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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Dec 09.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61일 차

11시간 반의 버스 후에 2만 5 천보와 함께 즐긴 런던

 야간 버스를 타고 에든버러에서 런던으로 넘어왔다. 10시에 출발해 7시 20분에 도착하는 버스였다. 야간버스는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10시에 타자마자 잠들었다. 두세 시간에 한 번씩 깨긴 했지만, 나름 잘 자면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휴게소 같은 곳에서 30분 정차하면서 쉰다고 하더니 2시간 넘게 서있었다. 휴게소에서 멈출 때 깨서 출발하면 다시 자야지 생각했는데 출발을 안 해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기다리다 보니 두 시간이 넘어갔다. 결국 버스 도착 시간도 7시 20분에서 9시로 늦춰졌다. 버스 지연은 처음 들어봐서 당황스러웠지만 버스가 무사히 출발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런던 시내로 갈수록 출근 시간 일아 겹쳐서인지 도착 시간이 9시 20분까지 늦어졌다. 결국 2시간 넘게 지연되어 9시 반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 11시간 30분을 있었더니 몸도 찌뿌둥하고 속도 안 좋았다. 걸으면 나아질까 싶어서 일단 짐을 맡기러 걸어갔다.

 민박집에서 3시부터만 짐 보관이 가능하다고 하셔서 radical storage라는 앱으로 찾아서 주변 호텔에 짐을 맡겼다. 그러고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걸어갔다. 가는 길에 친구가 추천해 준 빵집이 보여서 피칸파이 번도 하나 사고, 스타벅스에 커피를 사러 갔다가 Eggnog Latte라는 신기한 메뉴가 있어서 라떼도 주문했다.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궁전 근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해서 연습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군악대 연습도 보고 말 탄 근위병들의 행진 연습도 보다가 근처 공원에서 배가 고파져서 빵을 먹기 시작했다. 친구가 추천해 준 피스타치오 맛이 없어서 피칸파이 맛으로 골랐는데, 너무 달았다. 라떼도 달달해서 얼마 먹지 못하고 결국 남겼다. 버스를 오래 타서인지 아침부터 단 걸 먹어서인지 속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the mall이라는 길 근처로 이동해 근위병 교대식도 마저 보고 메인 거리로 향했다.

 포트넘 앤 메이슨이라는 차 브랜드부터 갔다. 원래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쁘다고 해서 구경하러 갔다. 한 바퀴 구경하고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원래는 스콘에 티를 마시려고 그랬는데, 속이 계속 좋지 않아 뜨끈한 메뉴로 노선을 변경했다. 순두부찌개와 쌀국수 중에 고민하다가 쌀국수로 고르고, 들어가서 매운 소고기 쌀국수로 주문했다. 리뷰도 좋고 유명한 집이라서 사람으로 가득했다. 매운 쌀국수는 역시 속을 싹 내려주는 시원 칼칼한 맛이라서 맛있게 먹었고, 먹다 보니 속이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계산하실 때 말도 없이 서비스차지를 붙이셔서 (원래 런던은 다 붙이는 건가..?) 약간 이상했지만 맛있게 먹고 속도 괜찮아져서 좋았다.

 밥도 든든하게 먹고는 리젠트 스트리트 구경을 했다. 주로 상점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옷가게가 많았다. 가게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화려하게 해 놔서 구경하기 좋았다. 걷다가 유명한 장난감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봤는데, 안에 현란하게 장난감 소개를 하시는 직원분도 많고, 인형이랑 장난감도 귀여워서 재밌게 구경을 하고 나왔다. 소호 거리도 구경하고 코벤트 가든으로 넘어갔다. 코벤트 가든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는데, 앞에 사람들이 공연도 하고 있어서 구경도 하고 작은 가게들도 돌아봤다.

 그렇게 상점 구경을 마치고 코톨드 미술관으로 향했다. 런던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기도 했고, 코톨드 미술관 추천을 많이 받아서 갔다. 코톨드 미술관의 중앙 광장 부분에는 커다란 스케이트장이 있었는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코톨드라는 부자가 만든 미술관인데, 인상주의 작품들이 특히 많은 박물관이라고 한다. 여기는 특이하게 영국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입장료를 받는 곳인데, 학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해서 1층부터 둘러보니 확실히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그림들이 많았다. 중간에 그릇이나 조각상도 많았고, 루벤스의 그림도 많았다.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3층에 있는 인상주의 작품들이었다. 르누아르부터 마네, 모네 그리고 반 고흐까지 다양한 작품이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반 고흐의 자화상이었다. 나는 인상주의 풍경화가 인상 깊었는데, 거친 붓자국이 자연을 더 생동감 가득하게 나타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다른 그림에 비해 밝은 색감도 좋았고, 주로 평화로운 풍경을 묘사한 것도 좋았다.

 감상까지 하고 나니 조금 피곤해져서 숙소로 돌아왔다. 50분 거리였는데, 강가를 따라 걸어갈 수 있어서 걷기를 골랐다. 런던아이도, 빅벤도 보고 웨스민스터 사원도 보면서 천천히 걸어와 맡겨놓은 짐을 찾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설명을 간단하게 듣고 저녁인 삼겹살과 볶음김치도 먹고 마트에서 과일이랑 물도 사 왔다. 씻고 글도 쓰고 이제 이런저런 티켓을 예매하고 일찍 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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