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와 현숙 : 나만의 책상 조립 이야기
오늘은 현숙과 조립식 가구점을 가기로 한 날이다.
이사한 집에 필요한 책상을 새로 갖추려는데 가구점에서 파는 제품이 아니라 나의 방에 안성맞춤으로 어울리는 나만의 책상으로 꾸미고 싶기 때문이다.
힘들게 조립하여야 하는 조립식 가구 대신 중저가 가구점에서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편리하고 가격 차이도 나지 않는다며 부정적이던 현숙을 기성품이 아닌 나만의 책상을 만들어 갖고 싶다고 설득하여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
주말의 대형 조립식 가구점은 항상 사람이 많고 미로 같은 통로도 복잡하여 영수는 책상 코너로 바로 직진하여 살펴본 후 예산에 맞는 3가지 모델 중 화이트 색상에 서랍장 크기가 넉넉한 제품을 고른다.
2달 전 단순해 보이는 책장을 조립하면서 조립 설명서만 믿고 집에 가서 조립하며 3시간 넘게 고생하다가 결국 친구의 도움으로 완성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매장에 있는 완성된 제품을 꼼꼼하게 앞뒤를 살펴보고 사진도 군데군데 찍어 저장한다.
용건이 끝난 영수는 빨리 집으로 가서 조립하고 싶은 마음에 주방용품 코너에서 구경하고 있는 현숙을 재촉하여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12시다. 오는 길에 점심을 사 먹자는 현숙에게 빨리 조립해서 완성품을 보고 싶은 영수는 조립이 1시간도 걸리지 않을 테니 조립을 끝내고 기분 좋게 맛있는 거 먹자고 한다.
자신만만하게 박스를 오픈하여 종류별로 다양한 나사와 철제 프레임 등 수많은 부품들이 개별로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 걸 보니 영수는 지난번에 책장을 조립하며 고생하였던 기억이 떠올라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진다.
현숙이 혼자서 하기 힘들 테니 도와주겠다며 같이 하자고 하는데 영수는 혼자 힘으로 완성하여 현숙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건 무겁지 않고 부품 종류도 많아서 혼자 차분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니 현숙씨는 편히 쉬고 있어.” 하며 부품들을 종류별로 줄을 세우고 드라이브도 챙긴다.
지난번 책장보다 조금 더 복잡해 보이지만 이번에는 매장에서 완성품을 꼼꼼하게 보고 왔고 사진도 찍어 와서 설명서만 의지하여 조립하다가 고생하였던 시행착오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순서대로 하나씩 조립해 본다.
사진을 보며 설명서를 참고하니 초기에는 어렵지 않게 조립할 수 있었는데 60% 정도의 작업단계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지점부터 나사의 조임도 맞지 않고 어떤 나사는 남고 어떤 나사는 모자라고 한다.
“이상하다. 나사가 이거는 남고 저거는 모자라네.” 영수가 조립 중인 책상을 한참 쳐다보며 혼잣말을 하자 누워서 폰을 보고 있던 현숙이 일어나 조립현장으로 와본다.
“긴 나사 짧은 나사가 각각 제자리에 안 들어가서 그런 거지. 지난번 책장 조립할 때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냐는 듯이 얘기하는데 영수는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이런 모습을 보일까 봐 현숙의 도움 없이 혼자서 깔끔하게 완성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
“이게 보기보다 쉽지가 않아. 부품 종류도 많고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잘 보고 해야 해.” 영수가 투덜대자
“우리 오빠는 더 복잡한 침대도 뚝딱뚝딱 금방 만들던데 이렇게 간단한 것도 제대로 안 돼?” 하며 대놓고 핀잔을 준다.
“그건 나는 문과인데 오빠는 이과 출신이니까 잘하는 거지.”
“가구 조립하는데 문과 이과가 무슨 상관이야. 학교에서 조립하는 거 가르쳐주나?” 현숙이 매몰차게 얘기한다.
“알겠어. 어쨌든 내가 알아서 할게.” 하며 기분이 잔뜩 상한 영수가 조였던 나사들을 다시 풀기 시작하자 현숙은 배가 고프다며 점심부터 먹자고 한다. 시계를 보니 조립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나 오후 1시 30분이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배달해서 먹을까?” 영수는 펼쳐진 부품들을 보며 빨리 조립을 하고 싶은 생각에 배달음식을 먹고 싶지만 현숙의 눈치를 보며 묻는다.
“나가서 먹자. 방에만 있었더니 갑갑하고 지겨워.” 현숙의 단호한 한마디에 나가서 먹기로 한다.
“뭐 먹을까?” 영수는 1시간 30분을 기다리게 한 게 미안하여 현숙에게 점심 메뉴를 결정하게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빨리 음식이 나오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가자고 하기를 기대한다.
“일본 라멘 먹으러 가자.” 다행히 현숙이 집 근처에 있는 일본 라멘집으로 가자고 하여 영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그래, 현숙씨 먹고 싶은 데로 가자.” 영수는 크게 양보하듯이 동의하며 동네의 유명한 라멘집으로 안내한다.
“돈코츠 라멘과 쇼유 라멘을 하나씩 시켜 나눠 먹는 게 어때?” 현숙이 먼저 결정하여 영수의 생각을 묻기에 영수는 얼른 그러자고 동의한다. 사실 영수는 지금 무엇을 먹느냐는 관심이 없고 빨리 먹고 집에 가서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부품들을 합쳐서 완성된 책상을 보고 싶은 생각뿐이다.
점심을 급하게 먹고 집으로 온 영수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조립에 몰두하려는데 “영수씨 혼자 하는 거보다 같이 하는 게 어때?” 하며 현숙이 같이 하자고 한다.
“아냐, 같이하면 헷갈리니까 일단 혼자서 해볼게.” 영수는 책상 조립 작업이 잘 안 되다가 현숙의 도움으로 해결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영수는 현숙을 다시 쉬어라 하고 이번에는 매장에서 찍어온 사진과 설명서를 꼼꼼하게 살피며 나사와 부품을 제대로 매치시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간다.
바닥에 앉아 작업을 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나사를 조이느라 어깨도 아프고 지칠 때쯤 마침내 책상의 형태를 띤 조립품이 완성된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5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1시간 내에 완성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점심식사 시간을 빼고도 무려 4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그래도 지난번 책장과 달리 이번에는 혼자의 힘으로만 완성하여 영수는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긴 나사 2개와 짧은 나사 3개, 그리고 나무로 된 이음조각이 2개 남았는데 책상의 형태가 온전하게 보이고 크게 흔들리지 않아 영수는 가구점에서 여유분으로 넣어준 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현숙씨, 여기 와봐. 다 됐어. 어때? 사이즈와 색상이 내 방과 정말 어울리지?” 영수는 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누워있는 현숙을 부르며 기세등등하게 자랑을 한다.
“이제 겨우 다 했나 봐. 몇 군데 틈이 조금 벌어진 곳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야. 5시간 걸려서 하느라 고생했어.”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애매하게 얘기하던 현숙이 책상 상판을 보더니
“영수씨, 콘센트와 전선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둔 전선인출구가 뒤쪽에 있어야 하는데 앞에 있잖아. 이러면 모양도 이상하고 책이나 키보드 놓을 때 불편할 거야. 분해해서 다시 조립해야 하겠는데 어떡해.” 하며 웃는다.
“무슨 얘기야, 아까 볼 때 아무 이상 없이 완벽했는데.” 하며 다시 보니 현숙의 말대로 뒤쪽에 있어야 할 전선인출구가 앞쪽에 있다. 책상 상판 위치가 거꾸로 된 채로 조립이 된 것이다.
“별로 불편하지 않을 거야. 전선은 책상 뒤로 빼면 잘 보이지도 않고 전선인출구는 앞에 있는 대로 사용해도 괜찮아.”
책상을 분해해서 책상 상판을 돌려서 제대로 조립하려면 2시간 정도는 다시 걸릴 것 같고 다시 조립할 때 지금보다 더 제대로 된 완성품이 나온다는 자신이 없다. 그리고 그건 현숙 앞에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수는 일찌감치 분해 후 다시 조립하는 것을 하지 않기로 한다.
“사용할 때 조금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감수하면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책상은 나밖에 가진 사람이 없을 테니 오직 나만의 책상이 만들어진 거 같아서 좋은 점도 있네.” 얘기하며 영수가 멋쩍게 웃으니
“정신승리네, 하하.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 편하겠다. 나도 다시 분해해서 조립하는 건 사실 반대야. 그리고 다음엔 기성제품 사든지, 꼭 조립형 가구 사고 싶으면 조립서비스 이용하도록 해. 돈이 좀 들더라도 그게 낫겠다.” 하며 현숙이 충고하듯이 말한다.
“어쨌든 작업이 끝났으니 이제 나가서 저녁 먹자.” 영수는 현숙과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책상 조립을 하느라 힘도 들었고 완성품에 하자가 있어 현숙에게 체면도 서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신랄하게 지적한 현숙의 말에 마음이 상하여 아무래도 오늘 저녁은 술을 거하게 마실 것 같다.
상철과 선희 : 나만의 책상 조립 이야기
오늘은 선희와 조립식 가구점을 가기로 한 날이다.
이사한 집에 필요한 책상을 새로 갖추려는데 가구점에서 파는 제품이 아니라 나의 방에 안성맞춤으로 어울리는 나만의 책상으로 꾸미고 싶기 때문이다.
힘들게 조립하여야 하는 조립식 가구 대신 중저가 가구점에서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편리하고 가격 차이도 나지 않는다며 은근히 기성품 구매를 권유하는 선희에게 나만의 책상을 만들어 갖고 싶다고 하자 그렇다면 큰 의미가 있겠다며 찬성해 주었다.
주말의 대형 조립식 가구점은 항상 사람이 많고 미로 같은 통로도 복잡하여 상철은 책상 코너로 바로 직진하여 살펴본 후 예산에 맞는 3가지 모델 중 화이트 색상에 서랍장 크기가 넉넉한 제품을 고른다.
2달 전 단순해 보이는 책장을 조립하면서 조립 설명서만 믿고 집에 가서 조립하며 3시간 넘게 고생하다가 결국 친구의 도움으로 완성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매장에 있는 완성된 제품을 꼼꼼하게 앞뒤를 살펴보고 사진도 군데군데 찍어 저장한다.
용건이 끝난 상철은 빨리 집으로 가서 조립하고 싶은 마음에 주방용품 코너에서 구경하고 있는 선희를 재촉하여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12시다. 오는 길에 점심을 사 먹자는 선희에게 빨리 조립해서 완성품을 보고 싶은 상철은 조립이 1시간도 걸리지 않을 테니 조립을 끝내고 기분 좋게 맛있는 거 먹자고 한다.
자신만만하게 박스를 오픈하여 종류별로 다양한 나사와 철제 프레임 등 수많은 부품들이 개별로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 걸 보니 상철은 지난번에 책장을 조립하며 고생하였던 기억이 떠올라 갑자기 자신감이 떨어진다.
선희가 "상철씨 혼자 하는게 좋겠어? 아니면 내가 옆에서 거들어 줄까?" 물어보는데 상철은 혼자 힘으로 완성하여 자랑스럽게 완성품을 보여주고 싶다.
“이건 무겁지 않고 부품 종류도 많아서 혼자 차분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니 선희씨는 편히 쉬고 있어.” 하며 부품들을 종류별로 줄을 세우고 드라이브도 챙긴다.
지난번 책장보다 조금 더 복잡해 보이지만 이번에는 매장에서 완성품을 꼼꼼하게 보고 왔고 사진도 찍어 와서 설명서만 의지하여 조립하다가 고생하였던 시행착오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순서대로 하나씩 조립해 본다.
사진을 보며 설명서를 참고하니 초기에는 어렵지 않게 조립할 수 있었는데 60% 정도의 작업단계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지점부터 나사의 조임도 맞지 않고 어떤 나사는 남고 어떤 나사는 모자라고 한다.
“이상하다. 나사가 이거는 남고 저거는 모자라네.” 상철이 조립 중인 책상을 한참 쳐다보며 혼잣말을 하자 폰을 보고 있던 선희가 조립현장으로 와본다.
“나사 수가 안 맞는 건 긴 나사 짧은 나사가 각각 제자리에 안 들어가서 그런 거 같은데 다들 이런 시행착오는 하는 거 같더라. 설명서 보며 천천히 다시 살펴봐봐.” 선희가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해 주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지만 그래도 자존심은 좀 상한다.
이런 모습을 보일까 봐 선희의 도움 없이 혼자서 깔끔하게 완성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
“이게 보기보다 쉽지가 않네. 부품 종류도 많고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잘 보고 해야 해.” 상철이 투덜대자
“가구 조립이 쉬워 보여도 보기보다 어려워. 블로그를 봐도 조립 가구를 덜컥 샀다가 조립하느라 엄청 고생하기도 하고 심지어 완성도 제대로 못한 경험담들이 많이 있잖아. 그래도 상철씨는 어느 정도 모양은 잡았네.” 하며 용기를 준다.
“그리고 나는 문과라서 이런 거 안 해봐서 잘 못하는 게 정상이고 이 정도만 하는 것도 잘하는 거야. 이런 건 이과 출신들이 잘하지.” 선희가 용기를 주자 상철도 큰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맞아. 상철씨는 문과니까 해 본 적이 없을 거야. 아무래도 해 본 사람이 잘하는 게 당연하지.” 선희도 장단을 맞춰준다.
“잘못된 부분들이 뭔지 설명서와 사진들을 살펴보고 다시 해야겠다.” 하며 상철이 조였던 나사들을 다시 풀기 시작하자 선희가 배도 고프고 상철씨 머리도 조금 식혀서 하는 게 좋겠다면서 점심부터 먹고 하자고 한다. 시계를 보니 조립을 시작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나 오후 1시 30분이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배달해서 먹을까?” 상철은 펼쳐진 부품들을 보며 빨리 조립을 하고 싶은 생각에 배달음식을 먹고 싶지만 선희의 반응을 보며 묻는다.
“잠시 나가서 먹는 게 어때? 방에 어지럽게 펼쳐진 부품들을 보면 밥도 제대로 못 먹을 테고 머리도 더 복잡해질 거 같은데.” 하며 나가자고 한다.
“뭐 먹을까?” 상철은 1시간 30분을 기다리게 한 게 미안하여 선희에게 점심 메뉴를 결정하게 하지만 조급한 마음에 빨리 음식이 나오며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가자고 하기를 기대한다.
“일본 라멘 먹으러 가자.” 상철의 마음을 읽었는지 다행히 선희가 집 근처에 있는 일본 라멘집으로 가자고 하여 상철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그래, 선희씨 먹고 싶은 데로 가자.” 상철은 크게 양보하듯이 동의하며 동네의 유명한 라멘집으로 안내한다.
“상철씨, 무슨 라멘이 맛있어? 여기는 상철씨 동네 가게니까 상철씨가 잘 알 테니 추천해 줘.” 하며 선희가 메뉴를 건네준다.
“돈코츠 라멘과 쇼유 라멘을 하나씩 시켜 나눠 먹는 게 어때?” 상철이 기본적인 라멘을 선택하여 선희에게 권하자 선희는 바로 그러자고 동의한다.
라멘을 선희와 기분 좋게 맛있게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한잔 시켜 같이 마시니 선희의 말대로 복잡했던 머리도 한결 정리가 되는 것 같아 다시 시작할 기운이 생긴다.
집으로 온 상철은 다시 심기일전하여 조립에 몰두하려는데 “옆에서 나사라도 챙겨줄까? 혼자 하는 게 심심하면 얘기해.” 하며 선희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아냐, 같이하면 더 헷갈릴 수 있으니 일단 혼자서 계속해보고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게.” 상철은 어떡하든지 혼자 힘으로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대신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하며 선희가 다시 있던 자리로 간다.
상철은 선희를 다시 쉬어라 하고 이번에는 매장에서 찍어온 사진과 설명서를 꼼꼼하게 살피며 나사와 부품을 제대로 매치시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간다.
바닥에 앉아 작업을 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나사를 조이느라 어깨도 아프고 지칠 때쯤 마침내 책상의 형태를 띤 조립품이 완성된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5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1시간 내에 완성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점심식사 시간을 빼고도 무려 4시간 30분 이상 걸렸다.
그래도 지난번 책장과 달리 이번에는 혼자의 힘으로만 완성하여 상철은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긴 나사 2개와 짧은 나사 3개, 그리고 나무로 된 이음조각이 2개 남았는데 책상의 형태가 온전하게 보이고 크게 흔들리지 않아 상철은 가구점에서 여유분으로 넣어준 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선희씨, 여기 와봐. 다 됐어. 어때? 사이즈와 색상이 내 방과 정말 어울리지?” 상철은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도 상철에게 눈길을 멈추지 않던 선희를 부르며 기세등등하게 자랑을 한다.
“수고했어. 부품들을 하나하나 조립하니 정말 책상이 만들어지네. 대단하다.” 선희가 완성된 책상을 보며 진심으로 칭찬해 준다.
마치 예술품을 보듯이 감탄하며 이리저리 살펴보던 선희가 책상 상판을 보더니 조금 당황하는 기색으로 “상철씨, 콘센트와 전선을 보이지 않게 만들어 둔 전선인출구가 뒤쪽에 있어야 하는데 앞에 있네. 이러면 사용할 때 책이나 키보드 놓을 때 불편할 텐데 어떡해.” 한다.
“무슨 얘기야, 아까 볼 때 아무 이상 없이 완벽했는데.” 하며 다시 보니 선희의 말대로 뒤쪽에 있어야 할 전선인출구가 앞쪽에 있다. 책상 상판 위치가 거꾸로 된 채로 조립이 된 것이다.
“별로 불편하지 않을 거야. 전선은 책상 뒤로 빼면 잘 보이지도 않고 전선인출구는 앞에 있는 대로 사용해도 괜찮아.”
책상을 분해해서 책상 상판을 돌려서 제대로 조립하려면 2시간 정도는 다시 걸릴 것 같고 무엇보다 다시 조립할 때 지금보다 더 제대로 된 완성품이 나온다는 자신이 없어 상철은 일찌감치 분해 후 다시 조립하는 것을 포기한다.
“상철씨가 사용할 때 많이 불편하지 않겠다면 됐어. 나중에 정 불편하면 그때 다시 조립하면 되지. 그리고 기성제품 사는 대신 힘들 거 감수하고 조립 제품을 산 것은 상철씨만의 책상을 가지고 싶어서 그런 건데 이렇게 해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오직 상철씨만 가지고 있는 유일한 책상이 만들어졌네.” 하며 상철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한다.
“의도한 바는 아닌데 선희씨가 그렇게 얘기해 주니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네. 좋게 받아들일래. 작업이 끝났으니 이제 나가서 저녁 먹자.”
상철은 책상 조립을 하느라 힘이 들었지만 어쨌든 책상 조립을 마쳤고 선희도 인정해 주는 꽤 괜찮은 작품을 만든 거 같아서 선희와 저녁을 먹으며 기분 좋게 술을 한잔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