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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in Oct 28. 2024

글쓰기는 도대체

거실 창가에 앉은뱅이 튼튼한  긴  탁자가  있다

저 안쪽 주방엔  완고한  식탁이 있다.

식탁은 나의  전용  글쓰기 테이블이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도  그 자리가 나는 좋다


남편은 작은 카페를 한다

처음엔 알바를  쓰기도 했었는데

믿음직스러웠던 직원이 나가고 난 다음부터

사람을 구하지 않고 혼자 하고 있다

사실 카페가 너무 작아 혼자서 주방에  서도 꽉 찬다.

그 남편이 집에 있거나 퇴근하면 나는 주방을 비워 준다

딸기 라테, 생강청 등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

식사도 본인 이 챙겨 먹는다

몇 번 차려 줬는데 일의 순서가 있어  본인 이 알아서 먹겠다 한다.

늦은 시간에  많이 먹는다는 잔소리 안 해도 되고

스스로 차려 먹는 게 맘에 들어 조용히 물러선다

남편은 요리하는 걸  좋아해

일요일 저녁은 남편이 요리를 했었다

아이들도 아빠가 하는 요리를 평가하며 먹는 재미를 알고 있었다.

지금은 기대하기 힘들다

일인 사업가의 삶이 고되다

나도 카페를 해보고 싶었다

남편이 하는 거 보고 점점 마음을 접었다

처음 카페를 시작할 때  전적으로 도와줬었다.

건물이 지어지고 내부 소품 인테리어는 내가 거의 채워 넣었다

디저트도 만들어 냈다.

이백 팔십 만원 하는 오븐을 백화점에서 들였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내 돈을 주고 샀다.

처음엔  그 일들이 익숙지 않아 쉬이 12시를 넘겼다

카페는 저분이 하시는데  나는 이게 또 뭔가?

2년 정도 지나서  엄마가 집으로 오셨다.

이미 익숙해질 만큼 됐지만 나는 카페 일에서 서서히 손을 뗐다.

엄마를 돌보는 일도 처음엔  힘이 들었다

퇴근해서 앉아볼  겨를이 없었다

저녁을 바로 준비해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저녁 8시를 훌쩍 넘겨야  겨우 앉았던 거 같다

세월이 흘렀고 모든 일들은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  남편은 주방탁자에서 냉동 딸기를 잘게 썰고 있다

나는 거실 앉은뱅이 탁자 위에 올라앉아 있다

들어오는 바람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낮에 교회에서 예배가 시작되기 전 잠시 옆에 분과 얘기를 하는데

그분도 어깨가 아파서 통증 주사를 맞았다 한다. 너무 아파 눈물이

저절로 줄줄  나왔었다고,  크게 말할 수 없어 나도 그 눈물을

손짓으로 표현한다  너무 아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하념 없이

흘렀던 그 눈물의 형태를  알기 때문이다.

서로 웃으며 그 얘기를 하는데

잠시  이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돌아오지 않을 한순간이  찰나의 시간이  눈앞으로 빠져나가

오히려 나를 보고 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오늘은 성찬 예식(예수의 수난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의식)이 있는 날이다

설교가 마치고 엄지 반만 한 카스텔라 빵을 먼저 먹고  다음은 포도주다

이것도 엄지 반만 한 컵에 비교적 가득하다.

감질만 나는 이건 또 세다. 크!


일상에  작은 순간에 눈길이 간다

내가 글쓰기를 하고 나선 생긴 버릇이다


점심 식사 후 우리 또래들끼리 모인다

아주 젊은 날부터 함께 했던 그룹이다

어제 있었던 바자회로 얘기 꽃을 피우고 있다

엄마 식사 챙겨 드리려고 집에 갔다 오면

나는 조금 늦게 합류하게 된다

우리 팀들은 세 그룹으로 나눠서 장사를 했다

내가 속한 음료팀 7명

산지 직송( 우리가 칭한) 양배추 팀 3명

때수건과 양말을 책임진 3명

음료팀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 머리띠를 했고

양배추 팀은 파자마에 장화, 녹색 새마을 운동 티셔츠를 걸쳤다

물론 그중 한 명은  공주라 원피스에 앞치마를 착용했다

때수건은  인견으로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었다

힘든 과정과 달리 가장 고상하게 장사했다.


지난번까지 이웃 돕기로 남은 이익금을 모두 구청에 전달했었다

이번엔 무조건 싸게  팔라 한다

이웃 주민들이 혜택을 가져갈 수 있도록.

  실제로 인근 주민들이 많이 왔다


타 부서에 비해 많은 수익금을 거둔 우리는 타당한 설명이

필요해졌다 한다  그걸 꼭 설명해야  하는가 싶은데

타 부서에서 계속 묻는다고, 얼마 남았는지?

비싸게 팔았다는니 무슨 이익이 그렇게 많았냐 하면 곤란하단다

하여  이익금과 함께 이익금의 근거를 간단히 적어 제출하기로

결정하니 모임 시간이 끝나간다

나를 비롯하여 재능 기부가  많았다

서너 평 되는 방에  십수 명이 모여 앉아 전과 과일차를 놓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일어 난다


나는 글을 쓴다

글쓰기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 잠시 멈춤 기능으로 작용한다

때로는 영적인 세계로 나를 이끌어 간다

최근에 이웃분의 글 중에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5단계를 6단계로 바꿔야 한다고  한다

5단계가  자아실현의 단계라면  

6단계는 타인의 자아실현이라 한다

그거야 말로 가장 보람되고 기쁘다 하신다


나는 이분들의 진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타적인

또는  같이라는 말

또는  위로와 사랑

또는 타인의 자아실현까지

우리의  글쓰기의 종착지다

이런 글쓰기라면

내가 가진 자원과 열정과 마음까지 줄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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