. 상철은 “나는 괜찮은데... 그럴까?” 하면서도 선희의 제안이 반갑다. 

상철은 어차피 쇼핑하러 온 게 아니라서 선희를 따라 다니는 거 보다는 아울렛 내에 있는 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선희를 기다리는 것이 훨씬 즐겁다. 

오락실에 간 상철은 45분 정도 게임을 하다가 선희에게 곰 인형을 선물하기 위해 인형 뽑기에 도전하는데 만원을 넣고도 하나도 못 건진다. 

한 시간이 다 지나가는데 아직까지 선희에게 연락이 없어서 상철이 먼저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선희가 쇼핑하는데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하며 다시 인형 뽑기 기계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선희에게 전화가 온다.


“상철씨, 어디야? 나는 아직 옷 가게 구경하고 있는데 뭐하고 있어?” 선희가 빠른 목소리로 묻는다. 

“어, 나는 청바지 가게 좀 살펴보다가 지금은 오락실에 있어.” 상철은 아울렛와서 오락실에서만 시간을 보냈다고 하기가 민망해서 옷 구경도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상철씨는 더 이상 볼 거 없어? 나는 아직 몇 군데 더 살펴보고 싶은데.” 선희는 한 시간이 부족하였는지 더 구경하기를 원한다.

“나는 다 봤어. 어디야? 내가 갈 테니까 같이 구경하자.” 상철은 오락실에서  혼자 더 이상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선희와 같이 있는 시간이 좋을 것 같아서 여자 가게라도 같이 구경하기로 한다.              

선희가 오라고 한 가게를 찾아가니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서인지 다른 가게보다 더 손님들이 많은데 그 속에서 선희가 오른손과 왼손에 옷을 하나씩  들고 살펴보고 있다.     

“상철씨 왔구나. 이거 봐봐. 어떤 옷이 더 예뻐?” 선희가 또 물어본다.

“어, 둘 다 예뻐. 비슷한데 뭐. 선희씨 마음에 더 드는 거 골라.” 선희의 옷에 관심이 없어 대충 대답하는 것으로 선희가 오해하지 않을까 상철이 진심으로 걱정하며 대답한다.

“비슷하긴 해도 색상도 디자인도 차이가 많아. 하긴 남자들은 대부분 옷 색상과 디자인의 차이들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거 같더라. 남자들이 잘 아는  자동차의 모델들 차이를 여자들이 잘 모르는 것처럼. 사실 나도 자동차는 SUV와 세단만 구별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다 같아 보여. 하하.” 선희가 당황해하는 상철을 보며 이해한다는 식으로 웃으며 얘기한다. 

“나는 오른쪽 옷이 조금 더 마음에 드는데 집에 가서 다시 생각해 보고 결정해야겠다. 사진을 찍어뒀으니 친구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고.” 선희는 마음에 든다면서도 구매를 하지 않고 행거에 다시 옷들을 건다.

“이제 어디로 갈까? 또 가고 싶은 가게 있어?” 상철이 물으니 “상철씨 피곤하지 않아? 나는 조금 더 보고 싶은데 상철씨가 심심할까봐...” 선희가 상철의 표정을 살피며 말한다.

“아니야. 나는 괜찮아. 차타고 멀리 왔는데 가고 싶은데 다 가보고 가야지.”  선희가 평소에 상철을 위해 양보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것도 데이트의 과정이니까 오늘은 아울렛에서 선희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선희는 상철에게 고맙다고 하며 한 시간 동안 네 군데의 가게를 더 가본 후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한다. 

“더 이상 안 봐도 돼? 나는 정말 괜찮아.” 상철은 전에 선희가 친구들과 아울렛 오면 다섯 시간은 기본으로 구경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기억이 나서 다시 권한다.

“아냐, 나도 이제 다리도 조금 아프고 보고 싶은 거 다 봤어. 점심도 맛있게 먹었고. 길 막히기 전에 출발하자.” 선희가 진심이라며 가자고 하는데 아무래도 쇼핑에 큰 흥미가 없는 상철을 배려해서 그러는 거 같다.       

선희는 상철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벌써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 여전히 막히지만 비록 구매한 물건은 없어도 마음에 드는 옷을 몇 개 골라서 사진을 찍어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선희를 보니 운전을 하는 상철은 힘이 드는 줄 못 느낀다.  

상철은 오는 길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켜는데 선희가 “오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곡들 들었으니 갈 때는 상철씨가 좋아하는 곡들 들으면서 가자.” 한다. 

“그래? 그러면 이런 곡들 어때?” 하면서 상철은 평소에 운전하며 즐겨듣는 음악을 튼다.   

“이 곡들도 좋아. 나도 USB에 담아줘.” 선희가 눈을 감고 조수석 시트를 젖히며 편안한 자세로 감상한다.  

조금 일찍 출발해서인지 갈 때보다 조금 덜 막히며 선희의 집 근처에 도착하니 “커피 한잔하며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운전도 하고 나 따라다니느라 피곤할 테니 가서 쉬어. 오늘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어. 고마워” 선희가 인사를 한다. 

“응, 좋은 시간 보냈다니 다행이야. 시간도 있으니 커피 한잔 할까?” 하는데 “아냐, 이 근처에 갈 만한 카페가 없어서 또 차타고 가야해. 오늘은 아쉽지만 여기서 마무리하자. 오늘 충분히 좋았어.”하며 상철을 보낸다.

“그럼 잘 가. 선희씨도 피곤할 테니 편히 쉬어.” 하고 상철도 선희에게 인사하고 차를 돌려 집으로 간다.

‘오늘 아울렛에서의 시간은 선희가 즐거워하는 거 같아서 만족하는데 인형 뽑기로 커다란 곰 인형을 뽑아서 선희에게 깜짝 선물을 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상철은 아쉬워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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