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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Dec 12.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64일 차

런던에서의 황홀한 하루

 이유는 없지만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하루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민박집이라 그런지 씻는 것을 30분 정도 기다렸다. 투어나 정해진 일정이 없어 여유롭게 계획을 짜면서 기다렸다. 드디어 씻을 수 있어서 후다닥 씻고 준비를 마쳤다. 20분 만에 준비를 마치고 아침으로 시리얼과 빵을 먹고 민박집을 나섰다. 첫 코스는 노팅힐이었다. 35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엄마랑 전화하면서 여유롭게 이동했다. 동선이 복잡해 고민하다가 친구가 추천해 준 베이커리부터 갔다. 아침인데도 줄이 길고 앉을자리가 없었다. 친구의 추천인 모닝번은 없어서 크로와상 하나만 포장했다. 길빵을(길을 걸으며 빵을 먹다) 하며 포토벨로 마켓으로 걸어갔다. 후기를 보면 노팅힐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던데, 집이 파스텔톤으로 알록달록해서 길이 예뻤고 마켓 상점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포토벨로 마켓에는 노팅힐 에코백을 파는 많은 상점들을 비롯해 옷도 팔고 먹거리나 주얼리도 팔고 있었다.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기념품으로 뱃지랑 엽서를 샀다. 그러고 노팅힐 서점에도 갔다. 노팅힐 영화에 나온 서점은 아니지만 비슷한 분위기로 유명한 서점에도 가고, 실제 촬영지인 장소(현재는 기념품 가게)에도 갔다.

 구경을 마치고 켄싱턴 궁전으로 향했는데, 카페인과 휴식이 필요해 카페에 갔다. 가장 가까운 카페로 갔는데, 커피의 쓴 맛이 강해 그저 그랬다. 그리고 서비스 차지도 알아서 붙이셨는지 10%가 추가되어 있었다. 그래도 30분 정도 쉬다 나오니 확실히 에너지가 생겼다.

 켄싱턴 궁전은 공원 안에 있었는데, 공원에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어서 보기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켄싱턴 궁전은 유럽 느낌보다는 현대 느낌이 조금 나는 궁전이었다. 궁전은 밖에서만 살짝 보고 공원을 따라 산책을 하며 하이드파크로 향했다. 그러면서 친한 친구랑 전화를 시작했다. 공원을 산책하며 전화를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이동하며 계속 전화해 2시간 가까이 전화를 했다. 가장 편하고 친한 친구라 그런지 전화만 하는데도 반갑고 행복했다. 하이드 파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하다고 해서 갔는데, 입장료가 있고 예약을 해야 된다고 그래서 입장료가 무료인 내일 오전으로 예약을 해놓고 근처 벤치에서 어제 산 치킨랩을 먹었다. 하이드파크의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으니 현지인이 된 기분이었다.

 늦은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고는 내셔널 갤러리로 걸어갔다. 코톨드 미술관처럼 예약을 안 해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내일로 예약을 해놓고 근처에 갈만한 곳을 찾아봤다. 몬머스 커피에 가려다가 크림티가 갑자기 먹고 싶어서 찾아보니 근처에 유명한 가게가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더 유명해 손님이 거의 한국인이라는 소호의 인기 많은 카페였는데, 다행히 1명을 위한 자리는 남아있어서 스콘과 차를 주문하고 앉았다. 나는 2층에 앉았는데, 역시 2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다 한국인이었다. 스콘이 꽤나 비쌌는데, 크기는 꽤 크지만 맛은 다른 스콘이랑 비슷했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잠깐 앉아서 쉬었다. 원래는 잠깐 쉬었다가 피시 앤 칩스를 먹으러 가려고 그랬는데, 스콘을 먹으니 배가 꽤나 불러서 근처 펍이나 가기로 했다.

 영국에서 현지의 펍 감성을 느껴보고 싶어서 찾아서 갔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내부가 정말 넓고 사람도 많았는데, 나는 바에 자리를 잡았다. 영국 맥주를 한 잔 주문하고, 마시면서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바텐더 분이랑 스몰토크도 하고 일기도 조금 적었다. 관광객은 거의 없었는데 영국 사람들의 퇴근 후 일상을 함께하는 기분이라 좋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맥주를 마시니 런던에 살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30분 전에 뮤지컬 극장으로 출발했다.

 주변에서는 사실 레미제라블을 많이 추천했지만 내가 선택한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중학교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틀어주신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고, 잠 많은 내가 주변 친구들이 자고 있어도 끝까지 열심히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고민도 안 하고 오페라의 유령이 내 1순위가 되었다. 잠이 많아 영화관에 가면 높은 확률로 잠에 들고, 뮤지컬은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어서 걱정도 되었지만 예전부터 좋아한 작품, 그리고 가장 유명한 뮤지컬을 직접 본다는 게 기대가 더 컸다. 도착해서 내부를 구경하니 확실히 웅장하고 멋있었다. 살면서 본 공연장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렇게 15분 정도 기다리니 뮤지컬이 시작했다.

 인터미션을 사이에 두고 1시간 15분씩 공연이 이뤄졌다. 한줄평부터 말하면 공연 내내 황홀했다. 가볍게 무대 장치부터 말하면, 가장 역사가 오래된 유명한 뮤지컬답게 모든 무대 장치가 웅장하고 매끄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무대가 있지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아름답고 조화로우면서 매끄러웠는데, 세계 최고의 공연은 주변 인물까지 이렇게 신경을 쓰는구나 싶었다. 춤부터 동선, 연기 그리고 노래까지 빈틈없이 완벽했다. 대망의 노래! 초반부터 유명한 곡들이 나와서 신기했는데, 뒤로 갈수록 더 좋아졌다. 귀가 황홀하다는 생각을 처음 할 정도로 노래가 완벽했고, 기대도 많이 했지만 기대보다도 더더더 좋았다. 고음이고 긴 호흡인데도 에너지가 굉장해서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예전부터 좋아해서 유튜브로 커버 영상을 많이 봤는데, 그때도 놀라웠지만 직접 들으니 이게 최고구나 싶어서 듣는 내내 도파민 가득하고 행복했다. 뮤지컬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더한 찬사를 몰라서 아쉬울 정도로 2시간 반 내내 행복하고 감격스럽고 감동적이었다.

 글을 쓰면서 느꼈는데, 계획과는 다른 하루였다. 하이드파크 마켓도 내셔널 갤러리도 내일 가기로 하고 피시 앤 칩스도 내일로 미루게 되었지만 하루종일 행복했다. 날씨도 조금 흐렸는데 왜인지 생각해 보면, 자유롭게 다닌 하루이기도 하고, 컨디션도 다른 날보다 좋았고 친구랑 전화도 해서인 것 같다. 그리고 마무리 뮤지컬까지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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