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Comes True
중학교 시절의 꿈을 이루는 날이다. 바로바로바로 토트넘 직관! 역대급으로 신이 났다. 바야흐로 2017년으로 올라가면, 중학교 1학년 시절이던 나는 우연한 기회로 토트넘의 경기를 접하게 된다. 원래도 스포츠 경기를 즐겨 봤는데, 축구는 그때 처음 보고 한눈에 반했다. 90분 이상의 시간을 쉴 틈 없이 달리는 선수 분들의 에너지와 승리를 향한 열정, 골을 넣었을 때의 짜릿함 때문에 축구의 매력에 홀라당 넘어갔다. 그때는 DESK 라인이라고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그리고 해리 케인까지 막강한 조합이 있었다. 젊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팀이었고, 리그 정상은 아니었지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도 간 막강한 팀이었다. 그때의 나는 축구에 빠져서 새벽에 하는 경기는 일어나서 몰래 챙겨보고, 보지 못하면 등굣길에 무조건 하이라이트를 챙겨봤다. 포체티노 감독에 이어 무리뉴감독이 부임했을 때는 무리뉴 감독의 책도 사서 읽을 정도로 많이 좋아했다. 그러다가 점점 DESK 라인이 사라질수록 관심도 야구로 옮겨갔다. 이때 나의 가장 큰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토트넘 경기 직관이었다. 비록 그때의 DESK 라인 중 손흥민만 남고 주장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때의 라인업이랑 요즘의 라인업은 두 명 정도를 제외하면 많이 바뀌었지만, 직관의 오랜 꿈을 오늘 이뤘다.
오늘 민박집을 옮기는 날이라서 아침에 일어나 짐부터 정리했다. 어제 11시 조금 넘어서 기절하듯 잠에 들어 아침 8시까지 잔 것을 보면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니 코가 꽉 막혀있었지만 지내다 보면 괜찮겠지 싶어서 일단 일어났다. 아침도 먹고, 준비도 하고 짐을 챙겨서 다음 민박집으로 향했다. 짐만 맡기고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드디어 축구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서 1시간 만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토트넘 표시가 있는 것을 보며 걸어가니 설레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챙겨보지 않아 걱정했는데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가면서 최근 경기도 찾아보고 라인업이랑 하이라이트를 보니 내가 응원하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기대가 되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굿즈가게부터 향했다. 후기 중에 여기가 런던인지 서울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인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역시나 한국인이 굉장히 많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다들 페이스 페인팅을 하길래 슬쩍 껴서 작은 축구공도 얼굴에 그리고 볼캡도 하나 사서 나왔다.
그리고 시작 2시간쯤 전에 내부로 들어갔다. 음식이나 음료를 파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응원하다 보면 배고파질 것 같아서 k-katsu rice라는 것을 먹었다. 든든하데 먹고 싶어서 고기랑 밥이 있는 메뉴로 골랐는데 그저 그랬다. 주변에 피시 앤 칩스나 핫도그, 버거도 많이 먹고 있었고 맥주와 같은 술도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나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금주를 해야 될 것 같아서 참았다.
1시간쯤 전에 경기장 내부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야구장만 봐서 그런지 가까이 앉아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필드가 작았고, 관객석이 거대했다. 123 구역 18열을 잡았는데, 시야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서 기대감이 올라갔다. 주변 분께 부탁을 드려 사진도 찍고, 얘기도 조금 하면서 기다리니 어느덧 경기 45분 전이 되었고,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티비에서만 보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신기했다. 슈팅 연습부터 패스 연습, 몸풀기 달리기 다양하게 진행해서 재밌게 구경했다. 시작 15분 전이 되니 다들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관중 분들도 들어오기 시작했고, 넓은 관중석이 가득 채워졌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했다. 열심히 응원을 시작했고, 중계에서만 들리던 현장의 응원 소리와 노래가 들리니 진짜 3배는 재밌었다.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봤지만 점수는 쉽게 나지 않았다. 결국 점수 없이 전반전이 끝이 나고, 하프타임 후에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골이 터졌고, 응원석은 난리가 났다. 나도 같이 신나서 방방 뛰었다. 전체적으로는 조금 답답한 경기였다. 공격이 매끄럽지 않았고, 공격이 시원시원하게 전개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한골을 먹혀 동점으로 경기가 끝이 났다.
너무 재밌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첫 직관이라 그런지 마냥 좋았다. 다음에 또 가고 싶을 정도였고, 뮌헨으로 돌아가면 토트넘 경기도 중계로 챙겨보고 뮌헨 직관도 가고 싶어 졌다. 직관을 마치고는 30분 걸어서 역으로 가서 귀가했다. 바로 들어가기 아쉬워서 스콘에 차를 마시려고 했는데, 카페들이 일찍 문을 닫아 테스코로 향했다. meal deal로 내일 간식으로 먹을 샌드위치랑 과일, 물을 사서 민박집에 넣어놓고 다시 민박을 나섰다. 테스코 앞에 카페가 늦게까지 하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오랜만에 카페에서 글도 쓰고 이것저것 찾아보려고 나왔다. 피스타치오 초콜릿 무스 케이크와 페퍼민트 차를 주문하고, 내일 볼 뮤지컬의 사운드트랙을 미리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이제 글을 마무리하면 민박집으로 돌아가 저녁도 먹고 씻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