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도시가 된 런던,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다
하루하루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벌써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어제 예약해 놓은 코스가 많아서 아침에 준비를 하고, 짐을 맡겨놓고 민박집을 나섰다. 첫 코스는 하이드 파크이다. 하이드 파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해서 어제 가봤는데,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예약하면 무료라고 그래서 미리 예약했다.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크리스마스 마켓보다는 놀이공원 같았다. 10시에 입장해서인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놀이기구가 정말 많았다. 1명만 태우고 운행하는 놀이기구가 많을 정도였다. 놀이기구와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 그리고 풍선 맞추기와 같은 게임도 많았다. 나는 구경만 했는데도 넓어서 30분 정도가 걸렸다. 날씨가 좋아서 놀이기구와 하늘이 예뻤다. 밤에 오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축제 분위기도 조금 더 날 것 같았지만, 재밌게 구경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내셔널 갤러리이다. 여기도 어제 왔다가 사람이 많아 오늘 예약하고 왔다. 오전이기도 하고, 예약자 줄에 서있으니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아서 어제 찾아놓은 동선대로 이동했다. 유명한 작품들을 먼저 보는 코스였다. 반 고흐의 작품을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고흐 특별전 때문에 고흐의 작품들을 다 빼놔서 볼 수 없었다. 역시나 종교적인 그림부터 시작해서 인상주의, 그리고 풍경화도 많았다. 코톨드 미술관은 조금 더 조용하고 분위기 있었다면, 내셔널 갤러리는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 나의 미술 취향을 조금 알게 되었다. 인상주의 그림을 좋아하고, 정물화나 인물화보다는 풍경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렇게 또 하나 취향을 발견하니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풍경화 중에 베네치아의 풍경이 유독 많았다. 방 하나 대부분이 Canaletto라는 화가의 베니스 풍경화였다. 보는데 풍경이 아름다워서 베네치아에 가고 싶어졌다. 다음 주쯤 슥 다녀올까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다. 그렇게 구경도 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엽서도 하나 사서 내셔널 갤러리에서 나왔다.
나와서는 대망의 피시 앤 칩스를 먹으러 걸어갔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어서 후기가 좋고 한국인 분들이 하신다는 집으로 갔다. 가서 피시 앤 칩스를 주문했는데, 한국인으로 가득할 줄 알았는데 외국인 관광객 분들도 많이 오셔서 신기했다. 잠시 기다리니 따끈따끈한 접시에 생선튀김과 감자튀김, 그리고 소스가 나왔다. 옆에 케첩이 있어서 감자튀김이랑 같이 먹었는데 케첩이 묽고 상큼한 맛이 강해서 덜 조화로웠다. 생선튀김은 맛있었다! 느끼한 음식을 잘 못 먹어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튀김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맛있게 먹을 것 같았다. 바삭한 튀김과 안에 있는 촉촉하고 부드럽고 뜨끈한 생선살까지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다. 같이 나온 소스도 어울렸지만, 소금후추에 찍어먹는 게 더 맛있어서 소금후추랑 주로 같이 먹었다.
점심까지 배부르게 먹고는 다시 민박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버스 회사에 문제가 생겼는지 중간에 멈췄다. 뭐지 싶어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는데, 다음 버스도 같은 자리에서 운행을 멈췄다. 분명 종착역은 한참 남았는데 이상했다. 다른 버스 정류장에 가기도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걸어갔다. 40분 정도를 걸어가 짐을 챙겨 다시 민박집에서 나왔다.
빅토리아역까지 걸어가 기차를 타고 개트윅 공항까지 가고, 개트윅 공항에서도 터미널 사이를 이동하는 짧은 기차를 타서 공항에 도착했다. 호다닥 수하물부터 위탁하고 위로 올라가 스타벅스에서 샌드위치랑 물을 사서 마시면서 기다렸다. 유럽의 비행기 연착이 당연해져서 오늘도 늦겠지 싶어 여유롭게 기다렸다. 게이트가 1시간 전에 나와서 확인하고, 40분 전에 딱 이동하려고 전광판을 보니 10분 뒤에 탑승을 마감한다고 적혀있었다. 유럽의 비행기가 이런 적이 없어서 당황을 했지만 잽싸게 플랫폼까지 뛰어갔다. 다행히 아직 줄이 길었다. 그렇게 줄을 서서 호다닥 입장을 마쳤더니 비행기가 무려 15분이나 일찍 출발했다. 유럽의 비행기는 여러모로 자유롭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도착도 예정 시간보다 빨리 도착해서 짐도 찾고 집에 돌아왔다.
런던 여행은 나의 dreams come true 여행이었던 것 같다. 토트넘 직관부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까지 오랜 꿈을 하나씩 이루고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동시에 동기부여도 된다. 꿈을 이룬 게 그동안 노력(학창 시절 공부부터 작년의 아르바이트까지)에 대한 보상 같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 대한 보상은 작년에 놀면서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그 시절의 꿈을 이루니 차원이 다른 뿌듯함과 만족감이었다. 그리고 동기부여도 된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런 행복도 있구나 싶어서 열정적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