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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Dec 08.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60일 차

에든버러에서 숙취에 시달린 하루...

 60일 차라니. 어느덧 여행의 절반이 지나간다. 오늘 아침에는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날씨가 춥기도 하고 오늘은 밤까지 밖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첫 목적지는 에든버러 미술관이었다. 30분 정도 거리라서 열심히 걸어가던 중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원래도 산 바다 중에 망설임 없이 바다를 고를 만큼 바다에 가는 것도 멍하니 보고 있는 것도 좋아하는데, 유럽에 와서 바다를 오랫동안 보지 못해 갑자기 바다로 목적지를 바꿨다. 에든버러는 해안이 가까이 있어 걸어서 1시간 30분 버스로도 20분 이면 바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긴 하루라서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갔다. 한 30분을 걸으니 왠지 모르게 자유롭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가족들이 그리워져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 아빠랑 전화를 했다. 1시간 정도를 전화하면서 걸으니 기분은 좋았지만 쌀쌀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그런데 어제 위스키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인지 계속 속이 좋지 않았다. 속이 안 좋으니 버스를 타도 힘들고 걸어가도 힘들고 핸드폰을 봐도 힘이 들어서 가고 싶었던 카페로 향했다. 이게 바로 숙취인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보카도 토스트와 플랫화이트를 주문했다. 사실 스프를 먹고 싶었는데 메뉴에서 사라졌는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토스트를 주문했다. 아보카도 토스트는 신기하게 석류가 올라가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느끼하지 않고 상큼해서 맛있었다. 플랫화이트는 산미가 있었는데 나는 원래도 산미 있는 커피보다는 고소한 커피를 좋아하고 속이 안 좋은데, 산미 있는 커피를 마시니 속이 더 안 좋아지는 거 같아 조금만 마셨다. 배부르게 먹고 잠깐 앉아서 쉬다가 다음 코스로 향했다.

 엽서 모으는 것을 좋아해 엽서 가게도 들렀다가 에든버러 박물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이랑 박물관 중에 고민하다가 미술관보다는 박물관이 조금 더 특별할 것 같아서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구경을 하려는데 속이 또 안 좋아서 의자에 앉아서 쉬었다. 테라스가 있길래 테라스로 올라가서 뷰도 조금 구경하고 박물관도 좀 구경하고 계속 앉아서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어제 위스키를 오전과 오후에 나눠 마셔서 그런지 취하지도 않았고, 숙취가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는데 추워서 그런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숙취가 너무 심하게 와서 금주를 다짐했다. 앞으로 남은 영국 여행 내내 술을 줄여야겠다. 오늘 밤에 야간 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향해야 되는데 벌써 걱정이다. 숙취가 없어질 듯하면서도 불쑥 올라와 이따금 속이 안 좋아져서 걱정이다. 이따가 버스에서 괜찮았으면 좋겠다.

 박물관에서 쉬다시피 시간을 보내고 거리로 나왔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졌다. 첫날 보긴 했지만 천천히 다 구경하지는 못해 다시 한번 마켓 투어를 시작했다. 꽤나 크고 놀이기구도 있었는데, 연극답게 물가가 너무 비싸 음식을 사 먹지는 못 했다. 그래도 사진도 찍고 가게들도 구경했는데, 밤이라서 그런지 화려한 마켓이 너무 예뻤다. 뒤로 보이는 스코틀랜드의 건물들도 빛을 받아 아름다웠다.

 마켓을 구경하고 원래 가려던 카페로 향했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서 카페를 알아봤는데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여기뿐이었다. 숙취와 괜찮아진 거 같아 샌드위치와 라테를 주문했는데 샌드위치를 먹으니 다시 속이 안 좋아져서 버스가 심히 걱정된다. 자다 보면 도착해 있었으면 좋겠다.

 카페에서 글도 쓰고 쉬다가 민박집에 맡겨 놓은 짐을 찾아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간단하게 씻고 버스에 타려고 한다. 오늘 하루는 숙취 때문에 꽤나 힘들었다. 그런데 우연히 가게 된 곳들이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면서 힐링하는 시간도 행복했고 눈앞에 나타나 우연히 가게 된 크리스마스 마켓도 아름다웠다. 행복하지만 금주를 다짐하게 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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