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무게를 짊어진 수구 보수의 절멸
정치는 시민의 거울이다. 민심을 비추고 시대를 담아내야 하지만, 작금의 거울은 비틀리고 흐릿하다. 시민들이 국민의힘을 향해 쏟아내는 비판이나 사망 선고는 단순한 조롱이 아니다. 이 정당이 지난 역사를 통해 쌓아온 무거운 부채와 오늘날 보여주는 부끄러운 민낯에 대한 일갈이다.
이 정당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이승만의 시대에 닿는다. 1948년, 친일 부역자들이 처단되지 않고 정치와 경제 권력의 중심을 거머쥐었다. 민족을 배신한 이들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하며 자신들의 죄를 덮어버렸다. 그들이 살려낸 권력의 줄기는 이승만 정권과 함께 뿌리를 내렸고, 이후 국민의힘의 전신이 된 정당들로 이어졌다.
1961년,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미명으로 군사 독재는 뿌리내렸고, 민주주의는 칼날 아래 희생되었다. 1972년 유신헌법은 사실상 박정희를 종신 독재자로 만들었고, 이를 지지하고 유지한 세력들은 오늘날 국민의힘의 역사적 계보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전두환의 등장은 그 역사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국민을 총칼로 짓밟으며 군부 정권을 세운 그는, 자신과 그의 세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 다른 수구 보수의 틀을 공고히 했다. 민주주의의 적들이 자신들을 국민의 대표라 칭하며 권력을 잡아 온 역사였다.
1991년, 노태우와 김영삼, 김종필이 3당 합당을 통해 민정당과 손을 잡은 일은 보수 정치가 도약할 기회였으나, 실상은 수구 세력의 기득권을 강화한 결과로 이어졌다.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한 정치는 뒷전이었고, 권력의 분점은 여전히 과거의 논리 속에서만 이루어졌다.
이 모든 역사의 흐름은 오늘날 국민의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목적은 언제나 기득권의 보호와 세력의 확장이었다. 민주주의는 이들에게 수단일 뿐, 목적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날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라는 시대착오적 전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치적 영달에 매몰되어 있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이며, 변화의 갈망에 부합하는 선택인지를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입증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1980년 광주에서 자행된 폭력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군사적 방식으로 민의를 무너뜨리려 했다. 이에 준동하고 있는 자, 바로 국민의힘에 포진된 엘리트들이다.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비상계엄이라는 발상을 비판하기는커녕, 이를 정당화하거나 언급조차 피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정작 국민이 분노하며 질문을 던질 때, 그들은 침묵하거나 언론을 탓하며 방향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아주 오래전부터였지만, 국민의힘의 일부 의원들이 특정 이념을 옹호하는 단체에 참석하거나 극우적 발언을 공공연히 하는 모습은 더욱 심각하다. 이는 자신들이 민의를 대변해야 할 자리에 있으면서도 국민이 아닌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더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근원적인 과제를 묻게 된다. 과연 이 정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 자처하지만, 국민의 삶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과거의 방식을 반복하는 이들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
국민의힘을 둘러싼 조롱과 비판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 오늘날 정치 지형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수구 보수와 보수의 양극화에 불과하다. 진정한 보수는 전통을 지키되 변화를 수용하며, 국민의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러한 역할을 포기한 채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 국민의힘과 같은 수구 보수 정당이 더 이상 민주주의를 약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미래를 만들어갈 의지도 없으며, 현재의 가치도 수렴할 수 없는 세력이다.
정치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야 할 때다. 민주당은 보수의 역할을 맡아 건강한 국민 정당으로 자리 잡고, 개혁적인 진보 세력이 새롭게 정치의 한 축을 형성해야 한다. 우리는 이념의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중심에 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수구 보수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나무는 죽은 가지를 쳐내야 더 높이 자란다. 국민의힘이라는 죽은 가지를 치는 일은, 단지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국민의힘은 이제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이 정당은 수십 년에 걸친 반민주적 역사와 수구적 기득권 정치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 과거의 망령을 반복해 왔다. 그들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며 스스로 정치적 무덤으로 몰아넣고 있다.
국민의힘의 해산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보를 위해 꼭 필요한 결단이며, 국민이 더 나은 정치를 요구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최선의 길이다. 역사는, 민의를 거스르는 정당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결국,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오늘날의 혼란과 분노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라는 역사의 요청이다.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했다. 우리는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빛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빛은 진정한 ‘국민의 힘’, 바로 민의에서 비롯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