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부터 시작된 그와의 만남으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20대 후반이던 나는 몇 년간 연애 없이 홀로 보내다가 같은 회사에서 그를 만났다. 하지만 같은 건물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기에 주말에만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는 3년정도 지속되었다.
그는 처음 썸을 탈 때부터 가정사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이혼한 가정이었고 특히 엄마가 자주 아프다고 했다. 자주 구토하고 아프시다고 해서 병원에 가면 병명도 없고 멀쩡하다고 듣는다며 알 수 없다고 했다. 나도 나의 가정사를 얘기했다. 우리도 이혼한 가정이라고.. 비슷한 듯 아닌 듯 가정사를 풀고 나니 더 가깝게 느껴졌다.
자주 만나지 못하다 보니 만나면 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낸 것 같다.
연애 기간 동안 본 적은 없지만 그가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을 난 혼자 상상을 했다. 그녀는 어떤 모습일지.... 많이 아프다고 하니 마르고 허약해 보이지 않을까... 온화하고 조용한 모습일 거야..
어느덧 연애한 지도 2년쯤 되어 가면서 결혼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는 홀로되신 어머니를 집나가서 따로 사는 형 대신 함께 살고 있었다. 어머니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월급에서도 생활비를 보태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주말에만 보는 연애를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있고 싶어 졌고 결혼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혼하기 1년 전쯤 그녀와 첫 만남을 가졌다. 첫 만남의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여리여리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눈이 엄청 크고 화려한 화장에 머리는 긴 곱슬의 파마머리였다. 가죽 재킷을 입고 한껏 꾸미고 나오신 듯했다.
전혀 아파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도 내가 생각했던 가느다란 소리가 아니었다. 살짝 두꺼운듯 힘있는 소리였다. 그렇게 처음 만난 그녀는 내가 생각해 왔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날은 식사 후 간단히 맥주 한잔을 하고 헤어 졌다. 그가 보여준 여자는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 눈에는 내가 마음에 들 만큼 예쁘지도 않았기에 실망 했을 듯 했다.
첫 만남은 이렇게 지나갔다.
그가 얘기하는 그녀는 개방적이면서도 고지식한 편이라고 했다. 옷 입는건 짧아도 상관없고 오히려 예쁘게 입고 머리는 길게 기르는걸 좋아하신단다. 하지만 어른에 대한 예의범절은 중요시 한단다. 옷은 모르겠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며 어르신들을 많이 봐왔고 잘 지내 왔기에 그 부분은 자신이 있었다.
몇 달 후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함께 가기로 했다. 어머님들끼리 첫 만남을 하게 된것이다.
그 여행에서부터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차를 렌트하여 타는데 당연히 뒷자리가 상석이기에 어머님들끼리 얘기도 하라고 뒷자리에 앉게 하고 우리 커플은 앞자리에 타게 되었다.
그런데 자꾸 얘기를 하신다.
"큰 아들은 여자친구 있어도 엄마 앞에 태운다고 여자친구한테 뒤로 가라고 뭐라고 했어~ "
그리고 뒷자리에서 끊임없이 혼자 얘기 하신다. 옆에서 친정엄마는 끄덕끄덕 하실 뿐이다. 차를 탈때부터 내릴때까지 끊임없이.....
진짜 모습을 보게 된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젊었을 때 날씬했는데 지금 살찐거라며 자신에 대한 애뜻함과 자기애를 표현했다. 자기 얘기만 하고 남의 얘기는 잘 듣지도 않았다.
그렇게 3박 4일의 제주도 여행을 보내게 되었고 집에 돌아오면서 엄마가 많이 지쳐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