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과 선희의 발레 공연 관람 첫 경험 이야기
상철과 선희 : 발레 공연 관람 첫 경험
오늘은 선희와 오후 6시에 만나 7시 30분에 시작하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 관람을 하기로 한 날이다.
상철은 지금까지 발레에 대한 기사와 작품 소개 등을 숱하게 보고 들어왔지만 아직 단 한 번도 공연을 직접 관람한 적이 없다.
문화예술에 대한 소양을 높이기 위해 언젠가는 꼭 한번 발레 공연을 극장에서 직접 관람하는 경험을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였지만 영화, 연극, 뮤지컬 등과 달리 대사가 없이 몸동작만으로 공연하여 어렵게만 느껴지는 발레 공연을 비싼 티켓 가격을 지불하고 보기가 선뜻 내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마침 시립발레단에서 발레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영화나 연극 보다 조금만 비싼 가격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선희와 관람하기로 한 것이다.
공연장이 있는 문화회관 근처 카페에서 선희를 만나기로 한 상철은 발레에 대해 미리 공부하며 메모하여 온 노트를 다시 한번 보며 역시 한 번도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없는 선희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발레 마임에 대한 해설을 여러 번 읽어도 잘 기억이 되지 않아 반복하여 보고 있는데,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선희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다.
상철은 얼른 메모를 치우고 손을 들어 선희를 자리로 부른다.
“선희 씨도 오늘은 평소와 달리 원피스를 입고 왔네. 나도 처음 오는 발레 공연 관람이라 조금 단정하게 입고 왔어.”
“발레 공연을 오는 게 처음이라서 관람 에티켓을 검색해 봤는데, 아무래도 청바지를 입고 오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원피스를 입었어. 그런데 상철 씨도 발레 공연 관람 처음이라고 했지? 우리 둘 다 처음인데 제대로 공연을 즐길 수 있을까? 잘 몰라도 무용수들의 안무와 현장에서 연주하는 음악만 들어도 재미있겠지?” 선희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상철을 보며 묻는다.
“대사가 없어서 어렵지만 발레 마임과 줄거리를 알고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니까 공연 시작 전까지 공부하자.” 하면서 상철은 미리 준비해 온 발레 마임 자료를 꺼내서 선희에게 보여준다.
“한 손을 가슴에 얹는 것은 ‘나’를 표현하고, 상대를 향해 한 손을 뻗는 것은 ‘당신’을 표현하고, 두 손을 왼쪽 가슴 위에 얹는 것은 ‘사랑합니다’를 표현하는 마임이래. 그리고...” 상철이 자료를 보며 계속 얘기하자 다 듣고 난 선희가 “상철 씨, 공부 많이 하고 왔네. 공연장 입장하기 전에 다시 한번 준비해 온 거 보고 가자.” 하며 자료를 가져가 읽어본다.
“공연 시작시간이 40분 남았으니 이제 문화회관으로 가자.” 하고 상철은 선희와 함께 공연장으로 향한다.
공연을 하는 문화회관에 들어가 굿즈샵을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복잡하다. 상철은 첫 발레 공연 관람을 기념하기 위하여 똑같은 키링을 두 개 사서 선희와 하나씩 가지고 프로그램 북도 사서 선희와 같이 줄거리도 다시 한번 읽어본다.
긴장하며 공연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공연이 시작된다.
상철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발레리나들의 군무와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들을 감상하며 처음으로 보는 발레의 매력을 느껴보려 한다.
공연 시작 전까지 학습한 마임은 현란한 발레리나들의 안무를 보면서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였지만 사랑과 배신에 대한 줄거리를 기억하며 몰두하여 감상하려고 한다.
제1막이 끝날 즈음 옆에 앉은 선희를 슬쩍 보니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공연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두 시간 정도의 화려한 공연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끝나고 공연장을 나오는데 상철은 선희의 반응이 궁금하다.
“발레가 의상, 무대, 조명, 안무, 음향 등으로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이라더니 정말 실감할 수 있겠더라. 특히 발레리나들이 높이 도약하고 회전하는 무용기술을 보니 그들이 얼마나 엄청나게 훈련하였는지 알 수 있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 상철은 감탄해하며 선희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한다.
“응, 대단하더라. 의상과 조명도 화려하고 현장에서 연주하는 음악도 좋았어.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안무가 대단했어. 발레리나들이 표현하는 백조의 모습과 특히 24마리 백조들의 화려한 군무는 발레를 잘 모르는 내 눈에도 환상적이었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거 같더라.”
선희는 정말 발레 공연을 즐겼는지 신이 나서 감상평을 하여, 발레 공연 관람을 계획한 상철을 신나게 한다.
“늦은 시간이지만 간단하게 먹으러 가자.” 선희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상철은 문화회관 주변의 선술집으로 간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상철은 “발레 공연 관람이 처음이라서 사실 줄거리를 알고 보는데도 안무만 보고는 의미를 잘 모르겠더라. 하지만 무용수들의 놀라운 기술적 퍼포먼스는 대단했어.” 하며 다시 한번 발레 공연 관람의 여운을 즐기려 한다.
“맞아. 그런 수준의 안무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보여주려면 물론 재능도 있겠지만 밤낮으로 얼마나 노력을 했겠어. 존경스러워.” 하며 맞장구를 쳐준다.
“그리고 오늘 공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레 공연을 봤다는 거야. 그동안 보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기회를 가지지 못했는데, 오늘 상철 씨 덕분에 첫 경험을 하게 되었어. 그것도 발레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백조의 호수’를 봤잖아. 내일부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닐 거야, 하하.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진심으로 고마워. 그리고 발레 공연 첫 관람 기념으로 사준 키링도 고마워.” 하며 상철의 빈 잔에 맥주를 가득 채워준다.
상철은 기대를 뛰어넘는 선희의 반응에 오늘 발레 공연 관람을 계획한 데 대해 만족해하며 다음에는 조금 더 큰 공연장에서 더욱 화려한 발레 공연을 선희와 보고, 그다음에는 오페라 공연 관람도 도전해 볼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