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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3. 2024

받아치는 여자 받아주는 여자 6

영수와 현숙의 발레 공연 관람 첫 경험 이야기

 영수와 현숙 발레 공연 관람 첫 경험       


오늘은 현숙과 오후 6시에 만나 7시 30분에 시작하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 관람을 하기로 한 날이다. 

영수는 지금까지 발레에 대한 기사와 작품 소개 등을 숱하게 보고 들어왔지만 아직 단 한 번도 공연을 직접 관람한 적이 없다.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을 높이기 위해 언젠가는 꼭 한번 발레 공연을 극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경험을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지만 영화, 연극, 뮤지컬 등과 달리 대사가 없이 몸동작만으로 공연하여 어렵게만 느껴지는 발레 공연을 비싼 티켓 가격을 지불하고 보기가 선뜻 내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마침 시립발레단에서 발레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영화나 연극 보다 조금만 비싼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현숙과 관람하기로 한 것이다.


공연장이 있는 문화회관 근처 카페에서 현숙을 만나기로 한 영수는 발레에 대해 미리 공부하며 메모하여 온 노트를 다시 한번 보며 역시 한 번도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없는 현숙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발레 마임에 대한 해설을 여러 번 읽어도 잘 기억이 되지 않아 반복하여 보고 있는데,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현숙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다.  

영수는 얼른 메모를 치우고 손을 들어 현숙을 자리로 부른다. “현숙 씨도 오늘은 평소와 달리 원피스를 입고 왔네. 나도 처음 오는 발레 공연 관람이라 조금 단정하게 입고 왔어.”

“아무래도 청바지를 입고 오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그런데 영수 씨도 발레 공연 관람 처음이라고 했지? 

우리 둘 다 처음인데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까?” 현숙이 걱정스럽게 영수를 보며 묻는다.

“대사가 없어서 어렵지만 발레 마임과 줄거리를 알고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니까 공연 시작 전까지 

공부하자.” 하면서 영수는 미리 준비해 온 발레 마임 자료를 꺼내서 현숙에게 보여준다.

“한 손을 가슴에 얹는 것은 ‘나’를 표현하고, 상대를 향해 한 손을 뻗는 것은 ‘당신’을 표현하고, 두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얹는 것은 ‘사랑합니다’를 표현하는 마임이래. 그리고...” 영수가 자료를 보며 계속 얘기하려 하자 

“나도 그 정도는 미리 정보를 보고 왔어. 문제는 다 기억을 할 수도 없고 순간순간 빠르게 동작이 지나가는데 어떻게 알아보겠느냐는 거지.” 하며 현숙이 말을 자른다.

“맞는 말이야. 나도 몇 가지 마임밖에 기억이 안 나고 유튜브로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봤는데 모르겠더라.” 

영수가 머쓱해져서 현숙의 말에 동조한다.     

“공연 시작시간이 40분 남았으니 이제 문화회관으로 가자.” 하고 영수는 현숙과 함께 공연장으로 향한다. 


공연을 하는 문화회관에 들어가 굿즈샵을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복잡하다. 

영수는 첫 발레 공연 관람을 기념하기 위하여 똑같은 키링을 두 개 사서 현숙과 하나씩 가지고 프로그램 북도 사서 현숙과 같이 줄거리도 다시  한번 읽어본다.        

긴장하며 공연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공연이 시작된다. 

영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발레리나들의 군무와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들을 감상하며 처음으로 보는 발레의 매력을 느껴보려 한다.  

공연 시작 전까지 학습한 마임은 현란한 발레리나들의 안무를 보면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였지만 사랑과 

배신에 대한 줄거리를 기억하며 몰두하여 감상하려고 한다.   

제1막이 끝날 즈음 옆에 앉은 현숙을 슬쩍 보니 무표정하게 앞만 보고 있다.      


두 시간 정도의 화려한 공연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데 영수는 현숙의 반응이 궁금하다.

“발레가 의상, 무대, 조명, 안무, 음향 등으로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라더니 정말 실감할 수 있겠더라. 특히 발레리나들이 높이 도약하고 회전하는 무용기술을 보니 그들이 얼마나 엄청나게 훈련하였는지 알 수 있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 영수는 감탄해하며 현숙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한다.

“응, 대단하긴 하더라. 의상과 조명도 화려하고 안무도 좋았어. 그리고 음악도 좋았고. 그런데 역시 대사가 없어서 이해가 안 돼서 그런지 두 시간 동안 보기에는 조금 지루한 거 같았어. 공연 시간이 한 시간 정도였으면 더 좋았을 거 같더라.” 현숙이 발레 공연 관람을 추진한 영수의 눈치를 살피며 얘기하는데,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거 같다.     

“늦은 시간이지만 간단하게 먹으러 가자.” 현숙의 반응에 실망한 영수는 문화회관 주변의 선술집으로 간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영수는 “나도 줄거리를 알고 보는데도 사실 안무만 보고는 의미를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무용수들의 놀라운 기술적 퍼포먼스는 대단했어.” 하며 다시 한번 발레 공연 관람의 평을 하는데,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현숙과 다시는 발레 공연을 같이 보러 오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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