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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forme Nov 05. 2024

포기할 줄 모르는 그녀

또다시 찾아온 불안감은 그녀에게 쇼밖에 안되었다.

우리끼리는 그렇게 정했다. 안 본다고.... 

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줄 몰랐다. 잠잠할 때쯤 되면 또 폭발하는 그녀.. 


어버이날 이후 두 달 여가 되어 갈 때쯤 우리 식구끼리 외식을 하고 돌아와 방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신랑은 안방에 있었고 나는 아이들 방에 있었다. 그래서 몰랐다. 아들에게 전화로 퍼붓고 있다는 걸..


갑자기 신랑이 내가 있는 방으로 오더니 핸드폰을 내밀었다.

"네가 직접 전화받고 할 말 있으면 하고 끝내! " 

"싫어" 

"앞으로 그럼 어떡할 생각이야? 진짜 안 볼 생각이야? 그럼 찾아가던지 여기로 불러서 할 말 하고 끝내자." 

" 싫어.... 싫다고.... 데리고 오지 마"


난 안 본다고 했는데 신랑은 아직도 정리가 안된듯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얘기를 안 한 것 같았다. 

2주마다 가는 시댁에서 두 달 동안 신랑은 매번 싸우고 그녀는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핸드폰이 나한테로 넘어왔다. 난 핸드폰을 보고 기겁을 했다. 핸드폰이 내 귀에 가까이 오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싫어!!! 싫다고!!!" 

고스란히 그녀에게 들렸다. 


그때부터 난 불안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목소리만 들려도 치가 떨리는 현상일까?

"지금 전화받을 상태가 아니라고!! 쫌! 그만 좀 하라고!  "

신랑이 소리쳤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화를 내며 싸우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가면서 시끄러웠다. 신랑이 자기 엄마한테 그렇게 화내는걸 처음 봤다. 




불안할 때만 먹으라고 정신과에서 받아온 다른 약을 찾아 먹었다.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갑자기 어지러우면서 메스꺼웠다. 

아이들이 다가와 물을 가져다주고 손발을 주물러 주었다. 아이들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그녀가 이렇게 만들어 버린다. 



난 그 사이 점점 불안해지고 덜덜 떨면서 있는데 손발이 다시 저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심하면 다시 마비가 오고 뒤틀릴 거 같았다. 아이들이 주물러주며 엄마인 나를 안정시키려 했다. 


"엄마 외할머니집으로 가자!! 괜찮겠어?" 


결국 아이들도 불안한 상태였다. 그리고 첫째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둘째는 울지만 첫째는 울지 않았다. 

한참을 통화하고 신랑이 올라왔다.   


" 괜찮아? " 

 

내가 웅크리고 앉아서 덜덜 떨고 있었고 신랑이 그녀에게 영상통화를 눌러 지금 집 꼴이 어떤지 보여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싫었다. 암에 걸려 항암하고 머리는 이제 나고 있는 만신창이의 내 상태.... 웅크리고 덜덜 떨고 있는 나를 영상으로 보여 줬다. 


" 지금 이렇다고!!!! 봐 상태 보여?" 

신랑이 그녀에게 얘기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말한 그녀의 첫마디 


" 어머! 쇼하고 있네! "  


그리고 울고 있는 둘째와 화가 나있는 첫째를 영상으로 보여줬다. 신랑은 엄마 때문에 집안 꼴이 이렇게 됐다고 알려주려고 한 것이다. 불만 가득한 첫째의 얼굴을 본 그녀가 말했다. 


"너 할머니한테 불만 있어?" 

"네" 

"어디 할머니한테 대들어!! 너 내가 쫓아가서 가만 안 둘 거야!!!"  


아이는 울면서 나한테 왔다. 쫓아온다는 말에 불안해 보였다. 고작 12살 아이한테까지 소리치는 그녀이다.


신랑은 다시 끝없는 전화 통화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다시 돌아온 신랑이 아이들을 다른 방으로 부른다. 아무리 그래도 어른한테 대드는 거 아니니 할머니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네" 한마디 했을 뿐인데 대들었다며 사과하라고 한다.

아이는 잘못했고 소리친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는 그녀이다. 아마도 아들한테 사과하라고 다그쳤을 것이다. 나한테 그랬듯이...


항상 자기는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하는 그녀

모두를 자기 발 밑으로 보며 왕노릇하는 그녀

항상 자기는 잘못한게 없고 남들이 자기를 건드린다고 하는 나르시시스트 그녀


아이는 마지못해 전화로 죄송하다고 했다. 


" 네 엄마가 잘못해서 지금 이러는 거야! 아빠랑 살 거면 할머니도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저 논리는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 툭하면 이혼하라며 자기 아들이랑 살거면 부모인 자기도 잘 모셔야 한단다. 항상 억지스러운 자기만의 논리로 당연하다는 듯 얘기하는 그녀다. 


12살 아이한테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그녀이다. 어떤 아이가 자기 엄마 욕하는 사람을 좋아할까? 




두 달여 만에 다시 시작된 이 난리는 앞으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로 다시 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한두 달 지나면 내가 전화해서 죄송하다고 하며 연락할 거라고 예상한 그녀인데 그게 아니니 다시 폭발한 것이다. 


그녀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이제 포기했다. 


다시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힘들고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포기할 때까지 난 무관심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뭔지 모르는 그녀다. 그걸 알려주고 싶다.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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