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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117일 차

물과 도시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답다

by 빈카 BeanCa

스톡홀름은 은근한 커피 베이커리 강국인 것 같다. 아침에 추천받은 빵집에 가서 빵을 하나 사서 첫 코스인 스칸센으로 향했다. 스칸센은 야외 박물관인데, 박물관보다는 테마파크에 가까웠다. 동물원도 있고 미니 아쿠아리움도 있고 작은 가게들, 그리고 민속촌 같은 공간도 있었다. 우리는 거의 오픈런을 해서 아쿠아리움부터 갔다. 작은 공간이라 물고기 조금, 그리고 해파리와 조개 등이 있었다.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아쿠아리움을 많이 가 큰 감동은 없었다.

다음 코스는 원숭이였다. 처음 보는 종류의 원숭이였는데, 털이 긴 것이 특징인 것 같았다. 오늘 스칸센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이 많았는데, 아이들 리액션 보는 것도 신기했다.

그러고는 언덕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소가 나왔다. 갑자기 나타난 소라서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를 본 적이 많이 없었는데, 여기 소들은 특이하게도 머리에 뿔이 있었다. 잡초를 먹고 있었는데, 크기도 크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처음이라 재밌었다. 뒤편에는 오리들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갈색 오리들이 있어 또 신기했다. 여기는 북유럽이라 그런지 동물 종류가 평소 아는 종류와 다른 것 같다. 오리도 청둥오리, 진한 갈색 오리 등등 다양하게 봤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은은한 갈색의 오리라서 예뻤다. 염소 같은 것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동물원이랑은 사뭇 다른 종류의 동물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스라소니가 있는 커다란 공간이 있었다. 우리가 본 스라소니만 4마리였는데,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서인지 밥시간이었다. 사육사님이 쥐와 어떤 동물의 다리를 던저주셨는데, 이렇게 생생한 동물 먹이는 처음이라 놀랐지만 스라소니들이 또 잘 먹어서 신기했다.

그러고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Bison이라고 하는 동물이 등장했다. 유럽과 미국 지역에 있는 들소라고 하는데, 크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그중 한 마리가 특히 컸는데, 예전 원주민들이 여럿이서 사냥하던 동물로 동궁 벽화에 가장 자주 나오는 동물이라고 했다. 크기가 놀랍도록 커서 사냥을 했다는 것도 놀라웠고, 사냥을 여럿이서 해야만 겨우 잡을 수 있다는 게 이해가 가는 크기였다. 비손이랑 멧돼지 같은 동물도 같이 있었는데, 저렇게 큰 비손이랑 사나운 멧돼지랑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무스와 수달까지 보고 동물원 구경이 끝이 났다. 정식 동물원이 아니라서 그런지 덜 정돈된 느낌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야생의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포토스팟이 많아 사진 찍는 새미도 있었다.

유리 공예장도 있어 가보고, 도자기 공방도 있었다. 판매와 제작을 동시에 하셔서 잠깐 구경하다 나왔다. 마지막으로 예전 모습의 사무실과 인쇄소도 구경하고 스칸센에서 나왔다. 나오는 길에 기념품 샵을 구경하고 나와서 밖에서 다음 코스를 정한다고 잠깐 서있었는데, 기념품 가게 사장님께서 창문으로 보시고 길을 못 찾는 줄 아시고 밖으로 나와주셨다. 북유럽 사람들의 여유와 친절함이 가득 느껴져 따수워지는 순간이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애매해 근처 빵집에서 샌드위치와 빵을 하나 샀다. 케일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우리는 생 샌드위치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그릴 샌드위치라서 구워주셨다. 치즈가 구워져 냄새부터 기대가 되어 다음 목적지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길에서 먹기 시작했다. 한 입 먹어보는 순간 눈이 확장되는 맛이었다. 치즈의 풍미가 미쳐서 최근에 먹어본 샌드위치 중 가장 맛있었다. 아예 멈춰서 길거리에서 흡입하고 지나갔다.

우리의 다음 코스는 Vaxholm이라는 섬이다. 근교에 한 번쯤 가보고 싶어 일반 교통권으로 갈 수 있는 도시를 조사하다가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는 박스홀름으로 정했다. 페리를 타고 가는 길에 스톡홀름 도시도 보고, 다른 산이나 작은 섬들도 볼 수 있어 재밌었다. 나는 졸려서 반은 보고 반은 잠을 자면서 갔다. 페리를 타고 가며 보는 풍경이 평화롭고 한적하고 아늑하기까지 했다. 물과 도시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같다.

박스홀름은 정말 작은 마을 그 자체이다. 작은 간식 가게부터 들어갔는데, 스웨덴 젤 리가 있어 신기하게 구경했다. 그러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는데, 집들의 색이 예쁘고 다양해서 보고 산책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좋은 소품샵이 있어 들어가 봤는데, 감성이 내가 좋아하는 북유럽 감성 제대로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건도 예쁜데, 배치도 기가 막히게 해 놓으셔서 구역별로 야무지게 구경하고 나왔다.

카페를 갈까 하다가 카페가 문이 닫아 바로 페리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다. 스톡홀름 시내로 돌아와서 아이쇼핑을 조금 했다. 스웨덴이 아크네 스튜디오, 코스, H&M 등의 나라라서 쭉 한 바퀴 구경하고 동네로 돌아왔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마트 쿱으로 향했다. 스웨덴 젤리도 먹어보려고 담아보고, 유명한 초콜릿도 샀다. 석류도 사고 맥주도 샀다. 그리고 샐러드바가 있어서 샐러드를 담아봤는데, 채소와 아보카도, 닭고기, 치즈 등 가득 담았는데도 6500원 정도밖에 안 해서 가성비 최고이었다. 행복하고 푸짐한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제 사놓은 돼지고기를 구웠는데, 알고 보니 베이컨 같은 고기라서 밥반찬으로 맛있었다. 계란을 넣은 육개장도 끓이고, 샐러드도 꺼냈다. 맛있고 배부르게 1차전을 마치고, 2차전은 프랑스에서 사 온 트러플 크림치즈와 열심히 까놓은 석류, 과자 등으로 먹었다. 이제 일기를 쓰고 씻고 조금 쉬다가 잠에 들려고 한다. 하루하루를 너무 알차게 돌아다녀 얼마 나지 않은 시간은 아쉽지만, 지나간 날들은 아쉬움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날들도 알차고 행복하게 보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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